혈액형·MBTI·사주·타로...사람은 왜 미신과 운명 같은 성격 유형론에 이끌리는가
상태바
혈액형·MBTI·사주·타로...사람은 왜 미신과 운명 같은 성격 유형론에 이끌리는가
  • 부산 강서구 이정민
  • 승인 2023.10.17 1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TI’와 ‘사주’의 유행...자기 정체성과 나 자신을 알아보는 것에 흥미를 느껴
현실을 체감한 청년 세대들의 도피처, ‘사주’를 통해 미래를 대비
혈액형·MBTI·사주·타로는 실제 과학적인 근거와 검증 절차가 전무
‘성격유형검사(MBTI)’와 ‘사주명리(四柱命理)’, ‘타로’는 인터넷과 SNS로도 쉽게 검사할 수 있다(사진: 16Personalities, 카카오톡 캡처).
‘성격유형검사(MBTI)’와 ‘사주명리(四柱命理)’, ‘타로’는 인터넷과 SNS로도 쉽게 검사할 수 있다(사진: 16Personalities, 카카오톡 캡처).

“저 집이 용하대. 우리 한번 가볼래?”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에서 ‘성격유형검사(MBTI)’와 ‘사주명리(四柱命理)’를 보는 것이 유행이다.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나눠 분석하는 ’MBTI’. 이름과 출생일, 출생 시간으로 자신의 타고난 운명을 미리 알고 활용하는 ‘사주’가 21세기에 성행하고 있다.

구세대의 고리타분한 미신으로만 여겨지던 ‘혈액형 궁합’과 ‘사주’는 현세대에 들어 ‘MBTI’와 ‘사주+타로’로 바뀌며 청년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는 거의 모든 만남의 시작에서 등장하는 질문이 되었고, “내 진로가 이게 맞을까? 연애도 답답한데 사주나 보러 갈까?” 처럼 진로나 미래가 답답할 때 사주 앱을 켜거나 사주를 보러 간다.

개인의 자유와 발전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가 자기 정체성에 대해 궁금해지도록, 나 자신을 알아보는 것에 흥미를 느끼도록 만든 것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하는 현실이 젊은 세대에게 자신과 잘 맞는 사람,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믿음을 위해서 ‘MBTI’와 ‘사주’, ‘타로’ 등을 찾는 식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무료로 할 수 있는 검사로 나에 대해 알 수 있고 재미있기 때문에 ‘MBTI’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주’는 취업난과 경제적 불안감 때문에 만만치 않은 현실을 실감한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등 문제해결을 위해서 찾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MBTI’보다 자세한 ‘사주’를 찾게되는 이유

대학생 도모(23) 씨는 힘들거나 답답할 때 ‘사주’를 본다. 주변에 고민상담을 해도 풀리지 않는 답답한 마음을 ‘사주’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풀어나가는 것이다.

“사주는 MBTI와는 다른 성격을 띠는 점에서 더 특이하고 신기해요. MBTI는 외향적 내향적, 감각적, 직관적 이런 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너무 단순하게 나누고 판단하니까 신뢰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사주는 명리학을 바탕으로 MBTI보다는 조금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볼 수 있으니까 용한 점집, 용한 곳을 찾아다니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본인의 운명이나 미래에 대해 누구나 궁금해하지 않을까요?”

OTT 서비스 ‘티빙’에서 올해 4월 방영한 관찰 실험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의 한 장면이다(사진: 티빙 캡처).
OTT 서비스 ‘티빙’에서 올해 4월 방영한 관찰 실험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의 한 장면이다(사진: 티빙 캡처).

그렇다면 ‘MBTI’와 ‘사주명리(四柱命理)’는 모두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나?

혈액형·MBTI·사주·타로와 같은 방법들은 실제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성격유형검사(MBTI)’는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1944년 미국에서 캐서린 쿡 브릭스와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개발했다. 두 개의 태도 지표인 외향형(E)과 내향형(I), 판단형(J)과 인식형(P), 두 개의 지능 지표인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등 총 4가지의 분류 기준을 조합해 이루어진 16가지의 성격 유형 분류 방식일 뿐이다.

‘사주명리(四柱命理)’ 또한, 동양철학 중의 ‘명리학(命理學)’을 체계화하여 사람이 태어난 연(年)·월(月)·일(日)·시(時)의 네 간지(干支)를 사주(四柱)에 근거해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결국 ‘MBTI’와 ‘사주’는 과학적인 근거와 검증 절차가 전무하기 때문에 그저 미신에 불과하다. 사람의 심리는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기에 더더욱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불안한 시대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성격 유형론을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물론 심리 과학적으로 증명된 검사 도구는 신뢰해도 된다. 이미 심리학 연구에서 공식화되어 대체로 정식으로 검증된 전문가에게 결과 해석을 듣기 때문이다. 적당한 재미로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하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심하게 맹신해 일상생활과 연관 지어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 문제이다.

이렇게 혈액형·MBTI·사주·타로와 같은 성격 유형론은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적당한 궁금증 해소를 위해서 약간의 ‘도움’과 ‘재미’로 여기고 나의 선택과 의지에 있어서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경계해야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