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20대들에게...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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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20대들에게...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 취재기자 손현아
  • 승인 2023.05.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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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시리즈'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김은주 씨 인터뷰
"내가 좋아하는 것 제대로 ‘시간을 플렉스’하는 것이 중요"
‘여유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챙기는 것이다’ 조언 인상적

다른사람을 ‘팔로잉’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그로잉’ 하자. 요즘 20대들은 다양한 소셜미디어(SNS)로 시간을 보낸다. 또 다른 사람의 일상을 구경하고 ‘팔로잉’ 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이러한 20대들에게 인생의 선배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은주 씨를 만나 의미있는 조언을 들었다.

김은주 작가는 한국 최초로 프랑스에서 몽골까지, 유럽, 아시아 12개국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에세이 『1cm 시리즈』, 미국 사진작가 ‘에밀리 블링코’와 콜라보 한 『기분을 만지다』를 쓴 작가다. 작가의 최근작인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또한 외국 에세이 1위, 아마존 JP 외국문학 1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 김은주 씨(사진: 김은주 작가 제공).
베스트셀러 작가 김은주 씨(사진: 김은주 작가 제공).

-안녕하세요 김은주 작가님. 서면으로 뵙게 되어 아쉽지만, 인터뷰를 하게 돼 기쁩니다(웃음). 간단한 작가님의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2개국 출간되어 100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1cm>시리즈를 펴낸 김은주입니다. 저는 왼손잡이에 반곱슬머리이고 MBTI는 할 때 마다 바뀝니다. 최근작으로는 4개국 출간, 예스24 ‘올해의 책’과 교보문고 ‘책 속의 길’로도 선정되었고, 아마존JP 외국 에세이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가 있습니다."

-작가님의 제일 최근 셀프 가드닝 에세이 책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싶은데요. 5개국에 출간되고, 유해한 일상 ‘셀프가드닝’ 에세이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는 라는 책의 제목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나’를 ‘식물’로 표현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

"유해한 것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나를 돌볼 마음의 여유마저 없는 바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간 ‘정원 국가’으로도 불리는 싱가포르에 살 기회가 있었고, 그 곳에서 매일 초록의 식물을 접하며 식물들이 전해주는 위안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가드닝’이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여러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나’를 ‘식물’로 치환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습니다. ‘셀프 가드닝’으로 하루에 잠깐이라도 독자들이 나라는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되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나 스스로를 바라보고 가꾸어 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 책의 목차처럼 나라는 식물을 가드닝 하듯, 1.씨를 뿌리고, 2.적당한 물을 주고, 3.시든 잎을 잘라내고, 4.나비와 벌, 별과 조우하고 5.눈물과 미세먼지를 닦고 6.알맞은 계절을 기다리며, 7.드디어 꽃을 피우는 7단계를 거치며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는 경험을 이 책을 통해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라는 제목이 아니라면, 어떤 제목을 선택하셨을 것 같으세요?

"어떻게 아셨나요? 출판사분들과 마지막까지 제목에 대해 매우 고심했습니다. 후보는 이 책의 부제로 넣은 ‘셀프 가드닝’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직관적이기를 바라서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로 최종적으로 정했는데요, 제목이 너무 좋고, ‘나’를 ‘식물’로 생각한다는 발상이 신선해서 책을 처음 접하게 되셨다는 독자 분들이 많아서 이 제목으로 고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의 에세이 ‘기분을 만지다’에서도 개인적으로 에밀리 블링코의 사진이 작가님의 글과 참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신간에도 역시나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워리라인스(Worry Lines)’와 함께 작업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기분을 만지다>를 펴낼 때는 말씀대로 미국의 유명한 사진작가, 에밀리 블링코(Emily Blincoe)와 협업했었고,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는 국적과 나이, 성별을 밝히지 않으나 오직 일러스트만으로 80만 세계 팔로워의 공감을 얻으며 런던 박물관 ‘웰콤 컬렉션’ 전시, 하버드 대학교 창의력 프로그램 ‘프로젝트 제로’에 참여하기도 한 워리 라인스 작가와 함께 작업해서 너무 즐거웠고 그의 그림을 저의 글과 함께 책에 실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저는 저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라면 국적을 따지지 않고 먼저 연락을 합니다, 하하(웃음). <1cm>시리즈를 함께 작업한 김재연 작가님, 양현정 작가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들인데요, 워리 라인스 작가는 우연히 제가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하고는, 심플하지만 매우 공감 가는 일러스트에 반해서 콜라보를 제안했고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알고보니 워리 라인스는 한국에 와본 적도 있었고, 한국의 ‘호떡’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저와 콜라보한 계기로 본인의 책을 한국과 일본에 출간하기도 했지요."

-저는 신간에서 ‘셀프 가드닝 프로젝트’가 눈에 굉장히 띄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이나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다보니 시간 낭비를 좋아하지 않고 효율적인 것만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던 참이었는데... 특히 ‘틈틈이 시간 Flex’를 보고 또 이어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일의 리스트’를 보니... 누군가에겐 간단할지도 누군가에겐 참 어려운 질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님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요즘엔 무엇인가요?

"저도 제 기준에서는 바쁜 일상을 보내는데 사실 들여다보면 ‘쓸데없이’ 혹은 ‘중요하지 않은 일로’ 바쁜 경우도 많이 있더라고요. 사실은 그것이 가장 ‘시간 낭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쁜 일상 속 잠깐이라도,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제대로 ‘시간을 플렉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시간 낭비하고 싶은 일은 ‘혼자만의 산책’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서울의 몇 군데 장소가 있는데요, 저는 ‘홍대 거리’도 좋아하고 ‘가로수 길’도 좋아하고, ‘삼청동’도 좋아합니다. 그런 거리들을 혼자 어슬렁 거닐며 플리 마켓 구경도 하고 길거리 음식도 사먹고, 갤러리에 들어가 작품도 구경하고, 여러 로드샵들을 돌아다니며 아이쇼핑과 진짜 쇼핑도 하며 자유롭고 소소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질문의 방향을 바꿔볼게요. 저도 20대로서 20대가 가장 인생에 있어서 갈팡질팡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제일 잘 아는 듯 하면서 제일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 인간관계에서도 말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20대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저의 20대를 돌아보면, 저도 제 미래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불안했습니다. 저는 인생의 키는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결국 나의 ‘일’, 나의 ‘사람’, 내 인생의 ‘방향’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또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도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패는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20대는 가장 기회가 많은 시기이고, 실패는 나를 성장시키는 좋은 경험입니다. 저도 20대 때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광고 공모전에도 도전했고, 충무로에 있는 시나리오 학원도 다녔고, 여러 회사에서 인턴을 하기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저는 ‘인간관계’에 너무 얽매이기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내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자연스럽게 내가 좋은 사람을 알아보게 되고, 또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20대 때의 작가님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세요?

"20대의 저에게 어떤 조언을 한다면…, 저는 사실 조언보다는 20대의 나를 만난다면, 이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어요. ‘너는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요. 요즘 길을 지나가다 10대, 20대 분들을 보면 생김새와 상관없이 젊음의 에너지 자체가 매우 건강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에너지를 더 나은 나를 만드는데 사용한다면, 아름다운 시기에 더 많은 의미 있는 시도와 도전들을 한다면 그것이 평생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매우 아름다우니 자신감을 갖고, 혹시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꼭 시도를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보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도 책을 집필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습니다(웃음). 작가가 꿈인 20대분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세요.

"기자님과 같은 말씀을 많은 독자님들에게 들었습니다. 제 책을 읽고 자신의 책을 집필하고 싶어졌다는 생각이 드셨다니 작가로서 영광입니다. 작가 ‘알랭드보통’도 인터뷰에서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출신인데요, 그래서 광고처럼 시각적인 아이디어를 텍스트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작업을 즐깁니다. 동시에 글은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또한 새롭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브한 발상과 요소를 책에 넣으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의 결과로 책을 재미있게 또 공감하시며 읽으신 만큼 ‘나도 글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틈틈이 쓰던 글을 모아 첫 책을 쓰게 되었는데, 책에 여러가지 크리에이티브한 요소를 넣어 ‘책’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그처럼 ‘작가’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와 고정관념을 벗어나, 자신을 어떤 한계에 담아 규정하지 말고 ‘크리에이터’로 창작의 여러 형태와 가능성을 열어 둔다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은주 작가의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사진: 김은주 작가 제공).
김은주 작가의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표지(사진: 김은주 작가 제공).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라는 책에서 작가님이 제일 애정 가는 글 하나를 뽑아주신다면 무엇인지, 또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지금까지 인터뷰에서 같은 질문을 받으면, 나라는 식물을 키우기 위한 여유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MBC 라디오 ‘김신영의 정오의 희망곡’에서도 소개되었던 글귀인 ‘여유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챙기는 것이다’라는 글을 꼽았었는데요, 20대 분들이라면 또 다른 글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나를 알되 나를 규정하지 않기>라는 글입니다. ‘자신이 성급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되, 성급한 사람이라 규정하지 않기. 자신이 수줍은 편이라는 것은 알고 있되, 수줍은 사람이라 규정하지 않기. -중략- 나를 잘 알되 나의 다른 모습에 대한 가능성 또한 열어 두자. 그렇게,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

나에게는 내가 모르던 모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시기, 무한한 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도전해보시기를 응원합니다."

- 독자들에게나, 개인적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소중한 인터뷰 기회 주셔서 감사드리며, 이 자리를 빌어 독자님들의 셀프가드닝을 계속해서 응원합니다. 책 속 글귀처럼 ‘누군가를 팔로잉하지 않고 나 자신을 그로잉’할 수 있도록, 나라는 식물을 가꾸며 더 나은 나를 만나는 순간순간들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곧 저의 신간이 출시될 예정인데요, 저의 신간을 접하시고 많은 것들을 느끼시고 또 공감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0대는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불안할지도 모르지만 그와 동시에 인생의 문을 열 수 있는 키를 쥐고 있을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 문 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 채 나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찾아가는 것이 나라는 식물을 가꾸는 것이 아닐까? 실패와 실패의 연속을 겪어도 나는 안될 것 같다고 규정 짓지 않기. 실패해도 성공의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Love yourself’ 하고 다양한 도전을 해가며 ‘keep going’ 하라는 것이 김은주 작가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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