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뭄속 '범죄도시3' 천만 돌파... 영화관 관객 회복 신호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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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뭄속 '범죄도시3' 천만 돌파... 영화관 관객 회복 신호탄 될까
  • 취재기자 강도은
  • 승인 2023.07.05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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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영화관 관객 수 이전 대비 절반 수준
티켓값 상승과 OTT 활성화 등으로 영화 소비 패턴 변화
'범죄도시3' 천만 관객 희소식... 여름철 극장가 변화 기대

“영화 보러 갈까?”라는 말을 선뜻 건네기 어려워진 요즘, 극장 영화가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막대한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코로나19 엔데믹에도 매출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대중들이 영화를 소비하는 형태가 변화하는 가운데, 영화관이 관객 수를 회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6월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총 941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동월 대비 63% 수준에 그쳤다. 심지어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한국 영화 관객 수는 3개월 연속 100만 명대를 기록했다. 5월부터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약 절반 정도의 관객만이 영화관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에도 불구하고 영화관 관객 수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상영기의 모습이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영화상영기의 모습이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티켓 가격 1만 5,000원 시대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영화관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자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티켓값을 올렸다. 코로나 이전 8000원에서 1만 원 수준이던 티켓값이 이제는 1만 5000원을 오르내린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26.8%나 비싸진 가격이다. 거기에 팝콘과 같은 간식 비용을 합치면 1인당 평균 3만 원이 들어간다. 높아진 티켓값으로 단순 문화·여가 생활이던 영화 관람이 이제는 ‘고급 취미’가 되었다.

조선일보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20대부터 50대까지 총 40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최근 영화 티켓값이 비싸 보고 싶은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52.7%에 달했다. 또한 “티켓값을 내린다면 영화관에 갈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76.2%가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높아진 티켓값은 영화 관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관객은 영화관으로부터 티켓값만큼의 질을 가진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한다. 코로나19 당시 영화관은 영업 손실을 막기 위해 인력 감축을 실시했다. 그 당시 상영관 입장 시 검표 과정을 생략하고 관객이 직접 상영관과 자리를 찾는 ‘자율 입장제’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자율 입장제로 인해 적지 않은 관객이 서비스 불만을 토로했다. 황주희(22, 부산시 남구) 씨는 “아무도 극장 문을 열어놓지 않아 직접 직원을 찾으러 간 적이 있다”며 “자율 입장제로 오히려 불편함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 인력이 모자라 영화 상영이 밀리는 등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도 발생했다. 이처럼 적지 않은 비용의 티켓값을 지불함에도 불편함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관 방문을 꺼리는 경향도 있다. 

외부 요인도 있다. 넷플릭스, 왓챠 등 다양한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OTT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고, 영화를 소비하는 형태가 변화했다. ‘나홀로족’, ‘개인주의’ 사회가 되면서 OTT의 수요가 늘어나 영화관을 방문하는 대신 가정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넷플릭스 프리미엄 구독료 1만 7000원과 영화관 티켓값 1만 5000원은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한 번의 결제로 한 달 내내 원하는 영화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이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소비자는 OTT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문제는 상영되는 영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많은 콘텐츠들이 OTT로 넘어가면서 제작사의 영화 투자량은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영화의 질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기 있는 개봉작이 없으니 영화관에는 재개봉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은 20~30분 이내, 짧게는 1분 길이의 숏폼 영상을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정다해(22, 통영시 북신동) 씨는 “집에서 편안하게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는 것이 좋다”며 “영화관은 대형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로 영화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양옆, 앞뒤의 사람들을 신경 써야 하고, 취식도 자유롭지 않으며, 화장실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높아진 티켓값, OTT의 활성화로 영화관 관객 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반가운 소식도 있다. '범죄도시3'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다.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모았을 당시 ‘영화관에 변화가 있을까’를 기대했지만, 이후에도 부진이 이어졌다. '범죄도시3'는 코로나 엔데믹 후 ‘첫 천만’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달 말부터 류승완 감독·김혜수 주연의 ‘밀수’, 김용화 감독의 SF 영화 ‘더 문’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이 작품들이 '범죄도시3'에 이어 흥행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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