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의 대변신... ‘업사이클링'의 매력에 빠지다
상태바
폐플라스틱의 대변신... ‘업사이클링'의 매력에 빠지다
  • 취재기자 손현아
  • 승인 2023.06.27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뚜껑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니울' 대표 인터뷰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정신으로 다양한 작업

‘500년’. 하나의 페트병이 썩기까지의 시간이다. 재활용으로 거둬진 폐플라스틱의 40%만 각종 소재나 연료로 이용된다. 즉 나머지 60%는 소각으로 처리된다. 환경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연간 폐플라스틱의 폐기물 양은 690만 톤 정도 된다.

소각되는 플라스틱이 많은 이유

폐플라스틱은 종이나 철같은 소재와는 다르게 가공 공정에 따라 물성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포장자재로 쓰이는 PE(폴리에틸렌), 맥주 박스로 쓰이는 컨테이너류 PP(폴리프로필렌), 투명 식기나 스푼으로 쓰이는 PS(폴리스티렌), 샴푸용기로 쓰이는 PVC(폴리 염화 비닐) 등 기본 소재가 같아도 물성이 세세하게 달라지는 만큼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사이클링의 업그레이드 버전 ‘업사이클링’

누군가에게 ‘업사이클링’은 낯선 단어일지도 모른다. 리사이클링(RECYCLING, 재활용) 과는 다르게 업사이클링은 UPGRDADE+RECYCLING이 합쳐진 단어이다. 재활용에서 업그레이드 하여 재탄생시킨다. 기존의 버려지는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주는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청바지나, 우산의 천 등을 이용하여 에코백이나 지갑을 만들고, 폐플라스틱의 병뚜껑으로 키링을 만들고 깡통캔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연필꽂이로 대변신 시킬 수 있다.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등장하여 널리 통용되는 신조어가 바로 ‘업사이클링’이다.

키링의 반전

한 연예인이 유행시킨 키링달기는 요즘 품절 대란이다. 인형 뽑기로 뽑아서 가방에 하나씩은 달고 다니는 키링이 이제는 비싼 금액을 주고 디자이너 브랜드의 키링을 구매하는 것이 급류를 타고 있다. 예쁜 쓰레기일지도 모르는 키링을 환경친화적인 키링으로 만드는 팀이 있다.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버려진 플라스틱 병뚜껑을 찾기 쉽다. 그러한 병뚜껑을 사람들이 원하는 색으로 조합하여 녹인다. 녹은 병뚜껑 위에 마크를 찍으면 완성이다. 마치 실링왁스를 찍어내는 방식과 비슷하다. 빠르고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키링이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병뚜껑을 활용한 뛰어든 팀을 만나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병뚜껑의 재탄생

쓰레기를 ‘보물찾기’ 하듯이 ‘업사이클링’ 하는 팀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Nothing is useless. NiUl 이다. 점점 나타나고 있는 많은 좋은 취지를 가진 업사이클링의 팀들 중 하나로써, 서면 인터뷰를 담아봤다.

-안녕하세요 니울 대표님. 간단한 니울 브랜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니울 대표 황희선입니다. 니울(NiUl.)은 ’쓸모없는 것은 없다.(Nothing is Useless.)’는 제 가치관에서 탄생한 업사이클링 브랜드입니다. 저희 팀 니울은 쓰레기에 가치를 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키링에 사용되는 폐플라스틱은 플로깅으로 직접 모으거나, 팬 분들이 보내주시는 병뚜껑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병뚜껑으로 키링을 만들 생각의 시작은 언제였나요?

“반려견이 길가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삼키려고 했던 적이 있어서, ‘우리가 가는 길만이라도 깨끗했으면…’이라는 생각에 플로깅을 시작했습니다. 플로깅을 하면서 생각보다 다양한 쓰레기를 만나서 깜짝 놀랐어요. ‘이 쓰레기들이 가치가 있어 사람들이 계속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쓰레기에 가치를 더하는 작업과 연구를 지속한 끝에 온 것이 지금의 니울링(폐플라스틱 키링)인 것 같습니다.”

병뚜껑을 녹여 컵받침으로 업사이클링한 모습이다(취재기자 손현아).
병뚜껑을 녹여 컵받침으로 업사이클링한 모습이다(취재기자 손현아).

-직접 시민분들에게도 택배로 병뚜껑을 받아서 재료로 이용하시기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키링을 만들 때 아무 병뚜껑이나 사용이 안된다고 알고있는데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으니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니울링은 폐플라스틱인 HDPE 재질로 제작되었습니다. HDPE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무독성 친환경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 재질 중 안전해서 병뚜껑이나 세제통, 약통 등 우리 실생활 곳곳에서 사용됩니다.

비슷하게 병뚜껑 중 PP 재질도 있지만, HDPE에 비해 강도가 강해 스템프를 찍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HDPE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병뚜껑을 모아주시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것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재질을 알 수 있나요?” 입니다. 재질은 병뚜껑 안쪽이나 페트병 라벨 쪽 분리수거 표시를 확인하면 알 수 있습니다. HDPE는 영어로 [HDPE] 또는 [2 or 02]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재질 파악이 어렵다면 식약처 [식품안전나라]에 제품 상표를 검색하여 재질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업사이클링의 미래시장은 어떻게 예측하시나요?

“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업사이클링의 미래시장 또한 크게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최근 급격히 높아진 니울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통해 그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점차 늘어가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속 저희 니울의 목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과정은 감사하게도 현재 저희 소비자분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니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도 업사이클링에 도전할 수 있다

직접 병뚜껑 업사이클링에 도전해봤다.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쉽게 도전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병뚜껑 컵받침’을 도전해봤다. 재활용 하는 곳에 가니, 물병의 병뚜껑과 음료의 병뚜껑이 많이 보였다. 집 안 곳곳에서도 병뚜껑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병뚜껑 안에 실리콘이 있는 소재는 특징상 분리해야 하기에 실리콘이 없는 것을 찾아 모았다.

종이호일을 깔아야 했지만, 집에 종이호일이 없어서

급하게 두꺼운 종이로 대체했다. 종이를 반으로 접고 사이에 병뚜껑을 위치시켰다. 달군 다리미를 살포시 위에 올려주면 병뚜껑이 서서히 녹아 납작해진다. 종이호일로 해야 하는 이유는, 일반 종이에 하니 녹은 플라스틱에 종이가 붙어 모양이 예쁘지 않았다.

납작해진 병뚜껑을 좀 더 빨리 굳히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줬다. 급속도로 차가워져서, 플라스틱이 살짝 굽었지만 문제없었다. 특별한 재료가 아닌데도 직접 업사이클링을 해서 더 예뻐 보인다.

업사이클링으로 재탄생된 컵받침이다(사진: 취재기자 손현아).
업사이클링으로 재탄생된 컵받침이다(사진: 취재기자 손현아).

업사이클링은 더욱 알려져야 한다. 양말목을 활용하여 여러 새로운 것들을 만드는 것과 한 번 입고 버려지는 웨딩드레스까지 활용할 수 있는, 재활용에 맞서는 새로운 환경의 재발견일지도 모른다. 니울 기업의 소개처럼 단순히 비싼 것만 차고 다니는 것이 힙한 게 아니라 환경을 아끼는 게 진짜 힙한 거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