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 어려움’ 이유로 표시 안 하기로”...환경단체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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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 어려움’ 이유로 표시 안 하기로”...환경단체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
  • 취재기자 김수빈
  • 승인 2021.01.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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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포장재 분리배출 표시 목록에서 화장품 용기 예외
환경단체 “환경에는 예외 없어야” vs 화장품 업계 “화장품은 기능적 측면과 심미적 측면 모두 고려해야”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 그린사이클 통해 플라스틱 공병 리사이클링·업사이클링
환경부가 ‘재활용 어려움’ 라벨 표기 방안에서 화장품 용기를 제외시켰다. 이에 대한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비판적인 입장이 계속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환경부가 ‘재활용 어려움’을 이유로 라벨 표기 제품 목록에서 화장품 용기를 제외시켰다. 이에 대한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비판적인 입장이 계속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환경부가 화장품 용기를 포장재 분리배출 표시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재활용 어려움’ 표기에서 화장품 용기) 예외 반대’를 외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및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재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의 경우, ‘재활용 어려움’ 라벨을 표기하는 방안이 있었다. 하지만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품목 중 라벨 표기 예외 사항에 화장품 포장재가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화장품 포장재 중에서도 환경부장관과 회수 및 재생원료 사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유리병, 페트병 또는 합성수지 재질의 단일·복합재질 용기·트레이류가 라벨표기 예외 사항에 해당된다. 이는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대한화장품협회와 체결한 ‘화장품 용기회수 촉진 및 재생원료 사용 확대’ 협약과 관련이 있다. 이는 협약에 참여한 화장품 업체에 한해 2025년까지 생산제품 포장재의 10%를 다시 회수하는 조건으로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를 면제해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화장품 용기 중 90% 이상이 평가 결과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되는 것으로 예상돼 문제다. 다양한 첨가제 사용, 복잡한 구조, 복합재질, 내용물 잔존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는 거의 모든 화장품 용기가 분리배출 표시 목록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환경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며 “예외 규정을 두기 시작하면 그 허용 범위는 늘어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환경부는 2018년 ‘자연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 재활용법)’을 개정했다. 이는 화장품·음료수 용기의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급으로 구분해 제품의 겉면에 라벨 표기를 하는 것이다. 자원재활용법은 2019년 12월에 시행됐으나, 화장품 업계는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돼 지난해 9월까지 계도기간이 주어졌다. 이에 환경단체는 “계도기간이 있었음에도 화장품 업계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반면 화장품 업계는 “화장품은 기능적 측면과 심미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제품”이라며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할 자재나 용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4.1% 증가하고 있으며,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79%가 매립되거나 방치되고 9%만이 재활용된다고 밝혔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4.1% 증가하고 있으며,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79%가 매립되거나 방치되고 9%만이 재활용된다고 밝혔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화장품 포장재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GCI(Global Cosmetic Industry)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만 해마다 1200억 개의 화장품 포장재가 생산된다고 한다. 화장품 용기는 제품 원료에 따라 플라스틱, 유리, 금속용기 등으로 구분된다. 그중 플라스틱 용기는 58.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제조 후 폐기까지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률이 높아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에서 서울시 종로구청에 기증한 벤치. ‘그린사이클’ 캠페인의 하나로, 고객으로부터 회수한 플라스틱 공병으로 만든 벤치다. 그린사이클은 화장품 플라스틱 공병 등을 리사이클링하거나 예술작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이다(사진: 아모레퍼시픽 제공).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에서 서울시 종로구청에 기증한 벤치. ‘그린사이클’ 캠페인의 하나로, 고객으로부터 회수한 플라스틱 공병으로 만든 벤치다. 그린사이클은 화장품 플라스틱 공병 등을 리사이클링하거나 예술작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이다(사진: 아모레퍼시픽 제공).

화장품 업계에서는 화장품 용기로 인한 환경보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1993년부터 공병 회수를 시작했다. 수거된 공병은 다시 화장품 용기로 제작되거나 ‘그린사이클(green cycle)’을 통해 창의적인 예술 작품의 재료로 활용되는 등 다양한 활동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삼표그룹 및 디크리트와 협업해 플라스틱 공병을 업사이클링한 벤치 8개를 서울시 종로구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벤처스가 처음 투자한 화장품 브랜드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톤28’은 특수 종이 케이스를 개발했다. 톤28의 모든 화장품은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종이 용기에 담기며, 이는 타사 화장품 용기와 비교해 플라스틱 함유량이 97%나 줄었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하는 화장품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해피바스’는 내용물의 펌핑을 돕기 위해 사용하는 금속 스프링을 뺀 바디워시를 내놨다. 이는 별도의 분리작업 없이 그대로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바디워시 용기는 100% 재생 플라스틱이며 겉면 포장재인 수축 필름에 절취선을 넣어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제작했다.

환경부의 재행정예고에 한 누리꾼은 “요즘 화장품 브랜드들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공병 수거나 제로 웨이스트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정착된 건 아니다”라며 “여전히 화장품 포장재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하지 않는 법안은 환경을 위해 다시 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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