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허버’ 혐오 표현 논쟁... 커뮤니티 신조어 모르고 썼다간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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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허버’ 혐오 표현 논쟁... 커뮤니티 신조어 모르고 썼다간 낭패
  • 취재기자 정은희
  • 승인 2021.03.1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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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혐오’ 논란 이모티콘 판매 중지
네티즌들, ‘허버허버’ 표현 두고 갑론을박
카카오 측, “의도 없어... 언어는 시대상 반영”

카카오가 ‘허버허버’ 라는 표현이 사용된 일부 이모티콘을 판매 중지했다.

카카오가 ‘허버허버’ 라는 표현이 사용된 일부 이모티콘을 판매 중지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사진: 카카오 이모티콘 캡처).
카카오가 ‘허버허버’라는 표현이 사용된 일부 이모티콘을 판매 중지해 논란을 낳고 있다(사진: 카카오 이모티콘 캡처).

카카오는 ‘허버허버’라는 표현이 사용된 치즈적 작가의 ‘망충 하지만 적극적인 치즈덕’과 로잉 작가의 ‘민초가 세상을 지배한다! 민초토끼!’, 컨셉토끼 작가의 ‘과몰입 망붕왕! 망상토끼’ 이모티콘 판매를 중지한다고 17일 밝혔다.

‘허버허버’는 무언가를 급하게 먹는 소리를 표현한 인터넷 신조어다.

2018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이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음식을 급하게 먹는다며 뒷담화를 하던 중 ‘메기마냥 급하게 허버허버 먹는다’고 표현한 이후 이 표현은 다른 커뮤니티로 퍼지며 유행어가 됐다.

이를 둘러싸고 네티즌들은 ‘허버허버’라는 표현으로 논쟁을 벌였다. 남성 회원 중심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 혐오’에 기반한 단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다는 뜻으로 쓰는 하나의 ‘밈’(meme, 재미난 댓글, 영상 속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문화)일 뿐, 남성 혐오 의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카카오톡 고객센터에 허버허버 이모티콘 판매 중지 이유에 대해 문의했다.

카카오톡 고갠센터에선 허버허버 이모티콘 판매 중지와 관련해 논란에 대한 해명글을 게시했다(사진: 카카오톡 고객센터 캡처).
카카오톡 고객센터에선 허버허버 이모티콘 판매 중지와 관련해 논란에 대한 해명글을 게시했다(사진: 카카오톡 고객센터 캡처).

이에 카카오 측은 “해당 작품의 작가로부터 말씀 주신 의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해 작가 혹은 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상품의 판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일반 이용자들은 이러한 판매중지 조치가 과도한 필터링에서 불러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생 이 모(22) 씨는 “해당 표현이 들어간 이모티콘을 쓰면서 한 번도 혐오 표현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며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다는 신조어에 왜 ‘혐오’ 프레임이 씌워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인기 유튜버 ‘고기남자’도 자막에 ‘허버허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사과했다. 고기남자는 “허겁지겁 먹는 걸 나름 위트 있게 표현한다고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나온 단어를 썼던 것”이라며 “그게 그런(남성 혐오) 용어로 쓰인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해명했다.

카카오가 이모티콘 판매를 중지하고 논란이 된 유튜버가 해명글을 올렸지만 ‘허버허버’ 표현이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여전히 논쟁 중이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은 “논란 의도가 없다고 해도 언어의 시대상과 사회의 흐름에 맞춰 논란의 여지가 있는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 “이러한 사태로 언행에 있어 표현이 좀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다”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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