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시스템 허술... '디지털 교도소' 역할 놓고 찬반 공방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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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시스템 허술... '디지털 교도소' 역할 놓고 찬반 공방 뜨겁다
  • 취재기자 조봉선
  • 승인 2020.09.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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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된 대학생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회적 찬반 논쟁 후끈
“시민 안전에 있어 도움” vs “개인 신상 공개는 불법”
전문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실망, 국가가 돌아봐야"

대한민국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디지털 교도소 운영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디지털 교도소는 살인, 성범죄, 아동학대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개인정보 유포 사이트다. 아동 성착취로 악명을 떨친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의 신상이 웹사이트로 옮겨지면서 ‘디지털 교도소’가 세간의 화제가 됐다. 사이트 소개글에는 “대한민국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7월, 디지털 교도소는 ‘지인 능욕’이라는 죄목으로 고려대학교 학생 A(21) 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지인 능욕이란 음란물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해 유포하는 행위로, 디지털 교도소 측은 A 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같은 학과 학생의 사진과 음란물 합성을 의뢰해 성적으로 모욕하는 내용의 글귀를 적어 달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디지털 교도소는 A 씨가 음란성 게시물 제작을 요청한 증거라며 A 씨가 다른 사람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과 음성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전면 반박했다. A 씨는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신상정보는 자신이 맞으나 범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 씨는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른 적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준 적 있었다”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사이트 가입이 화근이 돼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디지털 교도소 측은 피해자와 A 씨의 지인을 통해 범죄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며 A 씨의 신상 공개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지난 3일, A 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A 씨의 친구는 대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A 씨가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후 온갖 악플과 협박 전화, 문자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으며, 7월에는 한 번 쓰러진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A 씨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교도소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 측은 “A 씨가 누명을 썼다고 생각한다면 디지털 포렌식과 음성파일 성문 대조로 진실을 밝히라”며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누명이라 주장하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디지털 교도소가 뜨거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사진: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캡처).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디지털 교도소가 뜨거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사진: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캡처).

디지털 교도소는 주로 이메일이나 SNS를 통한 제보를 받아 운영된다.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 기간은 30년으로, 이들의 근황은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그러나 디지털 교도소는 정부나 경찰기관이 아닌 개인이 타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으며, 운영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 부딪히고 있다.

대학생 김소연(22, 경남 창원시) 씨는 “우리나라는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살인을 해도 결국에는 짧은 징역형이나 벌금형, 집행유예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왔다”며 “결국 디지털 교도소는 가벼운 처벌에 화가 난 사람들이 만들어낸 최후의 수단이자 법 대신 주는 또 다른 처벌”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직장인 황지훈(25, 부산시 사상구) 씨도 “디지털 교도소를 통해 경찰이 제공하지 않는 범죄자들의 신상과 근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강은혜(21, 경남 거제시) 씨는 정보의 정확성과 위법성을 강조하며 디지털 교도소 운영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강 씨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근황을 업데이트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정확성이 많이 떨어지는 정보”라며 “이는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사람이 범죄자가 맞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으며, 되레 억울한 피해자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강 씨는 “개인의 신상공개는 엄연히 불법”이라며 “아무리 가해자라고 한들 국가가 아닌 개인이 신상을 공개하고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조롱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현수(22, 경남 창원시) 씨는 “만일 디지털 교도소 운영이 지속된다면 소수 혹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타인을 사적으로 제재해도 된다고 생각하여 타인의 개인정보를 유포하는 등의 가능성이 존재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범죄자니까 이 정도 유포는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법을 가볍게, 우습게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일각에서는 ‘제2의 디지털 교도소 사태’를 막기 위해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 이수연(22, 경남 창원시) 씨는 “솜방망이 처벌이 ‘디지털 교도소’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국가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성대 심리학과 임낭연 교수는 문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디지털 교도소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이유는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범죄자에 대한 사법 시스템이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범죄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피해자가 고통 속에 지내는데도 가해자가 잘 살아가는 모습을 많이 봐 온 국민들이 사적 제재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라며 “국가는 디지털 교도소가 왜 주목을 받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 “이번 디지털 교도소 사태를 통해 국민은 ‘건전한 회의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건전한 회의주의는 인간의 인식은 주관적·상대적이라는 점에서 진리의 절대성을 의심하고 궁극적인 판단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말한다.

임 교수는 “국민은 자신이 보거나 들은 정보를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사실인지, 출처가 무엇인지, 더 좋은 대안은 없는지 스스로 고민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온라인의 정보를 의심 없이 믿고 행동하기보다는 일단 회의적인 태도로 접근함으로써 가짜뉴스에 휘둘리거나 무고한 사람에게 온라인 테러를 가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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