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길고양이 놓고 '캣맘' 대 반대 주민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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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길고양이 놓고 '캣맘' 대 반대 주민 갈등 고조
  • 취재기자 김수빈
  • 승인 2020.07.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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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 "동물 보호는 당연" vs 반대 주민 "시끄럽고 사람 놀래켜"
계속되는 민원에 아파트 관리사무실은 난감함 호소

동물 보호, 동물 복지 등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길고양이를 두고 시민들의 대립이 잦다.

울산 중구 태화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서식하는 길고양이들 때문에 입주민들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보금자리를 만들어 돌봐 주는 일명 ‘캣맘’과 캣맘들의 돌봄 행위가 길고양이들을 더 끌어들인다며 반발하는 주민들이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 길고양이들 두고 주민들이 대립하는 곳이 많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아파트 단지 내 길고양이들 두고 주민들 간 갈등을 겪고 있다(사진: pxhere 무료 이미지).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는 유승현(22, 울산시 중구) 씨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길고양이를 만나면 간식으로 주려고 가방 속에 늘 츄르(고양이 긴식의 일종)를 하나씩 넣어 다닌다. 그녀는 “길고양이들이 밥을 못 먹으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질 텐데 그러면 악취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우리가 직접 밥을 챙겨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이 없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포근한 안식처를 마련해준 사람도 있다. 정미숙(52, 울산시 중구) 씨는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방석을 길고양이들이 많이 모이는 아파트 화단에 가져다 둔 적이 있다. 정 씨는 “어차피 갈 곳 없는 길고양이들 아니냐. 고양이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는 것에 크게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서 서식하고 있는 길고양이들은 입주민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아파트에서 23년째 거주하고 있는 김현종(58, 울산시 중구) 씨는 해를 거듭할수록 아파트 단지 내 길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여름엔 베란다 문을 열어두고 잠을 잘 때가 많은데 새벽에 간간히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나 싸우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깰 때가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길고양이가 튀어나와 입주민을 놀라게 하는 사례도 있다. 허 모(22, 울산시 중구) 씨는 아파트 쓰레기통이나 헌 옷 수거함을 열 때 그 안에 들어가 있던 고양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녀는 “그날 이후로 쓰레기통이나 헌 옷 수거함의 뚜껑을 열 때마다 또 고양이가  튀어나올까봐 무서워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뚜껑을 여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정대용(66) 씨는 아파트 단지 내 길고양이로 인한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람들이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행위를 막아달라는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민원에 따라 정 씨가 고양이 밥그릇이 있는 곳에 ‘고양이 밥 주지 마세요’라고 적힌 종이를 붙여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정 씨는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사람을 보면 다른 주민들이 싫어하니까 하지 말아 달라고는 하지만 더 이상 제재할 수는 없어 우리도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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