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쿨존 '옐로 카펫' 부설," 구호만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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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스쿨존 '옐로 카펫' 부설," 구호만 요란했다
  • 취재기자 이원영
  • 승인 2016.03.0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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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마다 예산 타령에 시늉뿐...'어린이 교통사고 1위' 오명 벗을 길 막막

‘스쿨존 문제점’ 본지 기획 보도 6개월 후 재점검해보니...


지난해 공개된 국감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빅뉴스는 작년 9월 기획 보도를 통해 부산지역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School Zone)의 현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본지 보도 후 6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부산 어린이보호구역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지자체가 세운 대책은 무엇인지를 재점검해 4회에 걸쳐 집중보도한다.

① [부산 스쿨존 재점검]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타령에 시늉으로 그치는 '옐로 카펫'
② 부산 스쿨존 재점검 – 예산 감축으로 지지부진한 스쿨존 확대
③ 부산 스쿨존 재점검 - 스쿨존 불법행위 단속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④ 부산 스쿨존 재점검 - 더 높아져야 할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 의식

 

▲ 어린이 보호구역 보도에 설치된 안전 울타리(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작년 8월 31일 부산 사상구 한 초등학교 앞 이면도로에서 8세 어린이가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달 4일 금정구에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린이가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잦은 교통사고 발생을 해결할 대안으로 본지가 기획보도를 통해 제시한 것 중 하나가 ‘옐로카펫(Yellow Carpet)’이다. 옐로카펫은 국제아동인권센터가 어린이 보행안전을 위해 고안한 장치시설물로, 횡단보도 앞 보도에 노란색 알루미늄 재질의 스티커를 부착해 만드는 삼각형 형태의 안전존을 말한다.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게 하고, 보색 대비를 활용해 어린이들이 운전자의 눈에 잘 보이게 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시설이다. 현재 서울 성북구·중구, 인천 서구, 광주 광산구, 부산 사상구·해운대구 등에 설치돼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선명한 노란색 바탕에 어린이가 서 있으면 훨씬 눈에 잘 띈다. 그래서 부산시는 옐로카펫의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해운대구 장산초 정문 앞 횡단보도에 설치된 옐로카펫(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현재 부산에 설치된 옐로카펫은 사상구 1개소, 해운대구 3개소가 있다. 사상구에 설치된 옐로카펫은 작년 8월 학교 앞 이면도로에서 8세 어린이가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던 사고가 발생한 삼덕초등학교 앞에 설치돼 있다. 해운대구는 작년 11월 운봉초, 반산초, 장산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3개소를 지정해 옐로카펫 시범 사업에 착수했다.

해운대구는 ‘2016년도 어린이보호구역 정비·개선 사업’의 하나로 관내 옐로카펫 10개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해운대구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현재 관내 초등학교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옐로 카펫이 필요한 지역을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취합해 선정된 후보지를 대상으로 주민이 직접 투표해 사업 대상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또 옐로 카펫 운영에 주민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사상구도 올해 관내 모든 초등학교 21곳을 대상으로 어린이보호구역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상구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보도와 안전 울타리 등을 설치 및 재정비하고, 추가적으로 2~3개소를 지정해 옐로카펫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상구 옐로카펫 설치 사업은 이달부터 4월 초까지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4월 말에서 5월 중으로 공사를 시작해 올해 상반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 사상구 삼덕초 앞에 설치된 옐로카펫(사진: 부산시 제공).

그러나 부산시의 ‘어린이보호구역 및 스쿨존 정비 사업’ 추진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보도 설치, 노면 재도색, 안전 펜스 설치, 표지판 교체 등 안전 시설물 관리가 주를 이루지만 예산 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부산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보도를 설치하는 데 비용이 가장 많이 든다. 시설물 정비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하고 남는 예산이 있으면 옐로카펫 사업을 추가적으로 계획하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 예산으로는 추가 진행이 어려운 사업”이라고 말했다.

옐로카펫 설치를 두고 정부는 “지자체가 예산 범위 내에서 선택할 문제”라고 지자체에 책임을 떠미는 반면, 부산시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올해 배정된 부산지역 어린이보호구역 및 스쿨존 정비 사업비 예산은 국비보조 7억 9천만 원, 시비보조 5억 6천만 원 등 총 13억 5천만 원이다. 작년까지는 어린이보호구역 관련 사업은 전액 국비 보조로 운영됐다. 올해 예산이 줄면서, 부산시가 시비로 예산 일부를 마련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개선사업 대상지로 지정되지 않은 미개선 구역과 재정비가 시급한 노후화된 구역이 많아서 시에서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며, “매해 어린이보호구역 사업 예산이 감축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재정비 사업 대상지로 1회 선정된 구역은 사업이 끝나면 재선정될 수 없다. 국민안전처 안전개선과 관계자는 “이후에 진행되는 사업은 유지·보수의 개념으로 지자체가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옐로카펫 경우도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을 위한 대책의 하나로 제안하는 차원일 뿐, 지자체 예산 안에서 자체적으로 선택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어린이 사망 사고 중 횡단보도 관련 사고가 많다. 사고의 주원인은 아동이 갑자기 횡단보도로 뛰어들면서 운전자가 이를 보지 못하는 것. 이 때문에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주민이 직접 지역의 안전을 위한 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옐로카펫 사업을 기획한 것이다. 국제아동인권센터가 작년 옐로카펫을 만드는 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면서 이 단체는 각종 언론사와 지자체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국제아동인권센터 관계자는 “많은 문의가 쇄도하지만 사업의 목적을 이해하는 경우가 드물다. 애초 사업명이 ‘아동이 안전한 마을 만들기 옐로카펫 사업’인데, 그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작년 사상구 주민들이 삼덕초 앞 횡단보도에 옐로카펫을 시공하고 있는 모습(사진: 부산시 제공).

국제아동인권센터 관계자는 “국민안전처에서 ‘2016 지역 교통안전환경 사업 계획 및 추진’과 관련한 공문을 지자체에 보냈는데, 거기에 어린이보호구역 개선 사업의 하나로 옐로카펫 설치를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옐로카펫의 본질적 가치인 사업 목적이 빠져 있어 아쉽다”며, “옐로카펫 사업은 단순히 시공업체의 공사가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마을 안전을 개선하는 데 동참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옐로카펫 사업비는 1개소 설치에 500만원이며, 이 비용의 70~80%가 재료비, 시공비로 사용된다. 나머지는 사업 설명회를 시작으로, 횡단보도 안전 조사, 옐로카펫 대상지 선정 투표, 워크숍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운영비로 쓰인다. 기본적으로 옐로카펫은 10~15명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특별 제작된 그래픽 노면표시재를 고무 망치로 바닥과 벽에 약 5시간 동안 두드려 부착시켜 완성된다. 국제아동인권센터 관계자는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작업을 통해 안전 의식을 고취하고, 어린이보호를 위한 일에 참여할 수 있는 일"이라며, "지자체가 아닌 기업체의 후원으로도 얼마든지 운영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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