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앞 도로 '옐로카펫' 깔자," "건널목엔 '턱'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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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앞 도로 '옐로카펫' 깔자," "건널목엔 '턱' 설치"
  • 취재기자 최위지
  • 승인 2015.09.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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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이 위험하다③] 어둠 속에서도 눈에 확 띄게..지자체들 각종 대책 골몰

[스쿨존이 위험하다①] 부산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율, 전국 1위
[스쿨존이 위험하다②] 학교앞 건널목서도 '쌩쌩' 일쑤...."제한속도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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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시 각 지자체와 경찰청 등 교통당국이 스쿨존 안전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사상구 삼덕 초등학교 학생 등 어린이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한데다 부산의 스쿨존 사고 발생률이 전국 1위라는 통계가 공개되면서 스쿨존 어린이 안전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라는 범 시민적 특명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지난 해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523건 중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는 딱 절반인 261건. 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지나는 어린이들에 대한 보호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 대연동 연포초등학교 앞 건널목에서 보행신호임에도 차량이 건널목을 통과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삼덕초 스쿨존 교통사고 발생 사흘 뒤인 9월 3일, 부산시를 비롯, 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 등 교통당국의 고위관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부산시 스쿨존에 대한 안전 실태자료를 바탕으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장시간 토론 끝에 이들이 내놓은 대책은 어린이들이 보행신호를 기다리며 도로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건널목의 턱을 높이고, 건널목을 두세 곳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특히 삼덕초가 위치한 사상구 삼락동 지역이 공장 밀집지역이라 길이 좁은 것도 위험요소로 지적돼 이곳에는 특수 페인트로 인도와 도로의 경계를 명확하게 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 같은 계획보다 더욱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1) 씨는 “스쿨존이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치지 말고 보다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스쿨존이 보호구역으로 여겨져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 아이들이 오히려 사고 위험에 노출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린이들이 스쿨존 내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들과 사회 각계각층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국제아동인권센터(대표: 이양희)에서 내놓은 ‘옐로 카펫(yellow carpet)은 스쿨존 내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옐로 카펫은 횡단보도 진입부의 벽과 바닥에 펼쳐진 노란색 공간을 의미한다. 벽과 바닥을 페인트가 아닌 노란색의 알루미늄 재질 스티커를 고무망치로 두드려 붙이는 방식으로, 내구성을 높이고 눈에 잘 띄도록 했다.

▲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 설치된 옐로카펫의 모습이다(사진: 시민 최가인 제공).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제복 팀장은 어린이가 횡단보도에서 안전하게 보행신호를 기다릴 수 있고 운전자는 어린이를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축, 디자인, 전기전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팀장은 넛지 디자인(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듯한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을 활용한 옐로 카펫 아이디어를 도출해 냈다. 그는 “옐로 카펫은 공간 형성이 주는 넛지 효과를 통해 아동이 안전한 영역에 머무르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색 대비를 활용해 운전자가 횡단보도 진입부에 서 있는 어린이를 쉽게 인식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는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또한 옐로 카펫 상단에 부착된 태양광 램프는 낮에 전력을 충전해 야간에는 사람을 감지하여 램프를 점등함으로써 야간에도 안전한 보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 옐로카펫 안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박하은(11) 어린이의 모습이다(사진: 시민 최가인 제공)

수도권에서부터 깔린 옐로 카펫은 부산에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제반 사항들이 많다. 사상구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옐로 카펫이 교통시설물로 등록되지 않아 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보니 계획 단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학부모들은 옐로 카펫을 설치하고자 하는 곳에 벽이 없거나, 식당이나 공장 등이 위치해 있는 경우, 보도블럭이 교체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제복 팀장은 “예산을 먼저 조성하기보다 시민 기금, 기업 후원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운전자가 스쿨존으로 진입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시키는 것도 사고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전체 스쿨존 중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꼽힌 43곳을 조사한 결과 사고 발생 주원인은 노면표시 퇴색, 안전표지와 중앙분리대 미설치 등 안전시설 미비가 84%로 가장 높았다. 부산에서 개인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조상석 씨는 “운전자들이 학교 주변에서 더욱 주의해서 운전해야 하는데, 스쿨존 내에서도 쌩쌩 달리는 차들이 많이 보인다. 이들이 더욱 주의해서 운전할 수 있도록 노면표시가 지워지거나, 글자 위에 아스팔트가 덧대져 있는 부분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대연동 학교 밀집지역의 스쿨존 노면표시가 퇴색되어 알아보기 힘들다(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이처럼 현재 스쿨존을 알리는 도로의 노면표시는 퇴색되거나 운전자가 가까이 가서야 표시내용을 인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시인성 노면표시가 경기도 안양시에서 최초로 시범운영됐다. 시인성 노면표시는 노면 표시가 도로 상에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것처럼 운전자에게 인식되어 글자의 가독성이 높고, 운전자 시선을 노면 표시로 유도할 수 있는 착시 효과를 이용한 노면 표시다. 안양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8월 31일부터 2개 곳에 시범적으로 시인성 노면표시를 운영하여 3개월 정도 모니터링 과정을 거친 후 효과를 검증하여 다른 지역으로 확대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안양시에서 최초로 시범 도입한 시인성 노면 표시 모습(사진: 심재민 의원 블로그).

충북 청주시에서는 지난해 5월 최초로 스쿨존 47곳 교차로의 신호등 몸체의 색깔을 노란색으로 교체한 ‘특수색 신호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청주시 교통행정팀 관계자는 “특수색 신호등이 운전자로 하여금 어린이 보호구역임 인지할 수 있도록 해 서행을 유도함으로써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청주시에서 최초로 시범 도입한 특수색 신호등의 모습(사진: 현대 HCN 방송 캡쳐).

스쿨존 내에서 계속해서 증가하는 교통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17일 부산에서는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렸다. 부산 경찰청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시청, 교육청, 도로교통공단, 녹색어머니회, 모범운전자회 등 기관대표들이 참석했다. 경찰청은 대책회의를 통해 “교육청과 협의체를 구성, 매 분기마다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스쿨존을 점검 및 보완하기로 하고 타 지역과 해외 우수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경찰청 교통과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지자체 예산으로 이루어져야 하다 보니 스쿨존 개선에도 한계는 있겠지만,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내 조카, 내 자식이 겪을 일이라는 생각으로 토론에 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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