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 전국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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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 전국 1위
  • 취재기자 이하림
  • 승인 2015.09.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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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이 위험하다 ①]1곳당 0.34건...건수론 경기, 서울 이어 3위

[스쿨존이 위험하다①] 부산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율, 전국 1위
[스쿨존이 위험하다②] 학교앞 건널목서도 '쌩쌩' 일쑤...."제한속도 난 몰라"
[스쿨존이 위험하다③] "학교앞 도로 '옐로카펫' 깔자," "건널목엔 '턱' 설치"
[스쿨존이 위험하다④] 미국선 도로 바닥에 'STOP'사인만 있어도 3초 정지
 

▲ 최근 5년 간 전국 스쿨존 사고 현황 표

지난달 31일, 부산 사상구 삼락동의 한 초등학교 앞 이면도로에서 8세 A군이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4일,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서도 9세 초등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 이들 사고는 모두 학교 반경 300m 내에 지정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school zone)에서 일어났다.

부산의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공개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4년까지 5년 간 부산 지역 스쿨존 879곳에서 300건의 크고작은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스쿨존 1곳당 0.34건인 셈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고 수치다. 부산 다음으로는 서울(0.3건), 제주(0.26건), 인천(0.24건) 순이었다.

건수 면에서는 경기가 515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서울로 511건이었다. 사상자 면에서도 경기(7명 사망, 541명 부상), 서울(9명 사망,520명 부상)이 1, 2위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는 총 2,945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 3,062명의 어린이가 부상했고, 35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국 시도 가운데, 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가 없는 지역은 대구, 울산, 제주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국감자료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것이다.

스쿨존은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 주변 일정한 거리 내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교통시설 체계를 어린이 중심으로 변경하는 제도다. 지난 1995년에 처음 도입된 이후 만 20년이 지났지만 어린이 교통사고가 줄어들기는커녕 여전히 OECD국가 중 사고발생 1위의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재개발이 한창인 부산시 남구 대연동 지역의 연포초등학교 앞에서는 지난달 한 어린이가 주택 철거현장에서 떨어진 파편에 맞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최근 부산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이곳은 스쿨존임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있기 전까지 안전펜스조차 쳐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사현장을 오가는 대형트럭으로 아이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연포초 3학년 이지현(10) 양은 “학교앞 차들이 쌩쌩 달리는데다 공사소리 때문에 차소리가 안 들려 차에 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최지영(35) 씨는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곳이 이렇게 복잡하니 너무 불안하다”며 “아이들의 통행로를 따로 확보해 주든지 확실한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연포초 학교 앞 횡단보도는 녹색신호가 켜져있는 시간이 17초밖에 되지 않아 성인보다 보폭이 좁은 어린아이들이 안전하게 건너기 어려웠다. 하교길에 교문앞에서 녹색신호가 켜진 것을 보고 뛰어간 학생들이 건너편에 채 닿기 전에 신호등이 적색신호로 바뀌는 경우가 여러차례 목격됐다. 이지현 양은 “학교를 파한 뒤 곧장 학원이랑 공부방에 가야해 맨날 뛰어다니는데,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길 건너기가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 부산 금정구 서동 금사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아이들과 차량이 뒤섞여있다(사진: 학부모 제공).

공사현장이 들어서 있지 않은 학교의 스쿨존에서도 문제는 많았다. 금정구 서동의 금사초등학교는 등하교 시간만 되면 아이들과 주정차된 승용차들이 서로 뒤엉키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연출한다. 이들 승용차는 대부분 아이를 등하교시키는 학부모들의 차량이다. 학부모 서명숙(34) 씨는 “주정차된 차들 사이에 작은 아이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차에 치이기라도 할까봐 걱정"이라며 "비가오는 날은 더욱 심한데, 경비아저씨가 단속해도 씨알도 안먹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매일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최모(40) 씨는 “아이만 금방 내려주고 잘 살피면서 다니는데, 다른 아이들이 내 차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 씨는 또 “스쿨존에서 천천히 다녀야 되는 건 알고있지만, 출근시간이 급해 제대로 지키지는 못한다”며 “스쿨존 과속 범칙금이 일반 도로의 2배인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스쿨존에서는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 자동차의 통행을 제한할 수도 있고 구간 이동차량은 30km 이내의 주행속도를 유지해야한다. 이를 어길시 벌점과 범칙금이 일반보다 2배로 부과된다.

한편, 배 의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스쿨존 안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대책을 세우고 특별지도에 나서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학교 앞 사고를 막기 위해 이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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