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선입견 바꾸기
상태바
우울증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선입견 바꾸기
  • 부산시 금정구 김지현
  • 승인 2019.12.06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민에 잠긴 남성(사진: 시빅뉴스 DB).
고민에 잠긴 남성(사진: 시빅뉴스 DB).

극단적 선택의 큰 원인이 되는 우울증은 해가 갈수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연예인들의 우울증 고백과 미디어에서 우울증 환자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노출이 잦아지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문턱이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아직 정신건강의학과는 감기에 걸리면 바로 내과를 가는 것처럼 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는 없는 곳이다. 아직도 자신이 우울증에 걸린 것 같아도 혼자서 끙끙 앓기만 하고, 우울증이 심해져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에 의한 사망자 수는 1만 3670명으로,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엇보다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항우울제 소비량은 OECD 국가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우울증을 겪고 있어도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소리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사람들이 병원에 쉽사리 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뿐 아니라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숨기고 싶어 한다. 캐나다, 미국은 거의 국민의 반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2016년 기준 22.2%에 불과했다. 주위의 시선과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해 오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혹여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기록이 남아있으면 취직할 때 불이익이 생긴다고 생각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꺼린다. 하지만 진료기록은 개인적인 정보라서 기업에서 함부로 열람할 수 없다.

내 친구도 개인적인 악재들이 겹쳐 우울증 증상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친구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볼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혹여나 상담기록이 남아 취업에 불이익이 생길까 걱정했다. 그리고 학생이 지불하기에는 상담 금액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해서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고, 결국에는 우울한 마음을 혼자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약을 30일 이상 복용하면 일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린다. 우울증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자살 위험군으로 보기 때문에 5년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보험에 가입하려면 유병자 실손보험을 드는 수밖에 없다. 정신질환의 정도와 치료 기간 등을 세분화시켜 보험 가입 제한 기간을 조정한다면 사람들이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우울증을 조기에 치료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우울증에 대한 인식변화와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국가가 먼저 나서야 한다. 장기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인식 바꾸기’ 캠페인을 열어 국민들에게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 존재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 아니며, 안심하고 병원에 가도 된다’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TV나 버스 정류장 등에 게재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나가야 한다.

기업은 직장인들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주기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대학교에서도 대학 자체에서 학생들의 심리를 상담해주는 시스템을 학생들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들의 태도 변화도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거부감을 거둬야 한다. 혹여나 자신이 우울증에 의심된다면,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거나 상담센터 등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 이상한 시선으로 보거나, 동정 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와 같다’는 말이 있다. 우울증은 그만큼 걸리기 쉽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우울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서 우울증도 감기에 걸린 것처럼 사람들에게 말하고, 당당하게 치료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