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답변⋅김학의 판결은 참 공감 곤란... "국민 바보로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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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답변⋅김학의 판결은 참 공감 곤란... "국민 바보로 아나"?
  • 부산시 연제구 조윤화
  • 승인 2019.12.0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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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사진: 더팩트 제공).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이는 정치권 비리를 다룬 영화의 한 대목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실제로 한 말이다. 국민을 우매한 집단으로 보는 정치·법조인이 나 전 장관에 그쳤으면 좋았겠지만, 뉴스를 보다 보면 “이 사람은 국민을 정말 바보로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례로 언론에 따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씨가 작년 1월 사모펀드 주식을 사던 당일, 조 전 장관은 청와대 인근 근처 ATM기기를 이용해 부인에게 4000만 원을 입금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 씨는 조 전 장관이 보낸 돈을 주식 매입에 썼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은 "돈을 보낸 것은 맞지만, 주식 사는 데 사용하는 것은 몰랐다"고 밝혔다. 뉴스를 보다 해당 대목을 읽고 웃음이 터졌다. 세상에 아내에게 4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보내면서 이유도 묻지 않고 송금했다는 말을 누가 믿을까? 조 전 장관이 아내의 주식 투자를 알고 돈을 보냈다면 이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니 그저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면피성 발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는 약과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재판 결과를 언론을 통해 접할 때마다 “재판부도 국민을 눈뜬 장님으로 보고 있구나”라는 확신이 든다. 지난 24일 법원은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을 둘러싼 여러 혐의 가운데 핵심으로 꼽을 만한 이른바 ‘별장 성 접대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애초 혐의 판단 대상에 들지도 못했다. 법원은 김 전 차관에게 적용된 대부분의 뇌물 혐의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고, 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뇌물죄의 필수 요소인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러한 판결과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점 두 가지를 꼽아보겠다. 먼저, 언론에 따르면,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스폰서’로 지목된 윤중천 씨의 부탁으로 특정 인물의 형사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줬다는 ‘수뢰후부정처사죄’에 대해서도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도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법조계 고위급 간부가 지인의 부탁으로 형사사건 진행 상황을 유출한 사실을 두고 재판부가 잘못이 아니라고 봤다는 게 믿기 어렵다. 이에 대해 한 경찰관은 “만일 경찰이 지인에게 형사사건 진행 상황을 유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구속되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김 전 차관이 차명 계좌를 이용해 저축은행 회장 김 모 씨로부터 1억 5000만 원가량의 뇌물을 받았다며 검찰이 추가 기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언론에 따르면, 재판부는 "김 씨가 이미 숨졌고, 사건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없어 어떤 방식으로 송금이 이루어진 것인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의심은 많이 가긴 하지만 해당 사정만으로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돈 걱정할 일 없는 ‘그들만의 세상’에서는 지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1억 5000만 원을 주고받고 하나보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공소시효에 발목 잡혀 성접대 죄목으로 김 전 차관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현실이다.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 건으로 김 전 차관이 처음으로 재판받을 당시 검찰은 “동영상 속 남자를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그리고 올해 4월 YTN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폭로하는 차원에서 동영상 일부를 공개한다”며 선명한 고화질의 ‘김학의 동영상’을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YTN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서 김 전 차관이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죄가 있어도 공소시효 때까지 ‘잘만 버티면 무죄가 된다”는 예시의 표본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피고인은 자신이 지은 죄에 관한 책임을, 검찰은 봐주기 수사, 늦장 대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죄가 드러났음에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 김 전 차관이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돈 있고 권력을 쥐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정부는 뭔가 좀 다를 거다”라는 근거 없던 나의 믿음과 기대는 어디로 다 사라져 버렸는지, ’기회의 평등,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하긴커녕 뉴스를 보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계속해서 곱씹게 되는 요즘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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