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툰 ‘오쪼씨’ 그리는 대학생, “재능+취미=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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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툰 ‘오쪼씨’ 그리는 대학생, “재능+취미=만족!”
  • 취재기자 임아연
  • 승인 2019.11.1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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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쪼씨 작가는 패션 디자이너 대학생 이은정 씨
한글버전 올리고, 미국 친구 도움으로 영어버전도 올리는 게 특징
자신이 디자인한 다이어리, 스마트폰 케이스도 인스타에서 판매

경성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김채연(24,울산시 남구) 씨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명이자 자신의 필명인 ‘오쪼씨’’다. 비록 전공인 패션디자인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작업을 하고 있지만, 채연 씨는 두 번째 이름으로 하고 있는 이 작업들이 가장 즐겁다.

김채연 씨(사진: 취재기자 임아연).
김채연 씨(사진: 취재기자 임아연).

김채연 씨가 오쪼씨라는 두 번째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인스타그램에 웹툰을 올리고 있는 그녀는 자신만의 필명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 던 중 스페인어로 8이라는 숫자가 ‘오쪼’인데 그 발음이 그녀에게 귀엽게 들렸다. 그래서 거기에 존칭어인 ‘씨’를 붙인 오쪼씨를 자신의 필명으로 사용하게 됐다. 채연 씨는 “오쪼라는 발음이 왠지 귀여워서 좋아하게 됐고, 그걸 내 필명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연 씨는 현재 오쪼씨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 웹툰을 올리고 있다. 소위 요새 인기 몰이 중인 인스타툰’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채연 씨의 오랜 꿈이었던 만화가라는 꿈을 드디어 이룬 것이다. 그녀는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어 취미로 만화를 그리곤 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면서 공부가 바빠지다보니 어느새 만화그리기를 그만 두게 됐다. 채연 씨는 “대학생이 되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어린 시절 꿈이 싹텄고, 다시 한 번 시작해보자고 시도하다가 인스타툰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오쪼씨 인스타그램의 모습. 여러 가지 작업물이 올라와 있다(사진: 오쪼씨 인스타그램 캡처).
오쪼씨 인스타그램의 모습. 여러 가지 작업물이 올라와 있다(사진: 오쪼씨 인스타그램 캡처).

채연 씨가 만화를 그리는 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재미’다. 자신이 만화 그리는 게 재미있어야 꾸준히 웹툰을 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자들이 공감하는 내용의 웹툰을 그리자는 것이다. 채연 씨는 “보여주기 위해서 만화를 그리면 독자들이 금방 외면하게 된다. 독자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고 말했다.

채연 씨는 자신과 다른 인스타툰 작가들과 차이가 나는 점은 웹툰의 특정 카테고리가 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다양한 주제로 만화를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재미를 우선으로 그리다보니 그녀의 인스타웹툰은 주제가 다양해졌다. 채연 씨는 자신의 인스타툰을 영어 버전으로도 올리는 게 자신만의 특징으로 꼽는다. 채연 씨는 통상 한글로 만화를 올리고 얼마 뒤에 다시 영어 버전을 올린다. 미국 친구가 영어 버전으로 올려달라는 부탁을 해서 그 친구의 도움으로 영어 버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자신의 인스타툰 특징이 된 것이다. 채연 씨는 “어디까지나 내 만족과 재미가 목적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주제로 만화를 그린다”고 했다.

오쪼씨 계정의 만화. 한글과 영어가 함께 있다(사진: 오쪼씨 인스타툰 캡처).
오쪼씨 계정의 만화. 한글과 영어가 함께 있다(사진: 오쪼씨 인스타툰 캡처).

채연 씨는 만화를 올리는 것이 늘 즐겁지만은 않다. 그녀는 작가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으로 ‘꾸준함’을 꼽았다. 일단 자신은 학생 신분이고 공부를 포함한 다른 할 일도 많아서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분량을 그려서 꾸준히 올리는 것이 많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해결책이 바로 그림체 간소화였다. 그녀의 웹툰 그림은 간단하고 간소하다. 주제와 내용을 오래 생각하지만 그리는 데는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웹툰 연제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인스타툰이 돈이 되지 않는 것도 어려운 점 중 하나다. 채연 씨는 “그림체를 간소화하니 이번엔 채색이 문제였다. 그래서 슬럼프 극복 후 또 다른 슬럼프가 왔다”고 말했다.

채연 씨가 오쪼씨 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디자인이다. 자신의 전공인 패션 디자인을 살렸다고 볼 수도 있다. 채연 씨는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디자인해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판매했던 물품에는 메모지, 인테리어 포스터, 다이어리 등이 있다. 채연 씨는 현재 스마트폰 케이스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종이접기 도안, 빨대 케이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채연 씨는 “지금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종이접기 교육 담당이어서 종이를 인쇄해서 접었을 때 예쁘게 나오게 도면을 디자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디자인으로 여러 활동을 하지만 힘든 점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자신이 만들고 싶은 물건을 만들어도, 적자가 많이 난다는 것. 졸업 후에도 계속 다양한 디자인 작업 활동을 하며 디자인한 물건을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걱정이 크다. 채연 씨는 “과연 내가 이것을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크다. 하지만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인스타툰도 그리고 이런저런 디자인 물품을 상품화해보겠다”고 말했다.다양한 노력으로 자신의 재능을 디자인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인생도 미래에는 다채롭게 디자인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오쪼씨 계정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이어리. 개인이 인쇄하기 때문에 기간 제한을 두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아연).
오쪼씨 계정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이어리. 개인이 인쇄하기 때문에 기간 제한을 두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임아연).

김채연 씨의 인스타툰 작가를 제외한 또 다른 직업으로는 미술학원 강사가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그렇듯 생활비가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로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술학원 강사를 하면서 만화의 소재를 얻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줘서 만족스럽다. 김채연 씨는 “학원 수강생 아이들이 성인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조합의 채색이나 배치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서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오쪼씨 만화 중 학원 수강생 아이들이 소재인 만화(사진: 취재기자 임아연).
오쪼씨 만화 중 학원 수강생 아이들이 소재인 만화(사진: 취재기자 임아연).

모든 일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법.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도 많은 고충이 있었다. 김채연 씨는 아이들이 말을 정말 안 들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육학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훈육의 문제도 있었다. 김채연 씨는 “내가 아직 사회적으로 젊은 축에 속해서 그런지 저학년 남자아이들이 내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만화 작가, 미술학원 강사로도 살고 있지만 김채연 씨의 본래 신분은 학생이다. 현재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김채연 씨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인 만큼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우선은 졸업하고 나서 미술학원 강사를 계속 하며 개인 작업을 더 많이 할 계획이고, 자신이 제작해보지 못한 제품들을 제작하는 시간도 가질 것이다. 김채연 씨는 “취업을 할까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주변에 아직 취준생이 많고 휴학생도 많아서 부담을 가지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쪼씨 만화 중 스트레스에 관련된 만화(사진: 취재기자 임아연).
오쪼씨 만화 중 스트레스에 관련된 만화(사진: 취재기자 임아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어느 정도 세워 놓았지만 불안함은 마찬가지였다. 김채연 씨는 요즘 학교 상담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극도로 몰려왔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으면 마음 속에 계속 간직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채연 씨는 “목표를 위해서 억지로 하는 일은 괜찮지만, 억지로 목표를 설정하면 못하기 때문에 억지로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채연 씨는 졸업 후에도 만화를 계속 그릴 예정이다. 전업 만화가로 활동하기는 힘들지만, 취미 생활과 부업을 겸해서 계속 할 생각이다. 현재 김채연 씨의 계획은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미술학원 강사를 계속 하면서 인스타툰 연재와 디자인 물품 판매를 하는 것이다. 김채연 씨는 “회사 취업보다는 내 개인 작업을 더 많이 할 계획이고, 내가 못 만들어 봤던 물품을 다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채연 씨가 자신의 작품을 봐주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안되면 어때, 해보는 거지’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다이어리를 만드는 일을 맨 처음 구상한 시기는 2년 전이었다. 그러나 계속 미루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니 1주일 만에 구상이 거의 완성됐다. 김채연 씨는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안 하게 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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