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공연 활기 속 공연 에티켓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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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공연 활기 속 공연 에티켓 ‘뒷전’
  • 취재기자 유종화
  • 승인 2019.10.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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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입장, 공연중 자리 이동 등 관람 방해하는 행위 빈번
공연 촬영하다 들켜 도망 다니는 관객도 등장

대학생 도민섭(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연극을 보러 한 극장을 찾았다. 연극이 진행되던 중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 앞 쪽 빈자리까지 뛰어가더니 본래 앉아있던 자리보다 더 앞에서 소란스럽게 연극을 관람했다. 도 씨는 “일부 관객들이 자리를 이동하는 바람에 연극 관람이 심하게 방해됐다, 연극을 보러 가면 그런 사람들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문화회관의 대극장은 약 1400명 정도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유종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문화회관의 대극장은 약 1400명 정도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유종화).

문화 불모지라던 부산도 옛날과는 다르게 공연장 시설들이 많이 생겼고, 각 장르별로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다. 부산에는 뮤지컬 전문극장인 드림시어터도 있고, 오페라 전문극장인 오페라하우스도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공연 시설에 비해, 공연 문화의 기본인 관객들의 공연 관람 에티켓이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극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에티켓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공연장에 관객이 입장할 때부터 문제의 관객들이 생긴다. 공연 중에는 공연자와 관람객들 모두에 방해가 될 수 있어 뒤늦게 입장을 원하는 관객은 로비에서 대기시킨 후 장면전환, 혹은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나오는 타이밍에 입장시킨다. 하지만 간혹 본인의 지인이 출연 중이거나 아이가 안에 혼자 있다는 이유를 들며 무조건 입장시켜달라고 화를 내는 관객도 있다.

지정된 좌석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공연장의 관객 좌석은 ‘자유석’과 ‘지정좌석’으로 나뉜다, 물론 자유석은 관객이 원하는 아무 자리에 착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정좌석제일 경우, 황당한 문제가 발생한다. 관객 중 좌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 자리로 이동해서 착석하는 경우다. 보통 좌석마다 가격이 다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용납하기 힘든 행동이다.

부산문화회관에서 하우스 어셔로 근무 중인 배승경(23, 부산시 남구) 씨는 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에 버젓이 앉아있는 관객을 자주 목격한다. 또한, 공연이 시작되고 더 좋은 곳에서 보려고 자신의 좌석보다 더 비싼 빈 좌석으로 옮기는 관객도 종종 있다. 배 씨는 “자신이 금액을 지불하고 예약한 좌석이니만큼 불편하더라도 자기 좌석에 앉아 관람하는 게 예의”라고 말했다.

착석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지연관객’의 경우다. 지연관객이란 공연 중 자리를 이탈해 볼일을 보고 다시 입장을 원하는 관객을 말한다. 지각 관객도 지연관객의 일종이다. 그런데 지연관객은 보통 극장의 양 끝 뒷좌석(이를 지연관객석이라고 부른다)에 일단 앉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연 중 본래 자기 자리를 찾으려 다른 관객을 넘어가거나 앞으로 지나가 남의 시야를 가리면 공연관람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관객을 지연관객석으로 안내해도 적절한 이동 타이밍이 아닌데도 서둘러 자리를 이탈해 본래 자신의 좌석으로 돌아가려는 관객들 때문에 민폐를 끼친다. 또한, 옮길 타이밍을 안내하려는 안내원을 밀쳐서 안내원이 다칠 뻔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공연안내원 강유라(23, 경남 마산시)는 최근 안내 중 관객이 밀쳐서 사고를 당할 뻔했다. 늦게 온 관객을 계단 통로에서 몸으로 막고 일단 지연관객석에 앉으라고 안내하는 중이었다. 이 때 그 관객이 자기 멋대로 자기 좌석으로 내려가려고 강 씨를 밀쳤다. 그 때 강 씨는 뒷걸음을 치면서 넘어질 뻔했다. 강 씨는 “안내를 무시하는 행동이 제일 무섭다. 제발 안내를 좀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장연령제한을 어기려는 사람들도 골칫덩어리다. 공연에는 주최 측이 원해서, 혹은 공연의 특정 장면 수위가 높아서 입장연령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주로, 8세 이상으로 입장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즉, 미취학 아동은 관람이 불가하단 얘기다. 하지만 8세 미만 어린아이의 입장을 제한하면, 부모가 “우리 애는 조용하고 얌전하다. 다른 극장에서도 공연을 얌전히 보는 앤데 왜 여기서는 안 되냐?”며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연안내원 김민우(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입장연령이 되지 않는 아이를 입장시켜달라고 떼를 쓸 때마다 몹시 불쾌하다. 마치 본인 아이만 입장을 안 시켜주냐는 식으로 화를 내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김 씨는 다른 관객들이나 주최 측의 의견은 생각도 안하면서 자기 아이만 중요하다고 하는 관객의 태도에 몹시 화가 난다. 김 씨는 “공연장 오기 전에 입장연령 같이 기본적인 건 한 번 체크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장 내 음식물 취식 역시 잘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이 일은 주로 연령대가 높은 관객들이 잘 안 지키는 편이다. 극장 내 음식물을 금지하는 이유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음식을 먹으면 먹는 소리와 냄새 때문에 관람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극장 바닥에 음식을 흘리면 청소하기 힘들어 극장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 촬영 금지도 큰 문제다. 모든 공연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공연 중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 저작권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 찍는 소리와 플래시가 공연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촬영을 금지한다. 대학생 노한솔(26, 부산시 남구) 씨는 공연장 내 촬영 때문에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공연 관계자가 촬영하려는 관객을 발견하고 촬영을 제지하고 카메라를 압수하려하자, 해당 관객이 재빨리 공연장 안 다른 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공연 중인데도 카메라를 든 관객과 공연 관계자가 추격전을 벌였고,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펼쳐진 또 하나의 연극 공연 같은 장면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결국 촬영하려던 관객이 잡히고, 관계자들이 달려와 메모리 속 내용물을 지우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노 씨는 “그런 행위는 연극 공연을 심각하게 방해했다. 물론 저작권법에 따라서 그 관객은 법적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 사진과 같이 극장 에티켓에 대한 안내표지판이 각 게이트마다 설치돼있다(사진: 취재기자 유종화).
극장에 들어가기 전 사진과 같이 극장 에티켓에 대한 안내표지판이 각 게이트마다 설치돼있다(사진: 취재기자 유종화).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극장 측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할까? 각 극장의 홈페이지에는 공연 종류 별로 관람법, 공연 에티켓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관객들은 양이 많지만 공연을 관람하기 전 한 번이라도 읽고 안내원들의 통제를 이해하고 따라야 한다.

극장 안에도 간단하게 안내 팻말이 설치돼있다. 공연장 각 게이트 앞에는 음식물 섭취, 사진 촬영, 자리 이동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팻말이 설치돼있다. 공연을 관람하기 전 한 번 읽고 들어간다면 관객들은 에티켓 있는 관람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학교 등에서 공연 에티켓을 따로 교육하지는 않는다. 공연 관계자들은 공연 에티켓은 별도의 교육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공연 문화에 익숙해져야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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