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외 흡연할 곳 실종, 아파트는 층간 담배냄새 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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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외 흡연할 곳 실종, 아파트는 층간 담배냄새 분쟁 중
  • 취재기자 유종화
  • 승인 2019.10.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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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들, “숨어서 죄지은 것처럼 담배 피우고 있어요”
일본은 흡연구역 다수 설치해 분연정책 실시

2015년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일부 길거리와 업소 대부분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로 인해, 흡연자들은 어딜 가든 담배 피우기가 힘들어졌다. 금연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간접흡연의 피해를 하소연하는 사람들의 성화로 흡연자들에게는 맘 편히 담배 피울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금연구역 지정・관리 업무 지침’에 따르면, 기존의 금연구역을 포함해 음식점, 주점, PC방, 카페, 당구장, 버스정류장 및 지하철역 반경 10m 이내의 모든 장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나마 흡연자들이 맘 편히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하던 ‘실내 흡연 카페마저도 2019년 지침에 따라 전면 영업을 중단했다.

그럼 흡연자들은 어디서 담배를 피울까? 주점이나 PC방 일부에서는 법적 근거에 따라서 같은 실내 흡연실이 설치돼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넉넉한 환풍 시설 등 흡연 환경이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아 흡연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학생 도민섭(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PC방 흡연실은 좁고 환기가 잘 안 된다. 아마도 업주들이 경기도 안 좋은데 별도의 돈을 들여 쾌적한 실내 흡연실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 남구 경성대학교 앞 대학로의 한 술집. 업소 내에 흡연구역이 설치되지 않아 업소 앞에 의자 몇 개를 두고 흡연구역으로 사용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유종화).
부산시 남구 경성대학교 앞 대학로의 한 술집. 업소 내에 흡연구역이 설치되지 않아 업소 앞에 의자 몇 개를 두고 흡연구역으로 사용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유종화).

업소 실내에 흡연실을 설치하지 않은 곳은 업소 문 앞에 흡연구역을 설치한다. 하지만 가게 앞 흡연구역은 곧 길거리와 맞대어 있으므로 지나가는 보행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기 십상이다. 특히, 업소 앞을 지나는 비흡연자들은 업소 앞에서 죽 줄을 서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 모습도 눈에 걸리고 담배 연기 냄새로부터 불쾌감을 느낀다. 대학생 최유진(23, 부산시 사하구) 씨는 비흡연자다. 최 씨는 부산 서면 젊은이 거리나 경성대 앞 대학로를 지나가면 담배 냄새가 옷에 배어 곤혹스럽다. 최 씨는 “흡연자들이 담배 피우는 것은 존중한다. 대신 그들로부터 비흡연자들이 분리될 수 있도록 업소들은 자기 실내에 흡연구역을 제대로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내가 아닌 실외 일반 길거리에는 금연구역이 늘어나도 흡연구역이 별도로 마련된 곳은 거의 없다. 현재 부산 서면 큰 길거리, 대학로, 공원, 학교 주변,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주변 등 대부분의 공간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그에 따라, 흡연자들은 길거리에서 잠시 담배를 피우기 위해 금연구역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조금이라도 후미진 곳을 찾게 된다. 그리고 담배 냄새나 간접흡연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까봐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려야 한다. 대학생 배모(23, 부산시 남구) 씨는 “담배 피울 공간을 찾아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자도 아닌데 죄를 짓고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기분이다. 일본처럼 금연구역 길거리에 일본처럼 흡연부스를 설치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이연희 충남 서산시 의원은 금연구역인 아파트 내에 흡연 부스를 따로 만들어 줘야 한다고 중도일보를 통해서 주장했다. 이 의원은 여기서 “금연구역이 늘어난 만큼 흡연자들에게도 담배를 피울 장소를 확보해 주는 분연권을 보장해야 한다. 일본은 2003년부터 분연정책을 실시해 비흡연자와 흡연자를 분리하여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04년부터 분연정책을 시행했다. 분연정책이란 금연구역을 지정할 때 흡연구역을 따로 만들어 흡연자들을 비흡연자로부터 분리시키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서 설치된 일본의 흡연구역은 최대한 비흡연자들과 접촉이 없도록 건물 출입구와 먼 쪽에 위치해 있고, 나무와 화분 등으로 공간을 둘러싸 시각적인 혐오감을 줄인 곳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실외 흡연구역은 마련된 곳이 거의 없고 마련됐다 해도 시설이 열악하다. KTX 서울역이나 대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 같은 경우에는 흡연부스가 설치된 곳이 종종 있지만, 환기가 잘 안 되고, 공간이 좁아 흡연자들이 몰리면 흡연부스 밖으로 밀려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벌어진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비교적 넓직한 실외 공간에 흡연구역을 잘 갖추고 있는 편에 속한다.

부산의 한 대학에 설치된 흡연부스. 그러나 학생들은 흡연부스보다는 일반 휴게 공간을 더 많이 이용한다(사진: 취재기자 유종화).
부산의 한 대학에 설치된 흡연부스. 그러나 학생들은 흡연부스보다는 일반 휴게 공간을 더 많이 이용한다(사진: 취재기자 유종화).

아파트 사정은 더 심각하다. 요새 아파트 자기 집안에서 흡연하다가는 특히 여름철에 아래 윗집과 층간 소음이 아니라 ‘담배 냄새 분쟁’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계단으로 나가서 피우려면 관리사무소에서 붙여 놓은 “제발 계단에서 담배 피우지 말아주세요”라는 알림판과 부닥치고, 아파트 밖 어린이 놀이터나 공원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려면 지나가는 주민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다. ‘흡연자 인권연대’의 회원인 닉네임 smokingfree2 씨는 “각 아파트에 흡연구역이 하나씩만 있어도 쓰레기 모으는 곳이나 주변 골목을 어슬렁거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을 회원 게시판에 올렸다.

부산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부산에서는 흡연구역을 지정하고 합당한 시설을 설치할 계획은 없다. 흡연자들은 흡연권을 주장하면서 흡연구역 지정과 시설을 요구하지만 정식으로 시청이나 구청에 민원을 접수하지는 않고 있다. 실제 시청과 구청 민원게시판에는 흡연구역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흡연자 김성환(24, 부산시 남구) 씨는“요즘 대세가 금연이고 흡연자들이 당당히 흡연구역이나 시설을 요구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나서서 민원을 넣고 싶지는 않다”고 흡연자의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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