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수강 과목 사고파는 대학가 강의 사고팔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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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수강 과목 사고파는 대학가 강의 사고팔기 등장
  • 경북 구미시 박지혜
  • 승인 2019.09.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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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대학교는 1년에 두 번,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순간이 있다. 바로 매학기 반복되는 인터넷‘수강신청’때문이다. 1만여 재학생들이 인터넷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네이버에서 우리 학교 이름을 검색하다보니 순식간에 우리 학교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것이다. 수강신청은“한 학기 자신이 어떤 과목을 신청해서 듣느냐가 한 학기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 모든 학생들에겐 그만큼 중요한 날이다.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보이는 메시지(사진: 시빅뉴스 DB).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보이는 메시지(사진: 시빅뉴스 DB).

보통 수강신청은 3일 동안 시행되지만, 마치 명절 귀성표 예매 전쟁하듯, 단 하루 짧은 시간 몇 번의 클릭으로 자신이 한 학기 동안 들을 과목이 결정된다. 그리고 수강신청 이후 학생들은 자신이 계획했던 과목이 아닌 과목을 할 수 없이 신청하게 되면 개강 후, 수강 정정기간에 수강 과목 변경을 노리지만 이것도 과목마다 결원이 생겨야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신종 수강정정 방법이 생겨났다. 학교 익명 게시판에서 강의를 교환하자는 글을 올리고 서로 과목을 교환하는 방법이다. 나는 원래 게시판에서 수강신청 날 어떻게 하면 과목 담기에 성공할 수 있는지, 무슨 시계를 써야 정각이 되면 빠른 시간에 클릭해서 학교 수강신청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지 등 수강신청 성공 비결 글을 많이 봤지만, 이번 수강신청 기간에는 전에 없던 강의 교환 글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는 순수 강의 교환 형태가 학생들끼리 강의를 사고파는 일명‘강의매매’로 발전하고 있다. 원래 자신이 신청한 과목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교환하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돈’으로 강의를 거래하는 일은 처음 접했다. 자신이 신청한 과목을 다른 사람에게 팔 경우 답례로 카카오톡에 있는 기프티콘 선물 증정을 하는 사례도 있다. 여기까지는 애교스럽게 보여 이해가 됐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에서는 한 강의 당 기본 5만 원에서 많으면 25만 원까지 거래를 한다고 한다. 우리 학교 게시판에서는 그렇게까지 고액의 금액을 요구하는 글을 본 적은 없지만, 강의를 돈으로 사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강의 사고팔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학생 수 대비 교수 인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도 이번에 수강신청할 때, 이전보다 훨씬 치열한 수강신청 전쟁을 겪었다. 그리고 게시판에서는 대부분 학생들이 수강신청에 실패해 제발 과목을 팔아달라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바로 선택교양 과목의 수를 줄이고,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는 과목의 비중을 늘렸기 때문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수강신청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사실 특정 과목을 꼭 들어야하는 절실한 학생들이 많다. 그 특정 과목을 들어야 졸업이 가능하다든지, 재수강을 해야 하는 학생도 있는데, 학생 수에 비해 수강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정작 강의를 들어야할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강의 사고팔기에 대해 일부 대학에서는 학칙으로 금지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이용하는 게시판은 익명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대학은 올바른 제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한 학기 등록금을 내고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들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학교 측에서는 과목 수를 늘려 학생들에게 들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한다. 그리고 더이상 은밀한 강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학생과 교수가 적극적으로 소통해 불편한 사항들을 개선해 나가야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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