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새로운 처벌법으로 심판되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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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 새로운 처벌법으로 심판되어야 할 때
  • 경남 함안군 조봉선
  • 승인 2019.04.0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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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경남 함안군 조봉선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 문화를 말한다. 즉, 간호사들끼리 군기를 잡는 문화다. 생명을 책임지는 직업인지라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간호사들의 특성상 위계질서와 엄격한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태움이다. 

그러나 잘못된 위계질서와 교육 방법으로 인해 태움은 현재 사회의 큰 문제로 자리 잡게 됐다. 지난 7일, 태움 피해 간호사 故 박선욱 씨가 산업재해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간호사 교육 등 구조적 문제에서 야기된 과중한 업무로 인한 자살에 대해 산재를 인정한 것이라며 산재 인정 사유를 밝혔다.

작년 2월, 박선욱 씨는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박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그녀의 남자친구와 유족들은 박 씨의 유서와 그녀가 생전 토로했던 고민들을 증거로 내세우며 태움 문화가 박 씨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그렇게 간호사들의 추악한 문화 ‘태움’은 피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태움' 피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간호사들의 추악한 문화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사진: 더 팩트 제공).

태움은 환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일어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를 담당했던 간호사는 신입 간호사였는지 다른 간호사들에 비해 모든 것이 서툴렀고, 때문에 선임 간호사들에게 혼나기 일쑤였다. 그러다 신입 간호사의 실수로 인해 약물 부작용이 일어나 내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게 됐다. 이에 한 선임 간호사는 환자인 내가 지켜보는 앞에서 거침없이 신입 간호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것도 모자라 설거지와 심부름을 시키거나 식사시간에 업무지시를 내리는 괴롭힘까지 행사하며 신입 간호사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태움은 단순히 몇몇 간호사들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대학간호협회의 인권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7275명의 회원들 중 응답 간호사의 40.9%가 태움을 경험했다고 한다. 태움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간호사들이 증가하게 되자,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질적인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현직 간호사들의 비난을 받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태움이 발생하더라도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문제다. 우리나라 형법상 신체적 폭행과 심한 폭언은 폭행죄로 인정돼 처벌이 가능하지만 과도한 업무지시나 왕따 등은 처벌 근거가 없는 탓에 처벌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요즘 태움은 물리적인 폭행보다는 은근한 따돌림이 대부분이다. 그 변화에 맞게 처벌법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현재에 맞는 새로운 괴롭힘의 기준을 세우고 이를 근거로 처벌법을 개정해 가해자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태까지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받지 못하고 속앓이했을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변화는 빠르게 찾아와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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