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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곽경택 편③] "태종대에서 감성 키웠고 광복동에서 영화적 상상력 키웠다"'부산영화’ 대가 곽경택 감독에게 부산영화의 길을 묻다 / 차용범
[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곽경택 편②]에서 계속. 이 글은 인터뷰 시점이 5년 전 2013년인 까닭에 일부 내용은 현 시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 상상력 키운 ‘광복동 키드’

알려진 대로, 그는 초등에서 대학까지 부산에서 성장했다. 어릴 적 태종대 앞바다에 떠가는 배들을 보며 풍부한 감성을 키웠다. 특히 초등 4학년-토성중-부산고 졸업 때까지 토성동에 살며, 집 건너 광복동 극장가에서 살다시피 했다. ‘광복동 키드’다. 그 부산의 성장기는 그의 정서 형성과 작품 제작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한 인터뷰에서 그는 “고향 부산은 내 상상력의 모태”라고 말한 적도 있다.

“난 태종대에서 정을 알았고 광복동에서 상상력을 키웠다.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도 그의 상상력의 깊이는 호주에서 바다를 보고 자라며 얻은 것이라고 하더라. 난 영화 <친구>를 찍을 때 장동건, 유오성과 출연자들을 태종대부터 데려갔다. 바다를 따라 함께 걸으며 누구든 마음을 터놓고 친해질 수밖에 없는 곳이 태종대다.” 그는 뉴욕대 공부 때 그림이나 사진 한 장을 내주고 발표를 시키는 ‘상상수업’의 강의방식이 어릴 때 태종대의 배를 보며 상상했던 방식과 똑같았다고 기억한다.

영화 <친구>의 인기와 흥행비결은 기념비적이었으며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사진은 초등학생들이 영화 촬영 중간 쉬고 있는 곽경택 감독에게 사인을 요청하고 있는 모습(사진: 차용범 제공).

그는 학창시절 영화를 엄청 봤다. 당시 광복동은 부산의 대표적 극장가였다. 왕자ㆍ국도ㆍ제일ㆍ부산ㆍ대영, 그리고 자갈치 쪽 동명극장까지. 그는 휴일 아침 극장 간판을 보며 걷다 내키면 들어가 조조할인 영화를 봤다. <보디 히트>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처럼 진한 영화는 앉은 채로 몇 번씩 보기도 했다.

‘영화감독 곽경택’을 키운 데는 아버지도 큰 몫을 했다. 집에 컬러TV를 들여놓으면서 그간 쓰던 흑백TV를 아들 방으로 넣어 주셨다. 그는 주말마다 신바람 나게 영화를 봤다. 안테나를 잘 맞추면 일본 방송도 잡혔다. “이제 생각해보니 영화감독 된 것도 다 어려서 정해진 운명이었구나 싶다.” 그의 생각이다.

 

“난 부산 DNA 배어 있는 천상 부산사람”

Q. 부산사람이 보는 부산사람 기질, 어떤가?

“부산사람들은 뒤끝이 없다. 화끈하다. 거칠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소리만 클 뿐, 음흉하지도 않고 숨겨둔 셈도 없다 ‘됐나? 됐다!’ 두 마디면 끝이다. 응어리를 바다에 다 토해내고 살아서 그런가 보다.” 부산의 뜨거운 야구열 앞에 그도 예외가 아니다. 경기장에 나가 시구도 하고, 응원 맥주파티도 여는 부산 야구광이다.

Q. ‘인간 곽경택’에게 ‘고향 부산’은 어떤 의미인가?

"온 몸 세포 구석구석까지 부산의 DNA가 배어있는 것 같다. 난, 천상 부산사람이다.“ 그는 영화촬영이 없어도 한 달에 일주일은 부산에 온다. 어릴 적 익혔던 부산 음식가게부터 달려간다. 가야와 남포동의 밀면집, 국제시장 안 돼지국밥집까지.

Q. 앞으로도 부산에서 계속 영화를 제작할 생각인가?

"당연하다. 여러 모로 일하기 편하고 맘도 편하고, 부산 일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영화도시 부산 알리기 공격적 마케팅 필요

최근 플레이스 스토리텔링(place storytelling)이 새 화두다. 우리 삶에서 만나는 여러 공간들은 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 공간은 머무르다 떠난 사람에 의해 공간의 스토리로 전해질 수 있다. 결국 스토리를 통해 공간의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과정이다. 곽경택 역시 많은 부산영화를 제작하며, 많은 플레이스에서, 많은 스토리를 낳을 수 있었을 터. 부산은 과연 그 플레이스 마케팅을 잘 하고 있을까?

“어떤 일이든 완벽하긴 어렵다. 부산 역시 ‘영화도시 만들기’의 의지는 분명히 살아있다. 이런 의지와 애정이 없었다면 많은 영화ㆍ영화인이 부산으로 몰려들었겠는가. 그 결과, 부산은 한국의 영화중심도시로 도약하고, 세계 속에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키워가고 있다. 단, 그 마케팅 작업은 좀 더 공격적이었으면 좋겠다.” 앉아서 영화제 손님을 맞는 단계보단, TF팀을 만들어 중국ㆍ일본과 동남아에서 ‘영화도시 부산’을 PR하는 직접적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예 한 가지를 든다. <반지의 제왕> <킹콩>을 만든 뉴질랜드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은 고향 뉴질랜드에서 영화를 하고 싶어 헐리우드 영화를 많이 끌고 갔다고, 만나보니 1시간 중 59분을 뉴질랜드 영화의 장점을 얘기하더라고. 부산도 영화촬영지에 관한 한, 그 뛰어난 환경과 역량을 힘껏 ‘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곽경택 감독은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진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케이션 촬영 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곽 감독 모습(사진: 차용범 제공).

 

세계 속 명작 '부산영화‘, 그가 맡아야 할 남은 숙제

Q. 부산은 영화의 전당을 짓고 영화영상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아시아 영상산업 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그 미래는 어떨까?

“그 도시 비전, 오직 영화의 힘만으론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영화영상에의 뜨거운 의지와 함께, 도시의 경제적 역량도 맞물려야 하지 않을까? 영화의 전당, 너무 훌륭하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결국은 콘텐츠 싸움 아니겠나.” 부산의 독자적 노하우에 의존하지 말고, 다른 도시가 따라오지 못할 내ㆍ외형적 내용을 더, 공격적으로 갖춰가야 하리라는 것이다.

Q. 영화영상도시 부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산시-부산시민-영화계에, 각자 넘치고 모자라는 것은 무엇일까?

“부산시민에겐 무엇을 더 바라겠나. 부산처럼 영화를 애호하는 분위기가 어디 있나. 다만, 정부나 부산시 입장에선 공공기관 이전ㆍ센텀 클러스터 조성 같은 기반 굳히기와 함께, 좋은 영화를 끌어오는 노력이 더 필요할 듯하다. 영화계 역시 이젠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치에 의존하는 습관을 버릴 때가 아닌가 한다.” 그는 이 부분에서 “잘 알아서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붙였지만, 역대 대통령 또는 부산시장의 의지가 영화산업의 성쇠를 가름하는 상황은 극복해야 하리라는, 그런 생각이다.

곽경택 감독은 영화에서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영화 만드는 일이 좋다고 말한다. 그는 늘 영화 만드는 것이 참 행복하다. 사진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배우들과 참여해서 포즈를 취한 곽 감독(사진: 차용범 제공).

“영화ㆍ영상에 관한 한, 부산의 경쟁력은 서울을 넘어, 도쿄 상하이 베이징을 초월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내린 결론이다. 부산은 더 이상 서울의 ‘시다바리’가 아니라는 확신이다.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영화 역시 서울중심의 발전흐름을 보였지만 이제 그 중심은 부산으로 옮겨오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 바탕은 당연하다, 부산시의 적극적 의지와 지원, 부산시민의 열광적 애호의식이다.

그는 부산에서 성장하며 얻은 ‘부산DNA'를 온전히 ’부산영화‘의 발전에 쏟아 넣고 있다. 부산사나이의 기질대로 고향에 화끈하게 보은하는 과정이다. 그 역시 그 과정을 그렇게 즐겨하며 혼을 쏟아 매달리고 있으니, 보는 사람 역시 즐겁지 아니한가? 그래도 그에겐 남은 숙제가 있을 터이다. 영화 <친구>로 한국을 흔들었듯,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부산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그 ’메이드 인 부산‘ 명작을 기다리는 일 역시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즐거움 아니겠나?

1966년 부산 출생. 영화감독. 고신대 의대 재학 중 미국 유학, 1995년 뉴욕대 영화연출과 졸업. 1995년 단편 극영화 <영창 이야기>로 서울 단편 영화제 우수상. 1997년 <억수탕>으로 데뷔. 세 번째 장편영화 <친구>가 870만 관객을 동원, 제22회 청룡영화상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수상. 주요 작품으로 영화 <챔피언>(2002), <똥개>(2003), <태풍>(2005), <사랑>(2007), <눈에는 눈 이에는 이>(2008), <통증>(2011), <미운오리새끼>(2012) 등,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 지난해 SBS 연기자 발굴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 배우 지망생의 멘토로 출연, 이때 인연 맺은 신인배우들을 <미운오리새끼>에 전격 캐스팅, 화제. 수상경력 다수. 최근 연출한 영화는 <친구2>(2013), <극비수사>(2015), <희생부활자>(2015)가 있고, <기억을 만나다>(2017)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암수살인>(2018)은 각본과 제작 총지휘를 맡았다.

 

[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신옥진 편①]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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