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사 마셔야 화장실 사용가능"...야박한 카페 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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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사 마셔야 화장실 사용가능"...야박한 카페 인심
  • 취재기자 성하연
  • 승인 2015.06.11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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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장치 해놓고 영수증에 해제 비밀번호..고객아닌 외부인 무단사용 차단

지난 달, 대학생 이모(23, 부산시 사상구) 씨는 서면 길 한복판에서 갑자기 아랫배가 아파 주변에 있는 카페로 뛰어 들어갔다. 곧장 화장실로 달려간 이 씨는 어리둥절했다. 화장실 문에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씨는 카페 직원에게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직원이 “음료를 주문했냐?” 는 질문에 당황하며 어쩔 수 없이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계산 후 화장실 비밀번호가 적힌 영수증을 받고 나서야 이 씨는 급한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잠겨있는 화장실에 열쇠를 받아 사용해 본 적은 있어도 이처럼 영수증을 받아야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너무 야박하다”고 말했다.

최근 카페들이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한 고객에게만 무선인터넷을 허용하게 하는데 이어 화장실까지 잠금장치를 설치해 음료를 주문하지 않은 외부인의 화장실 사용을 차단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일부 매장은 잠금 비밀번호를 매일 바꾸는 곳도 있다.

▲ 왼쪽 사진은 카페 화장실에 잠금장치가 설치된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영수증에 비밀번호가 적힌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성하연).

유독 취객들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주변 커피 전문점에 화장실 잠금장치가 설치된 곳이 많다. 다른 곳의 화장실에 비해 청결 상태가 좋은 커피전문점 화장실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인 정모(25, 부산시 북구) 씨는 친구들과 부산시 북구 덕천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근처에 있던 카페로 향했다. 정 씨가 있던 술집의 화장실은 남녀공용이었고, 악취가 진동하기 때문이었다. 정 씨는 “술집 화장실 중에는 위생적인 화장실이 거의 없고, 특히 남녀공용이라 불편하다”며 “화장실만 쓰기 위해 카페를 들릴 때면 알바생들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눈 딱 감고 이용하고 나온 적이 많다”고 전했다.

커피 전문점 직원 김지영(23,부산시 진구) 씨가 일하는 카페는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매장이라 사람들이 화장실만 몰래 쓰고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마감 청소를 끝낸 후에 화장실을 써도 되냐고 물으며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다. 카페 사장이 화장실 잠금장치 설치를 생각해 보았지만, 화장실 사용할 때 마다 비밀번호를 물어보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영업에 방해될까봐 설치하지 않았다. 김 씨는 “디지털 잠금장치를 설치하려면 비용문제도 있지만, 손님들에게 이기적이라는 이미지를 줄까봐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한 커피전문점 출입문에 붙은 안내문 모습(사진출처: 한국일보)

그러나 화장실 잠금장치를 설치한 부산 진구 전포동의 한 커피 전문점 직원 강모(27) 씨는 “화장실 이용만을 위해 아무나 드나들면 자주 더러워져 청소문제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고 "청결문제로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강 씨는 “커피주문은 생략하고 화장실만 이용하려는 얌체고객들이 너무 많다”며 “더욱 청결하고 안전한 화장실 이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어락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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