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보안관은 노인들...취객 난동 등에 속수무책
상태바
지하철 보안관은 노인들...취객 난동 등에 속수무책
  • 취재기자 임동균
  • 승인 2015.05.13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지 못하고 쩔쩔매기 일쑤, "승객보호 커녕 되레 보호받을 대상" 지적도
▲ 지하철 내 취객의 폭력에 속수무책인 보안관 (사진: 박모 씨 제공)

지난 2월 말, 박모(23, 경북 경주시) 씨는 노포행 1호선 지하철에 올라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객차엔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고, 취객 한 명이 고성방가하고 있었다. 취객은 혼자서 소리를 지르더니 곧 다른 승객들을 향해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박 씨는 “나뿐 아니라 지하철 내 승객들은 모두 기분이 언짢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나서서 제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취객의 행동이 거칠어질 때쯤 돼서야 지하철 보완관이 도착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취객은 건장한 청년인데 반해, 보안관은 머리가 반백이었고, 한눈에 보기에도 60대는 돼 보였다. 보안관은 취객에게 다가가 어서 나가라고 말했다. 취객은 나가라는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소리를 쳤다. 그렇게 말싸움을 하기를 몇 분, 취객이 자리에 일어서 보안관을 멱살을 잡고 폭력을 행사했다. 이 장면을 보다 못한 박 씨는 자신에게도 피해가 올까 겁이 났고 결국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녀는 내리고 나서 상황은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 가끔씩 취객을 보면 그 때가 떠오른다. 박 씨는 “보안관이 왔지만, 해결되지도 않고 오히려 지하철이 공포감이 조성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도시철도 보안관 제도는 지하철 역사, 전동차 내 잡상인 단속뿐 아니라 범죄를 예방하고 승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도시철도 이용을 위해 부산교통공사가 도입한 제도이다. 하지만 현재 보안관은 만55세 이상 65세 이하를 대상으로 채용되고 있어, 객차 내 범죄를 예방하고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기엔 어려움이 있다.

대학생 이소정(22) 씨도 박 씨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이 씨는 지하철 옆 칸이 소란스러워 봤더니 보안관이 거친 행동을 하는 승객의 힘을 못 이겨 지하철에서 내리는 모습을 봤다. 그녀는 “보안관이 어르신이라 어쩔 수 없는 건 알겠지만, 객차에 남아 있는 승객들은 얼마나 불안했겠냐”고 말했다.

이 씨는 보안관이 잡상인을 단속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아무래도 객차 내 난동부리는 승객을 제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청년들이 하기도 어려운 일을 어르신들이 하고 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부산교통공사 영업부 조일규 주임은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사실이나, 지속적인 교육과 경찰관 합동근무를 통해 시민들이 편안하게 지하철을 이용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