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하철엔 특별한 볼거리가... " '테마 열차'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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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철엔 특별한 볼거리가... " '테마 열차' 각광
  • 취재기자 정은주
  • 승인 2014.12.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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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열차 내외부에 특정 주제 그림...조선통신사 열차, 월드컵 열차 등

딱딱하고 차가운 의자, 칙칙한 분위기, 그리고 온갖 광고로 도배된 벽면 등은 전형적인 한국 도시 지하철 내부 모습이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목적지로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안, 지하철 내부를 흥미롭게 쳐다볼 이유가 없다. 그저 고개를 내리고 스마트폰을 쳐다볼 뿐이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자마자, 시민들이 “우와~”하고 탄성을 자아내는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11월 1일부터 지하철 2호선에 운행되는 지하철 중 특정 지하철(이를 1편성이라 함) 10량의 내외부를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라바’ 캐릭터로 꾸며 운행 중에 있다. 이 라바 지하철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커다란 관심을 받았다. 라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여러 열차를 보내가며 일부러 기다리는 사람들도 생겼고, 라바 지하철을 탄 사람들이 각종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철도 마케팅을 ‘테마열차’라고 부르는데, 지하철 테마열차의 원조는 서울이 아니라 부산이다. 1일 평균 86만 1830명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며, 해수욕장이 있는 부산의 특징을 살려,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에서 열리는 많은 행사 주제들인 영화제, 해수욕 시즌 등에 맞춰 부산 지하철 한 편성의 객차 전부를 그 주제로 꾸며 운행하는 ‘테마열차’ 행사를 열고 있다.

전국 최초의 테마열차가 어느 도시에서 비롯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부산에서 2010년에 ‘월드컵 테마열차’가 등장했던 것이 가장 오래된 듯이 보인다. 이 테마열차는 현대자동차의 지원으로 기획된 일종의 광고였다. 이런 테마열차 형식의 기업광고가 2010년 이후 부산 지하철에 몇 차례 등장했다고 한다. 2013년에는 부산교통공사가 주관해서 부산국제영화제 테마열차를 만들어 운행했다고 한다.

그후 부산교통공사는 제69주년인 2014년 광복절을 맞아 부산의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을 부산시민에게 소개하기 위해 광복 테마 열차를 8월 14일부터 8월 말까지 운영했다. 지하철 1호선 두 편성 차량 중 각각 1개 칸씩 두 개 칸을 ‘응답하라 1945 부산’이라는 주제로 치장해서 운행했다. 열차 내 손잡이마다 태극이가 펄럭이고, 유리창에는 안희제 선생, 여성 독립운동가 박차정 의사, 항일투사 박재혁 의사 등 여러 독립운동가의 구국정신을 소개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또한 차량 바닥과 벽면은 1945년 부산 거리와 대한민국의 독립에 기뻐하며 환호하는 사람의 사진으로 채워져 광복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게 꾸며졌다.

김영식 부산교통공사 사장직무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광복열차가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부산의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을 재조명하고 광복절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교육의 공간이 되자는 취지로 운행됐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광복절뿐만 아니라 3.1절이나 제헌절 등과 같은 국경일마다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지하철만 타면 벽면과 유리창에 저절로 눈이 가게 되어, 광복절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도 뜻밖의 장소에서 역사를 배울 수 있으니 너무 좋은 이벤트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모든 연예인이 부산으로 다 모이는 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큰 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10월 2일 영화의 전당에서 개막돼 10일 동안 열렸다. 부산교통공사는 BIFF 기간에 맞춰 3주간 국제영화제를 테마로 ‘휴메트로 영화 열차’를 운행했다. 전동차 벽면에는 그 동안 부산 곳곳에서 촬영된 323편의 영화 포스터와 촬영 장면 사진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꾸며 포토존을 조성했고, 영화제의 상징 레드 카펫과 남포동 BIFF광장에 있는 영화계 거장들의 핸드프린팅 이미지로 객차 바닥이 장식됐다.

부산 수영구에 거주 중인 대학생 신민철(20) 군은 “학교를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열차 내부 바닥에 레드 카펫이 깔려 있어 놀랐다”며 “테마열차가 부산을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앞으로도 여러 테마로 열차를 꾸미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월 21일 제69주년 경찰의 날을 맞이하여, 부산교통공사는 도시철도 2호선 1편성 1량을 부산경찰을 테마로 꾸몄다. 벽면에는 포돌이 캐릭터를 107종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포토존이 설치됐으며, 유리창은 그동안 부산경찰의 감동 사연을 스토리텔링화한 삽화로 장식됐다. 또 바닥에는 4대 사회악 밑 각종 중요 범죄를 경찰 마크인 참수리가 척결하는 모습의 인포그래픽으로 채워졌다. 이 열차는 ‘안전한 부산, 든든한 부산경찰’을 주제로 10월 20일부터 11월 7일까지 18일간 운행됐다. 이 기간 중에는 경찰 테마 열차 안에서 유치원생과 부산경찰청장이 함께 지하철을 타면서 만나는 행사도 열렸다.

부산의 상징인 푸른 바다를 담은 파란 지하철도 부산 지하철 2호선을 달리고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 입구인 2호선 광안역 대합실 바닥과 벽면은 바다의 푸른 이미지로 가득하다. 여기에는 파도가 찰싹찰싹 치는 해수욕장이 행인들 발아래에 펼쳐져 있고, 벽면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담고 있다.

전남 목포시에 거주 중인 대학생 정유향(20) 씨는 “부산에 놀러 와서 지하철을 타니 지하철 내부가 해수욕장 이미지로 꾸며져 있어 내내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운행 중인 부산 테마열차도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2015년에 조선통신사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등재 신청할 계획인데, 이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조선통신사 테마열차가 이달 8일부터 28일까지 운행한다. 이 테마열차는 조선통신사가 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과거 조선통신사가 지나갔던 일본의 유적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지하철 승객들이 조선통신사 테마열차에 탑승해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SNS로 전송하면 소량의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부산문화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조선통신사의 한일 공동 유네스코 기록유산 신청은 현재 민간 주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부산시나 양국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이는 사실상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10월 13일부터 제10회 부산 국제합창제가 개막된 기간에는 일부 해외 합창단이 2호선 열차를 직접 탑승해 즉흥 공연해서 승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 광복절 69주년을 맞이해 광복 분위기로 꾸며진 부산 지하철 2호선 내부(사진출처: 부산 휴메트로 제공)
   
▲ 부산국제영화제를 맞이해 ‘휴메트로 영화 열차’로 꾸며진 2호선 열차 내부(사진출처: 부산 휴메트로 제공)
   
▲ 부산 지하철 2호선 해수욕장으로 꾸며진 내부 바닥(사진출처: 부산 휴메트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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