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핥기 아닌 속핥기 해외여행 도전기①] 런던에서 한 달 살기...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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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핥기 아닌 속핥기 해외여행 도전기①] 런던에서 한 달 살기...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가졌다
  • 취재기자 하세준
  • 승인 2018.11.1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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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세워하우스에서, 열심히 요리하며 식비 아끼고, 시장에서 장보며 런던 서민들과 교감 / 하세준 기자

2015년 6월 29일, 나는 45일간의 생애 첫 유럽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탔다. 7개국 27개 도시 여행이었다. 영국 런던에서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도시별로 2, 3일 정도씩 체류하는 짧은 여행을 하고 나니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한 것들 보다는 일정에 쫓겨 하지 못한 것들이 더 많이 생각났다. 그리고 나만의 특별한 45일간의 추억이라고 나는 생각했으나, 돌아와서 친구들과 대화해보니 다들 비슷하고 평범한 해외여행 경험담이었다. 누구도 하지 못한 경험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평범한 해외여행을 했다는 느낌은 달갑지 않았다. 결국, 2017년 10월 9일, 나는 ‘특별한’ 유럽 여행을 위해 학교를 휴학한 채 ‘런던 한 달 살기’에 도전했다.

런던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2015년의 유럽 여행 때, 낯선 대륙에서 나를 처음 반겨준 나라가 영국이었다. 또한,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15년 이상을 공부한 영어의 모국이라는 사실도 거들었다.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소설 <셜록홈즈>나 영화 <어바웃 타임>의 나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축구 국가대표인 손흥민 선수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함도 이유 중 하나였다.

떠나기 전, 100만 원으로 왕복 비행기 티켓을 준비한 나는 한 달간 나의 집이 되어줄 숙소를 구해야 했다. 주로 숙박시설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엔비를 통해 집을 찾아 볼 수 있었는데, 주방을 쓸 수 있는 ‘하우스 쉐어’를 선택했다. 하우스 쉐어란 집 안에 있는 방 하나를 빌려 주는 것으로 다른 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부엌이나 화장실 등 각자의 방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이다. 집에서 요리를 하면 식비를 아낄 수 있었고, 하우스 메이트들과 친구도 될 수 있을 것 같아 완벽한 선택지가 될 것 같았다. 런던 중심에 위치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결국 한 달간 120만 원에 숙소를 계약한 나는 출발 전부터 해외 자취라는 느낌에 런던 시민이라도 된 듯 특별한 소속감이 들었다.

한 달 동안 나에게 런던 집이 되어준 공간. 런던에 내 침실 공간이 있다는 느낌이 내가 런던 시민이라도 된 듯한 특별한 소속감을 주는 듯했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유난히도 길었던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자 한글날인 2017년 10월 9일, 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4시 30분 런던행 직항 비행기를 탔다. 12시간 정도의 비행 이후 도착한 런던은 이미 오후 8시, 해가진 저녁이었다. 착륙하자마자 직면했던 입국심사는 꽤나 까다로웠다. 나이가 들어 보이던 입국심사관은 “뭐하려고 30일이나 체류하는가?” 하고 시큰둥하게 질문을 시작했다. 원래 영국의 입국심사는 까다롭다고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 심한 것 같았다. 몇 달 전 있었던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 콘서트의 폭발 테러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결국 “불법 노동을 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하나?”라는 마지막 질문에 10여 분간 현금과 카드 잔액, 숙소 주소와 귀국 비행기 티켓과 여행 일정을 밝히고 불법으로 일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준 뒤에야 입국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험난했던 입국 뒤에 본 저녁 런던의 거리는 숙소로 가고 있는 나에게 한 달 살기가 시작됐음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공항에서 숙소를 가는 길에 본 런던의 저녁거리. 한국의 거리와 너무 달라 보여 한 달 살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런던에서 한 달 살기를 시작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식사였다. 삼시세끼를 모두 외식을 한다면 좋겠지만, 금전적으로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요리를 하는 것이었다. 부엌을 이용할 수 있는 숙소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 숙소 주위에 있는 작은 마트에서 주로 장을 볼 수 있었다. 달걀, 바게트, 베이컨과 과일을 주로 샀는데 평균적으로 하루에 1만 5000원 정도면 충분했다. 한 번씩은 파스타 면을 사기도 하고 스테이크용 고기도 샀었는데, 두 가지다 7000원 정도로 살 수 있었다. 특히, 과일은 정말 저렴했다. 한국에서는 ‘자취하면 과일 먹는 건 사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일이 비싼데, 영국에서는 포도 한 송이는 2000원이 넘는 걸 보기 힘들었고, 바나나 한 송이도 1500원이면 충분했다. 영국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가 7000원 정도이고,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 2만 원이 넘는 물가를 생각했을 때, 나는 요리를 통해 저렴한 런던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었다.

펍에서 저녁으로 먹은 햄버거, 칩. 그리고 맥주. 가격은 2만 3000원이다.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으면 더 싼 가격에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저녁 장을 보기 위해 시장에 가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됐다. 런던에는 큰 시장이 네 곳 있다. 매일 시장이 열려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짧은 여행으로는 방문하기 상당히 껄끄러운 면이 있는 곳들이다. 숙소에서 자전거로 5분, 지하철로 한 정거장이면 갈 수 있었던 버로우 마켓은 수요일에서 토요일, 아침 11시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만 정식 마켓(풀 마켓, full market)이 열렸다. 버로우 마켓은 홈메이드 빵에서부터 치즈, 야채, 버터 등 각종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데, 신선한 재품들이 많아 유명 영국인 쉐프인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 램지도 식재료를 사러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직접 만든 파이와 빵, 신선한 해산물을 팔고 있는 버로우 마켓. 정식 마켓이 열리지 않는 날에는 간단한 음식만 팔 뿐 시장의 본연의 모습은 볼 수 없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버로우 마켓 이외에도 런던에는 많은 시장들이 있다. 포토벨로 로드 마켓은 토요일에만 열리는 시장이다. 다양한 골동품도 구경할 수 있는 이곳은 영화 <노팅힐>에서 윌리엄 대커 역을 맡은 휴 그랜트가 “어떤 것은 진짜고 어떤 것은 가짜”라고 말한 그 곳이다. 일요일에만 열리는 선데이 업 마켓은 예쁜 꽃들과 빈티지한 옷이나 신발을 팔고 있었다. 유난히 날씨가 오락가락하던 런던이어서 나는 선데이 업 마켓에서 코트 한 벌을 사기도 했다. 캠든 마켓의 클로벌 키친은 전 세계의 음식을 팔고 있었다.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음식을 맛보게 해주어 한 달 살기 중의 ‘특식’이란 생각으로 심심한 내 요리 실력을 달래주기도 했다.

토요일에만 열리는 포토벨로 마켓의 엔틱한 모자를 파는 가게(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다양한 옷을 팔고 있는 선데이 업 마켓. 포토벨로 마켓이 엔틱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라면, 선데이 업 마켓은 빈티지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다양한 음식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캠든 마켓의 길거리 음식점 앞. 비가 와서 아쉬움을 주었다(사진: 취재기자 하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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