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청년 유튜버 ‘단 앤 조엘’,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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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년 유튜버 ‘단 앤 조엘’,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 취재기자 하세준
  • 승인 2018.11.0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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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곳곳 누비며 전통시장 등에서 찾아낸 감동 스토리를 다큐 시리즈로 담아...유창한 한국어 일품 / 하세준 기자

커피 한 잔 마시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커피 이야기>, 식사 한 끼를 같이 하며 인생 깊은 곳을 이야기하는 <디너 이야기>, 새롭게 바뀌고 있는 인천 모래내 시장을 다룬 <모래내 시장 속 이야기>, 남들의 불편한 시선과 맞서 싸우는 <서브컬쳐 이야기>.

이들은 한국의 구석구석을 현장감 있게 그려내고 한국 사람들의 디테일을 자연스럽게 묘사한 영상 다큐멘터리들이다. 이 다큐들은 유튜브에 들어가면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가 특이하다. 무척 한국적인 이 다큐들을 만든 이가 한국인이 아니다. 이 다큐멘터리 필름은 세상사람 모두가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으므로 모든 한국 사람들의 삶 역시 특별한 다큐멘터리 소재가 된다고 믿는 유튜브 채널 ‘단앤조엘’의 단(28, Daniel Bright)과 조엘(30, Joel Beneeshy)이 한국에서 만들고 있다.

유튜브 채널 “단엔조엘”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 청년 단(사진: 단의 개인 인스타그램).

단은 영국 웨일즈 출신으로 파트너 조엘과 함께 2017년 9월 30일 <한국 사랑하는 외국 남자 단 앤 조엘>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한국 관련 소재 영상들을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다. 한국을 소재로 다룬 다큐 영상들을 올리는 채널을 만든 이유를 단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한국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한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유튜브 채널 ‘단앤조엘’에 올릴 다큐멘터리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단(왼쪽)과 그의 파트너 조엘(사진: 단의 인스타그램).

단과 조엘은 런던에 거주하는 영국 청년들이었다. 단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고 고려대학교에 교환확생으로 와서 1년 간 체류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단은 한국에 대한 각별한 인연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조엘은 런던에 거주하면서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일하고 있었다.

2011년 9월, 단과 조엘은 런던의 한 교회에서 서로 만나 친구가 됐다. 그후 단과 조엘은 한국을 소재로 영국과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유튜브 채널 한국명 ‘영국 남자’ 영문명 ‘Korean Englishman’에 게스트로 출연하게 됐다. 원래 영국 남자는 '조쉬'라는 영국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로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한국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주로 다루고 있다. 조쉬는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영국 남자'를 통해 한국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단과 조엘이 우연히 조쉬를 만나게 됐고, 그게 인연이 되어 '영국 남자'에 출연하게 된 것. 단은 “‘영국 남자’의 조쉬가 우리를 한국이란 세계로 인도하게 된 셈”이라고 한국과의 인연을 밝혔다.

그후 단과 조엘은 유튜브 채널 ‘영국 남자’와 조엘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한국에 관한 몇 개의 비디오를 촬영해서 올렸다. 런던에서 찍는 한국 관련 비디오는 두 사람의 한국에 관한 호기심만 증폭시켰을 뿐이었다. 드디어 둘은 아예 한국에서 더 길게 머물면서 한국 문화를 탐험하고 이를 영상 기록으로 남기기로 하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렇게 이들이 한국에 온 것은 2017년이었다.

단과 조엘은 한국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을 좀 더 체계적으로 실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은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들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만드는 것이었다. 단은 “우리는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 장소들, 순간들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과 조엘은 한국적 이야기가 있는 곳과 장소를 찾아 한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았다. 한국과 호주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 아이의 아빠 이야기, 무에타이 선수가 될 뻔한 사진작가 이야기, 한국인과 흑인의 혼혈 아이가 한국에서 사는 이야기, 한국어를 쓰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의 한국살이 이야기, 소설 <이만큼 가까이>의 작가 정세랑 씨의 이야기 등등이 이들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소재가 됐다. 이렇게 그 어떤 한국 사람이 만든 한국적 다큐보다 더 한국적인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단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남들에게 널리 알릴만한 놀랍고 독특한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들은 지구상의 그 누구와도 소통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영상 다큐를 만들면서 한국인들과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그들의 촬영 대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들은 특별하지 않은 이웃 할머니나 시장에서 혼자 술 마시는 할아버지도 만나서 얘기를 듣고 그분들을 찍었다. 단은 “할 수 있는 한 오래도록 우리는 한국 사람들 이야기를 널리 알리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18만 구독자를 기록하고 있는 단앤조엘의 영상들은 한글 내레이션과 영어 자막으로 되어있다. 단이나 조엘이 영상에 진행자로 나오는데, 그들은 한국어를 기본적으로 사용한다. 원래 한국어 전공인 단과, 그동안 열심히 한국말을 배운 조엘의 노력 덕이기도 하다. 그들이 영상에서 영어로 이야기할 때는 한국 자막을 달아준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도 그래서 그들 영상을 보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영상의 질도 좋은 편이다. 한 네티즌은 “영상 수준이 거의 방송국 퀄리티”라고 댓글에서 평가하기도 했다. 다른 네티즌은 “한국어 실력이 이 정도로 유창할 줄이야”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다큐는 인천 가좌동에 있는 ‘모래내 시장’을 다룬 것이다. 모래내 시장은 1984년부터 열린 전통시장으로 조만간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다. 단은 이곳에서 4부작 영상을 찍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아줌마, 생선 손질하는 할머니, 떡 파는 상인들을 만났다. 시장 사람들은 생소한 이방인인 영국인들의 관심을 고마워했고 살갑게 대해 주었다. 그는 “모래내 시장을 그린 4부작 영상 속에서 진정한 한국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고, 전통시장은 한국의 역사가 숨 쉰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단은 “시장 사람들 이야기와 그분들과의 촬영 작업 기간 동안 나눈 정은 내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될 정도로 인상이 깊었다”고 덧붙였다.

정세랑 작가와 함께한 <커피 이야기> 시리즈의 영상. 한국어 자막과 영어자막이 같이 나와서 편하게 볼 수 있다(사진: Youtube '단앤조엘‘ 채널 캡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단과 조엘은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해달라고 날마다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 그들의 다큐는 그래서 인간 사랑이 담겨 있다. 그들은 소외된 구석의 한국 사람들과 그들의 얘기를 담기 위해 타투나 롱보드(파도타기 서핑의 일종) 같은 한국 속의 서브켤쳐도 다루고 있다. 단은 “한국 속의 문화와 사람들 얘기를 들려주면서 세상에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게 나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다. 우리 영상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도록 나 자신이 항상 창의적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단과 조엘은 운이 좋게도 몇몇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후원을 받고 있다. 18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그의 유튜브 채널도 그럭저럭 한국 생활의 재정적 바탕이 되고 있다. 단은 “하나님이 허락할 때까지 한국에서 한국에 관한 영상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늘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을 보는 그들의 한국적인 한국 영상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 그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서 말이다.

*편집자주: 위 기사의 취재는 단과 조엘 중 시빅뉴스와 연락이 닿은 '단'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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