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이여! 부산을 향해 묵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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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이여! 부산을 향해 묵념하라!”
  • 취재기자 하봉우
  • 승인 2014.11.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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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를 기리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 세계 곳곳서 개최

-전 세계인이 참여한 턴 투워드 부산 행사

▲ 11월 11일 11시, 사이렌 소리에 맞춰 묵념을 하는 사람들(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11월 11일 11시. 1분간 부산 전역에 추모 사이렌이 울렸다. 사이렌 소리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묵념했다. 이는 세계 평화와 자유 수호를 위해 목숨 바친 21개국 6.25 참전 유엔군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함이다. 묵념에 참여한 사람들은 비단 부산 시민뿐만이 아니었다. 전국, 전 세계 사람들이 이날 우리나라 시간에 해당하는 현지 시간에 부산 UN기념공원을 향해 묵념했다. 이 행사의 이름은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부산을 향하여)’이다.

턴 투워드 부산은 전 세계가 한 도시, 즉 부산을 향해 묵념하는 특별한 행사다. 6.25 참전용사 캐나다인 빈센트 커트니 씨가 유엔참전국 참전용사 협회에 이 행사를 제안했고, 2007년부터 참전용사 협회가 자체적으로 이 행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그후 여기에 속한 우리나라 참전용사들이 이 소식을 국가보훈처에 전달해서, 이 행사가 이듬해인 2008년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정부 행사로 격상됐다는 것이다.
이 행사에 11월, 11일, 11시, 1분 등 숫자 1이 강조되는 이유는 국경을 초월해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이 때 만큼은 하나(one)가 되자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행사의 홍보 슬로건도 “Moment to be One, Turn Toward Busan(하나가 되는 순간, 부산을 향하여)’였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이 행사를 전국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유명인 피케팅 영상, 티저 홍보 등 다양한 형태로 국내외에 홍보했다. 그 결과, 전국 각 학교와 해군작전사령부를 비롯한 군부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등지에서 UN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는 데 동참했다. 해외에서도 미국 알링턴국립묘지, 캐나다 오타와 시청 등 각지에서 한국 시각에 맞춰 새벽이든 밤이든 이 행사에 참여했다.

부산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턴 투워드 부산이 내포한 의미와 상징성은 부산이 보유한 그 어느 유무형 자산에 뒤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보훈처와 협의 후 이 행사를 브랜드화해 부산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행사가 세계적인 추모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쳤던 추모식

▲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 맞춰 거행된 UN기념공원 추모식(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 맞춰 부산 UN기념공원에서도 추모식이 거행됐다. 이 행사에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턴 투워드 부산 행사를 제안한 빈센트 커트니 씨, '참전용사의 날' 제정에 이바지한 캐나다 연아 마틴 상원의원, 터키 정부 대표단, 주한 외교사절, 유엔참전국 참전협회 대표, 참전용사, 국군 장병,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 도중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추모식에서는 국민의례, 애국가 제창, 헌화 후 추모사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빈센트 커트니 씨는 “6.25 전쟁에 대해 마땅히 알아야 할 젊은 세대에게 턴 투워드 부산의 취지를 알리는 데 애써준 대한민국 국가보훈처에 감사한다”며 “이곳에 잠든 이들을 포함해 이 땅에서 고귀한 생명을 바친 4만 1,000여 용감한 참전용사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할 것이다"라며 눈물지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이어진 추모사에서 “이 자리가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21개 참전국 참전용사들에게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추모사를 듣던 관객들도 한껏 상기된 모습이었다. 얼굴이 붉어지더니 급기야 울음을 터뜨린 60대 외국인 여성, 연단에 높게 걸린 21개국 국기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채 휠체어에몸을 실은 참전용사 등 많은 이들이 추모식에 동참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훈훈한 광경이 이어졌다. 전 북파공작원들을 필두로 한 우리나라 전직 군인들이 출구에 두 줄로 나란히 서서 행사장을 나오는 외국인 참전용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배웅한 것이다. 외국인 참전용사들은 활짝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예상치 못했던 배웅에 화답했다.

1971년 북한에 침투해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북파공작원(HID) 출신의 한 참여자는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준 사람들에게 박수 쳐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며 “먼저 돌아가신 선조들을 위해서 턴 투워드 부산 행사와 기념식이 계속 이어져야 하고, 우리 또한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념식 직후인 이날 정오에는 UN기념공원 근처 당곡공원에서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평화기념관’ 개관식이 시행됐다. 유엔평화기념관은 한국전쟁의 참상과 유엔 참전국의 활동, 유엔 역사 등을 사진, 글, 동영상 전시물로 전시해둔 곳으로, 유엔참전기념관을 포함한 3개의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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