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살아 돌아왔으면" 간절한 염원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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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살아 돌아왔으면" 간절한 염원을 담아...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4.04.24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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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등지서 시민 100여명 모여 촛불 집회

세월호 사건 여드레째인 23일 오후 5 40. 어스름해질 무렵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부산역 광장에 몰려들었다. 그들의 발길이 처음 향한 곳은 부산역 지하차도 연결 공사장 벽이었다. 바닥에 놓인 촛불 위로, 가로 15m 세로1.5m 가량의 흰 종이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간절히 기도할게’, ‘어서 돌아와’, ‘단원고 엄마들 힘내세요!’ 등 세월호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글들이 가득했다. 슬픈 표정으로 글을 하나하나 읽어가던 시민들은 이윽고 직접 펜을 들고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50대 남성은 말썽장이라도 좋다! 살아만 돌아와라!’는 종이를 벽에 붙였다.

이날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부산역 광장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부산지역 엄마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에 앞서 부산여성회와 부산학부모연대는 신속한 구조와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는 촛불을 매일 저녁 7시에 들겠다고 호소문을 내고 3일째 촛불을 밝혔다. 100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 행사에 모여 간절한 마음을 모았다.

 

▲ 4월 23일 저녁 7시, 부산역 광장에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를 위로하는 촛불이 밝혀졌다. 시민들은 '기다림'을 의미하는 노란리본을 달고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한 시민이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이 곳을 찾은 이들 중 유난히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쌀쌀한 밤바람에 감기라도 걸릴까, 두꺼운 점퍼에 모자까지 아이들을 본인보다 한두 겹 더 두껍게 입힌 채였다.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염원이 담긴 하얀 벽 아래 한 엄마는 무릎을 꿇고 조심스레 성호를 그었다. 한참을 눈을 감고 바닥에 앉아 있던 엄마는 영문도 모른 채 촛불 앞을 뛰노는 어린 아들의 손을 굳게 잡았다. 그 모자가 머물던 곳 근처 벽에는 이런 글 하나가 적혀 있었다. "지금 내가 내 아이를 안고 어루만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 그 분들에게는 일상이 아니기에 더 없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힘내세요!"

벽에 적힌 글들을 조용히 읽던 시민들의 마음은 한층 무거워진 듯했다. 곳곳에 눈물을 훔치는 엄마들의 모습도 보였다. 광장 가운데는 여성회 회원들이 촛불을 나눠주고 있었고 시민들은 자연스레 촛불을 받아 땅바닥에 자신의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무런 구호도, 외침도 없었다. 잔잔한 음악 속에 시민들은 그렇게 2시간 촛불을 들고 침묵으로 희생자와 가족들의 슬픔에 동참했다.

어린 아기를 안고 온 임영순(39, 부산시 사하구씨는 보채는 아기에게 젖병을 물리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두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더욱 마음이 아프고,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어른으로 참 부끄럽다아직 아이가 어리지만 이제 곧 소풍도 보내야 하고, 수학여행도 가게 될 텐데 나라를 믿을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교복을 입고 홀로 집회를 찾은 한 고등학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촛불을 들고 앉아 있었다. 어떻게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살짝 고개를 젓더니 한참 동안 눈물을 삼켰다. 힘들게 입을 뗀 그는 저도 실종된 아이들과 나이가 같아요. 저나 주위의 친구들처럼 대학 입시를 준비하다가 수학여행이라고 다들 신났었을 텐데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그는 연신 다 친구니까, 다 같은 친구니까…”라고 말하며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 "언니야들 오빠야들 빨리 돌아오세요!" 동현초 4년 박주영양이 어머니와 함께 촛불을 들었다(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어른이건 아이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슬픔은 마찬가지였다. 촛불을 들고 앉아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숙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엄마를 따라 집회에 참석한 박주영(부산 동현초등학교, 4학년) 양은 “TV에서도 보고 학교에서 선생님이 많이 말씀해주셨는데 언니, 오빠야들이 많이 죽었다고 해서 슬펐어요. (아직 구조되지 못한) 언니야, 오빠야들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여성회 회원 김화정(41) 씨는 더 이상 집에서 TV화면으로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촛불을 들고 나왔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수색이 재개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뉴스를 시청했다는 그는 아이들의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모든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 안산 등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실종자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촛불집회가 열렸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합동 분향소도 설치될 예정이다. 또, 젊은 세대를 시작으로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는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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