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당하는사람에겐 '끔찍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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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당하는사람에겐 '끔찍한 악몽'
  • 취재기자 구성경
  • 승인 2013.12.0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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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애'라는 이름의 집착... 관용적 사회 분위기 바꿔야
▲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히 이어나가는 윤 씨 (사진: 취재기자 구성경)

최근 우리 사회에 특정 이성에게 집착해 24시간 주위를 맴돌며 쫓아다니는 스토킹 피해가 늘고 있다. 과거 엔 운동선수나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주로 스토킹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일반인들의 피해 사례도 적지않다. 

울산시 구영리에 사는 직장인 윤 모(29) 씨는 5년 전 한 남자로부터 끈질긴 스토킹을 당했다. 그녀를 쫓아다닌 남자는 처음에는 그저 알고 지내던 친구 사이였다. 윤 씨는 당시 같은 회사에 다니던 김기주(당시 24세, 가명) 씨에게 약간의 도움을 준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김 씨는 윤 씨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식 때 김 씨는 매번 윤 씨 옆을 고수했다. 윤 씨는 그저 친한 친구처럼 김 씨를 대했고, 김 씨는 그것을 윤 씨의 호의라고 생각한 듯했다. 어느 날 윤 씨의 자리로 장미꽃이 배달되면서, 회사 내에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건 윤 씨와 김 씨가 사귄다는 소문이었다. 그 뒤 김 씨의 행동이 더욱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은근슬쩍 윤 씨 어깨에 손을 얹는 등의 스킨십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에까지 이르렀다. 윤 씨의 SNS에는 "우리 자기, 오늘 피로 전부 풀어요~ 사랑해요♥♥♥♥"와 같이 연인들이 나누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윤 씨가 그만하라고 하면 장난스럽게 넘어가려 하고 볼을 꼬집는 등의 행동도 했다.

  작은 소문이 몰고 온 커다란 소문

윤 씨는 견딜 수가 없었다. 수없이 법무사와 변호사를 만나 상담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당신이 그럴만한 행동을 했겠지"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윤 씨는 김 씨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것이 집착의 시작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맨 처음 그녀에게 보내온 김 씨의 메시지는 "너도 좋았잖아"였다. 이 메시지를 받는 순간, 윤 씨는 소름이 돋았고 메시지를 모두 지워버렸다. 회사에 출근하니 더 가관이었다. 회사에서는 윤 씨가 김 씨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윤 씨가 갑자기 결혼하기 싫다는 이유로 김 씨를 스토커로 고소한 파렴치한으로 소문나 있었던 것이다. 모두들 수군수군 거리다가 윤 씨가 나타나면 시치미를 떼고 윤 씨를 피했다. 윤 씨는 우울증이 찾아 왔고, 원인모를 두통에 시달리면서 더 이상 회사 생활이 불가능해져, 퇴사에 이르게 됐다.

 퇴사 후 더욱 심해진 스토킹

그래도 윤 씨는 퇴사를 하면 김 씨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그러나 어느 날 윤 씨에게 전화가 왔다. 바로 김 씨였다. 김 씨는 “네가 나를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냐. 집 앞이니 당장 내려와 사과하라"고 윽박질렀다. 그러한 나날들이 반복되고, 결국 윤 씨의 아버지와 오빠가 김 씨를 만나 욕설이 오가는 싸움도 했다. 하지만 김 씨는 포기하지 않고 당당히 열쇠공을 불러 아무도 없는 윤 씨 집에 들어가 윤 씨 소지품을 훔쳐 달아났다. 윤 씨에게 시시때때로 전화를 해 어디냐, 뭐하냐, 누구와 있느냐를 따져 물었다.

 고소로 끝난 얼룩진 사랑

윤 씨는 끝없이 변호사를 찾아다녔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대변해줄 변호사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윤 씨는 결국 그러한 변호사를 만났다. 윤 씨의 변호사는 “다들 스토킹이라고 해도 개인의 치정 문제라고만 생각할 뿐 누군가에게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우리의 목적은 정신적 피해 보상이 아닌 접근금지”라고 못 박았다.

 늘어나고 있는 일반인 스토킹

스토킹은 보통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공인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근래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스토킹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연간 스토킹 피해자는 18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토킹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일도 다반사다. 스토킹과 관련해 인천경찰청에 접수된 신변보호 신청 건수가 지난해 5건, 올해는 15건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경찰이 신변보호 조치를 한 것은 지난해 3건에 이어 올해는 12건이었다. 스토킹으로 인해 살해사건이 일어날 가능성도 따라서 높아지고 있다.

윤 씨는 아직도 5년 전 그 사건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다행히 법원으로부터 윤 씨의 접근금지신청이 받아들여져, 그녀는  김 씨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 후 두 살 연상의 최모(31) 씨를 만나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 윤 씨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스토킹에 대해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

윤 씨처럼 일반인 사이에도 스토킹을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일반인 스토킹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에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니냐. 좋아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부산 대연동에 살고 있는 김재우(25) 씨는 극장에서 우연히 만나 몇 번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로 몇 달째 쫓아다니는 최모(23) 여성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녀는 새벽녘부터 김 씨 집 앞에 서 있기도 하고, 무작정 수업시간에 찾아오기도 하며, 실제로 자신의 물건을 한두 가지 가지고 간 적도 있다. 김 씨는 최 씨에게 "계속 이런 식이면 고소하겠다"고 단호하게 대처했지만, 그녀는 "커피를 함께 마신 것도 당신이 호감을 보인 것이 아니냐"며 오히려 고소한다면 무고죄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겠다고 화를 냈다.

윤 씨 사건을 맡은 강모 변호사는 아직 우리나라에 스토킹에 대한 별도의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스토킹 피해가 가벼운 정도는 ‘경범죄 처벌법’으로, 폭행, 협박, 상해, 성폭행 등의 신체적 피해가 심각한 경우는 형법이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폭력 행위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고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강 변호사는 “일반인 스토킹의 경우, 입증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벌의 수위가 높지 않아 보복 범죄율이 높은 편이다. 만약 스토킹을 당하면 주저하지 말고 주위사람들에게 알리고, 작은 단서라도 지우지 말고 보관하여 수사기관에 알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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