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토킹 범죄,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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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스토킹 범죄,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 취재기자 성민주
  • 승인 2021.04.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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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스토킹 처벌법’ 국회 통과, 올해 9월 시행 예정
세 모녀 살인사건으로 해당 법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 제기돼
가해자 처벌은 강화됐지만, 정작 피해자 보호하는 조항 없어
스토킹 범죄 사례 무수히 쏟아지는 상황...피해자 보호법 필요
최근 스토킹 범죄가 살인으로 까지 이어지면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최근 스토킹 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지면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끝나지 않는 악몽 같은 현실, 일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는 ‘스토킹 범죄.’

지난달 24일 스토킹 처벌법이 20여 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경범죄로 1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볍게 처벌되던 스토킹이 중범죄로 규정되면서 형사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올해 9월 말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최근 일어난 스토킹 범죄 사건이 대두되면서 그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스토킹 처벌법이 발의되기 하루 전, 집요한 스토킹이 살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고 지내던 24살 여성을 스토킹하다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이 구속됐다. 언론은 김태현이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 여성을 수개월간 스토킹하다 자신의 교제 요구를 거부하고 연락을 받지 않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으로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이 다시 대두됐다. 김태현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해, 김 씨의 신상이 지난 5일 공개되기도 했다. 김태현의 악랄한 범죄 행위와 얼굴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발의되면서 앞으로 스토킹 범죄자 처벌은 강화된다. 이번에 발의된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기존 범칙금을 내는 것에서 중범죄로서 징역형도 가능해졌다. 스토킹 범죄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할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로 형량이 가중된다. 이 밖에도 스토킹 행위에 대한 신고가 있는 등의 경우 경찰은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긴급조치를 한 후 지방법원 판사의 사후승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스토킹 범죄로 간주되는 스토킹 행위도 규정했다. 해당 법안은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영상 등을 도달하게 해 상대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로 규정한 것. 이러한 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될 경우 스토킹 범죄로 간주돼 처벌받는다.

하지만 스토킹 처벌법이 스토킹을 범죄화했지만 피해자를 사전에 보호하지는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는 높아졌지만 정작 피해자를 사전에 보호하는 조항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스토킹 관련으로 피해자를 해고할 수 없다’, ‘신고자 정보를 누설하지 못한다’ 등의 정보가 빠졌다는 것. 또한 법에서 명시하는 범죄 행위의 지속적·반복성의 개념이 모호해 어느 정도를 스토킹 범죄로 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특히 피해자가 처벌을 원할 때만 처벌하는 ‘반의사불벌죄’가 문제”라며 “피해자들은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이 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처벌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스토킹 처벌법에 대해 우려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SNS 계정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실효성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나도 (스토킹을) 겪은 적이 있고 주위에도 피해자가 적지 않은데, 피해자가 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너무 불합리하고 억울하다“며 “스토킹 방지와 피해자 보호 차원의 실효성 있는 법안과 실행력을 갖출 수는 없나”라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들도 “스토킹 처벌법 더 강화해야 한다”, “법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이 죽어야 더 강하게 처벌하나?”, “처벌도 중요한데 피해자 보호법도 필요하다”, “스토커 범죄 수사대를 따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스토킹으로부터 피해자 보호가 허술한데 스토킹 처벌법이 제대로 지켜지려나”, “만약 스토킹 당해서 경찰서 가면 제대로 보호해 줄지 불안하다”, “스토킹 피해자부터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스토킹 범죄들은 대부분 아는 지인을 통해 일어난다고 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7년부터 2018년 5월 351건의 스토킹 피해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스토킹 가해자의 97.4%는 피해자와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현 애인이 51.9%로 가장 많았고, 전·현 배우자가 12.3%, 직장 관계자가 10.5% 순이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제대로 제정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스토킹 처벌법, 어쩌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스토킹을 당했다는 사례는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무수히 쏟아지는 상황이다. 단순히 구애의 도가 지나친 것이 아닌 엄연한 중범죄로서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스토킹 처벌법이 통과됐지만, 아직 해결돼야 할 과제들은 많다. 가해자를 더욱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사전에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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