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날 노려본다" 원룸 여대생들 스토킹에 '오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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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날 노려본다" 원룸 여대생들 스토킹에 '오들들'
  • 취재기자 허승혜
  • 승인 2013.11.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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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장치 제대로 안돼 성범죄 등에 무방비... 두려움 떨다 이사가기도

부산 동서대 4학년 여학생 정수은(22) 씨는 어느 날 밤 늦게 친구들과 놀다가 남구 대연동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대로에서 벗어나 골목길로 접어들자 지나가는 사람 한명 없이 으시시했다.  간간이 서있는 가로등만이 길을 비춰줄 뿐 달빛조차 없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녀는 뭔지 모를 두려움에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종종걸음으로 자신의 원룸 입구에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황급하게 번호키를 누른 뒤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처음엔 기분 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음산한 시선을 받고 있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맞은 편 복도 한쪽 구석 어둠 속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한 남자와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깜짝 놀란 그녀는 집으로 튀는듯이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닫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한 뒤 열쇠 구멍으로 아직 그 남자가 자기를 보고 있는지 들여다 봤다. 그 남자는 계속 그녀 집 문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켜 놓고 있었다.

정 씨는 지난 6월부터 앞집에 사는 그 남자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정 씨를 훔쳐보았다. 정 씨는 등하교길 집을 나서거나 귀가할때는 물론, 가벼운 쇼핑을 하러 외출 할 때도 언제나 그의 시선을 받았다.  한번은 창문을 열다가 그 남자의 시선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창문을 쾅 닫기도 했다.  때문에 정씨는 자신의 집 창문조차 마음대로 열지도 못하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결국 정 씨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자취방에 혼자 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속출하는 세상이다. 지난 4월에는 부산 남구 대연동 원룸 옥상에서 빨랫줄을 타고 내려가 혼자 사는 여대생을 성폭행하려한 남성이 붙잡히기도 했다. 이런 사건들이 잇따르자, 자취하는 여성들은 현관 자물쇠를 번호키로 바꾸거나 CCTV를 설치해 달라고 집주인에게 요구해서 보안을 강화한다. 그러나 겉으로만 그럴 뿐 실제로 보안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대낮에 여성 자취생들은 대부분 문을 잠그지 않는다. 낮에는 찾아 오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방문객들도 일일이 번호키를 누르는 것을 귀찮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거주자의 헛점을 노리기 때문에 낮이라고 해서 문을 열어 놓는 것은 위험하다.

현관을 잠근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자취생들의 보안 의식이 부족해 번호키가 유명무실한 경우도 있다. 자취생들은 배달을 시키거나 택배를 받을 때 직접 내려가서 받기 귀찮다는 이유로 쉽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교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A씨는 “아무에게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이 좀 불안하긴 하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은 다들 지인들에게 그렇게 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번호키와 CCTV 못지않게 중요한 안전 장치가 방범창이다. 예전부터 자취방의 보안 문제 때문에 번호키나 CCTV 설치 등의 보안은 강화됐지만 아직까지 원룸촌 방범창은 그리 흔치 않다. 

자취촌의 어두운 밤거리도 문제다. 주택가나 번화가와는 달리 가로등도 몇 개 없고,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빛도 없어, 거리 분위기가 음산하다.

대학가 원룸에서 자취하고 있는 부산카톨릭대 3학년 고설빈(23) 씨는 밤늦게 집으로 귀가하던 중 모르는 여성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다. 그 여성은 혼자 걷던 고 씨의 팔을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거리가 너무 어둡고 무서워서 그러니 밝은 곳까지만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더란다. 고 씨는 “저도 긴장을 하며 가고 있던 차에 갑자기 나타나서 놀라긴 했지만, 그 여성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랬을까 생각하고 같이 가줬어요”라고 말했다. 고 씨가 거주 중인 자취촌은 번화가와 먼 곳에 위치한데다 밤에는 인적도 드물고 가로등도 몇 개 없어 남자들도 혼자 다니기 무서워하는 정도다.

동서대 2학년인 하병국(22) 씨는 “아무래도 혼자 사는 건 위험하니까 대학생들이 보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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