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녀상 테러 무산...현장 나타난 70대 노인 경찰 제지로 발길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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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녀상 테러 무산...현장 나타난 70대 노인 경찰 제지로 발길 돌려
  • 취재기자 한유선
  • 승인 2017.04.1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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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에 발길질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 한유선 기자

19일 오후 2시경 부산 소녀상 테러를 예고했던 박모(78, 서울시 관악구) 씨가 실제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려다가 경찰에게 가로막힌 박 씨는 부산에 있는 소녀상도 철거하겠다며 테러를 예고한 바 있다. 

박 씨가 나타나기 전인 오후 1시 30분 경 부산 동구청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주변은 20명 가량의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었으며, 부산 '겨례하나'에서 나온 소녀상 지킴이들과 취재진들이 모여있었다.

19일 오후 부산 동구청 평화의 소녀상 근처에 경찰 병력들이 배치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박모 씨는 예고한 대로 오후 2시경 소녀상 앞에 나타났다. 소녀상 앞에서 잠시 멈칫하던 박 씨는 이내 소녀상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대기하던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소녀상을 철거해야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부산 평화의 소녀상 테러를 예고했던 박모 씨가 소녀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경찰에게 이끌려 소녀상과 조금 떨어진 인도로 옮겨진 박 씨는 한 시민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이 사과만 하면 끝날 문제인데 왜 소녀상을 철거하려하냐"는 시민의 말에, 박 씨는 "네가 이 소녀상을 설치한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박 씨는 "일본은 사과했으며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10억 엔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재진들의 카메라에 둘러싸인 박모 씨는 자신이 부산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이날 낮 12시경 부산역에 도착했으며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한 별도의 도구는 챙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소녀상을 그냥 발로 차면 부숴질 것 같다"며 "소녀상을 부순 후 경비실에 얘기해서 뒷처리를 부탁할 작정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부산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기 전에는 서울에 돌아가지 않겠다고도 했다.

박모 씨가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여 "소녀상을 철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박 씨는 "어떤 단체나 조직에 속해있지 않다"며 "친구 40~50명에게 '깊은 애국을 하기 위해 같이 가서 소녀상을 때려부수자"고 연락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 혼자 왔다"고 했다. 박 씨는 또 자신이 소녀상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땅과 다름이 없는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있는 것은 외교상 결례가 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녀상이 위치해야 할 곳은 영사관 앞이 아닌 공원이나 유원지"라고 주장했다.

취재진들의 질문 중간중간에 NHK 방송과 아사히 신문 기자를 찾던 박 씨는 지난달 14일 서울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러 가기 전 일본 대사관에 편지를 보냈으며, 편지에는 "내가 당신들의 마음을 풀어주겠다"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자신의 선친은 일본 군대까지 간 사람이며 한국과 일본의 혈통이 같다고 선친에게 배웠다고 했다. 박 씨는 "소녀상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잘못 배워서 그런 것이며 다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취재진이 하나 둘 빠져나간 뒤 경찰의 설득 끝에 현장을 떠났다. 

이 상황을 목격한 김상금(68, 부산시 남구) 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더 위해드려야 하는 것이 맞다"며 "소녀상에 위해를 가하면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어떤 이유로 소녀상을 테러하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경찰이 이를 제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 옆에 부산겨레하나에서 나온 소녀상 지킴이들이 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소녀상 지킴이로 나온 부산겨레하나 회원 김미현(43, 부산시 진구)와 정경애(42, 부산시 사하구), 박소연(39, 부산시 남구) 씨는 의견의 다양성은 존중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평화의 소녀상은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약 5400여 명의 부산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서 세워졌다. 부산 겨레하나 회원들은 "이 소녀상을 훼손하기 위해서는 모금한 시민들의 동의없이는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이 사과했으니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박 씨의 주장에 부산 겨레하나 회원들은 "일본이 언제 사과를 했냐"며 "일본의 사과를 들은 적이 없는 데 저런 주장을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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