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부산 ‘위안부 역사관,’ 젊은이 4명이 살렸다
상태바
재정난 부산 ‘위안부 역사관,’ 젊은이 4명이 살렸다
  • 취재기자 유혜민
  • 승인 2016.01.11 2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일 프로젝트’ 팀이 기념품 판매로 기금 전달...위안부 협상 비판에도 앞장
▲ 왼쪽부터 차례대로 ‘내일 프로젝트’ 창립 멤버이자 운영진인 박지용(25) 씨, 최호준(24) 씨, 김은정(25) 씨, 박현규(26) 씨(사진: 취재기자 유혜민).

한국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위안부 문제는 해결될 듯 해결되지 않고 국민들의 가슴 속에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다. 특히 위안부 문제 해결에 손을 걷고 나선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부산 수영구에는 부산 유일의 위안부 역사관인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 있다. 이 역사관은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 부산협의회 김문숙 회장의 자비로 운영되고 있다. 김문속 회장은 한일 위안부 협의가 발표되자 지역 케이블 TV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사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재단에 일본이 10억을 출연한다는 것도 우리 국민의 명예를 돈하고 맞바꾸는 듯하여 싫다고 했다.

이런 부산의 위안부 역사관은 김문순 회장 한 사람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다 보니 오래 전부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시설 유지비용조차 부족해 방문객이 없을 때는 역사관 불을 꺼놓기도 했단다. 이 역사관이 특히 작년부터 자금난으로 몇 번의 폐관 위기에 처하자, 역사관의 재정 자립을 돕기 위해 뭉친 대학생들이 있었다. 바로 부산 위안부 역사관의 내일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내일 프로젝트’ 팀이다.

부산대 사회학과 재학생인 박현규(26) 씨는 가 부산 유일의 위안부 역사관이 폐관 위기에 처했다는 신문 기사를 본 것은 작년 2015년 1월이었다. 그는 역사관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막연한 정의감에 즉시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방문했다. 역사관은 생각보다 더 열악했고 상황은 더 절박했다. 박 씨는 그때부터 역사관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역사관 관련 기념품을 제작해 판매한 수익으로 역사관의 운영을 돕는 방법을 우선 떠올렸다. 박 씨는 “일시적으로 끝나는 기부보다는 판매에 의한 수익금을 내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친하게 지냈던 같은 동아리의 동기들에게 역사관 돕기에 함께 나서자며 자신의 뜻을 전했다. 세 명의 동기가 박 씨의 뜻에 응했다. 세 동기는 같은 부산대 생물학과 김은정(25) 씨, 토목공학과 박지용(25) 씨, 도시공학과 최호준(24) 씨다. 넷이 뜻을 함께하자고 마음먹은 즈음인 작년 2월 1일, 모임의 첫 회의가 열렸다. 그들은 위안부 역사관의 내일을 만들어 주자는 뜻에서 팀 이름은 ‘내일 프로젝트’로 정했다. 네 명의 젊은 의사(義士)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회의하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워나갔다.

위안부 역사관 돕기 물품 판매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판매 물품을 준비할 자본금이 필요했다. 그들은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포털 다음의 ‘희망해’를 통해 모금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모금을 시작한 지 2주일 만에 864만 원이 모였다. 네 명의 팀원들은 모금액 864만 원으로 팜플렛과 기념품을 만들고 역사관에 놓을 판매 진열대를 샀다. 마음으로만 생각했던 사업의 첫발이 그렇게 시작됐다. 박지용 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단기간에 많은 모금액이 모여서 일이 착착 진행됐기에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 다음 희망해 모금 당시 자료(사진: 내일 프로젝트 공식 블로그).

네 팀원은 뜻깊은 기념품 제작을 위해 의류학과 학생에게 재능기부를 받아 디자인을 의뢰했다. 그들의 아이디어도 디자인에 반영했다. 그 결과, 남녀노소 누구나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팔찌와 배지, 실용적인 에코백과 파우치 등 총 네 가지 기념품이 제작됐다.

▲ 부산 위안부 역사관에 진열된 기념품 모습(사진: 내일 프로젝트 공식 블로그)

4명의 동아리 동기들이 시작한 내일 프로젝트는 현재 운영진 9명, 서포터즈 25명으로 늘어났다. 기념품 판매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모임 규모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 것이다.

판매활동이 시작된 이후, 내일 프로젝트는 네 가지 기념품을 부산 위안부 역사관과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naeilproject)를 통해 상시 판매하고 있다. 또, 주 1회 송상현 광장에서 열리는 지구인 시장이나 부경대 프리마켓에 참여해 기념품을 판매하며 역사관과 내일 프로젝트 홍보활동도 벌였다.

내일 프로젝트 팀원들은 유명인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해 위안부 역사관의 현실을 알리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유명인들이 내일 프로젝트 관련 물품을 착용하고 TV에 나오거나 그런 사진이 신문에 실린다면, 판매 활동이 더 쉽게 대중에게 어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일 프로젝트는 유명인들을 찾아가 정성스레 쓴 손편지와 함께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작년 9월 12일, 내일 프로젝트는 부산대에서 열린 유니브 엑스포에 참가한 아프리카 TV의 유명 BJ 박현서(28) 씨에게 기념품과 손편지를 전달했다. 또, 작년 10월 8일에는 서병수 부산 시장에게 비서관을 통해 기념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같은 달 23일에는 부산 동아대에서 열린 JTBC의 <김제동의 톡투유> 녹화에 방문해 방송인 김제동 씨에게도 기념품과 손편지를 전달했다. 박현규 씨는 “사회적 영향이 큰 사람을 만나 기념품을 전달하며 역사관의 힘든 상황과 내일 프로젝트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유명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활동이 1년이 가까이 되는 11월까지만 내일 프로젝트는 프리마켓 판매와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그 뒤로는 고등학교 방문 판매를 진행했다. 11월 말에는 지난 여름부터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활동해 준 내일 프로젝트 서포터즈 1기 해단식이 있었다. 또, 부산 위안부 역사관에 내일 프로젝트가 그 동안 모은 성금은 이번 달 21일 역사관 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기부금의 액수보다는 자신들의 기여만이 기억되길 원하는 내일 프로젝트가 밝힌 기부금 액수는 520만 원으로 역사관의 4개월치 건물 월세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수개월 간의 판매활동을 통해 얻은 정성으로 그렇게 소중하게 위안부 역사관의 운영에 보태지게 됐다. 박현규 씨는 “판매 실적이 아직 뛰어나지 않아서 많은 금액을 기부하기는 힘들었다. 첫 기부라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고 말했다.

내일 프로젝트는 운영진과 서포터즈에 기수제를 도입했다. 창립멤버 네 명은 모두 4학년으로 한창 취업 준비에 바쁘고 졸업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1기 서포터즈들이 대부부분 2기 운영진이 될 예정이다. 이들 2기 운영진들은 2기 서포터즈를 모집해서 2월부터 정식으로 내일 프로젝트 2기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김은정 씨는 “언제까지고 프로젝트에만 매달려있을 수가 없으니까, 뜻이 통해 프로젝트를 같이 이어나갈 수 있는 후배들을 뽑아 기수제로 운영할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박지용 씨는 “프로젝트의 앞날을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기수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니까, 다음 기수에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최호준 씨는 “아무래도 프로젝트가 돈을 모아야 하는 일이다 보니까, 아무한테나 맡길 수 없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1기 4인방들은 더더욱 내일 프로젝트의 활동이 중요해진 한일 위안부 합의 시건 이후 뒤에서라도 2기를 열심히 후원하기로 했단다.

네 명의 내일 프로젝트 원조 멤버는 역사관 돕기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생각이 변화함을 느기고 있다. 최호준 씨는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그동안 역사에 대해 무관심했던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 최 씨는 “우리들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판매활동을 하면서 반성도 많이 했고 뿌듯함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박지용 씨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곱씹으며 공동체가 와해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키워드를 ‘공동체’로 잡고 이 키워드에 맞게 행동하려 했고, 그래서 내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박 씨는 “아직까지 내일 프로젝트가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최대한 노력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정 씨는 기사로만 접하던 일을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실제로 접하면서 위안부 역사관의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뼈저리게 느꼈다. 김 씨는 문제를 현실로 접하니 발로 뛰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실제로 활동을 하면서 벌써 한계를 느끼고 있다. 위안부 역사관과 위안부 문제는 우리만 노력하고 활동해서 될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노력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규 씨는 역사관 방문자들도 다 자신들과 같은 안타까움을 느끼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내일 프로젝트는 우리만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 실천하고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다 함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일 프로젝트 측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위안부 문제를 많이 생각하고 몸으로 그들을 도왔던 순수한 한국의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입장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밝혔다. 내일 프로젝트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정부가 협의도 없이 일본과 협상을 진행한 데에 문제가 있고 우리 정부가 굴욕적인 협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내일 프로젝트는 "일본 정부의 국가적 법적 책임 이행이 반듯이 실천될 수 있도록 우리는 앞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 국내외 시민사회와 함께,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더욱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영구 위안부 역사관은 정신대문제협의회와 힘을 합쳐 부산에 첫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추진 중이다. 그 위치는 부산진구 초읍 어린이대공원이며, 시기는 3월 경이다. 내일 프로젝트도 홀연히 나서서 평화의 소녀상 부산 건립에 힘을 보탤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