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가스냄새로 '지진 전조' 괴담 확산되자, 시민 불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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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가스냄새로 '지진 전조' 괴담 확산되자, 시민 불안 가중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9.27 01: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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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7월 이어 지난 주말에도 가스냄새 신고 13건...부산시는 생활악취로 추정 / 정혜리 기자
큰 지진이 올 것이라는 지진괴담이 퍼지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부산 등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냄새와 악취가 계속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부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악취가 발생하고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개미떼의 이동이 관측됐을 때 지진의 전조라는 추측이 나돌았던 터라, 지진 이후에 발생한 이번 악취에도 일부 시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는 또다시 가스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지난 12일, 19일 일주일 간격의 지진을 겪은 후 불안함 때문일까, ‘큰 지진이 올 것’이라는 지진괴담과 함께 시민들의 걱정은 더해가고 있다. 인터넷 카페나 SNS에서는 가스 냄새 누출을 두고 `지진의 전조`라거나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면서 지하 가스관 배관이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등의 우려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지난 24일 새벽 4시 59분부터 25일 오후 1시 29분까지 부산 전역에서 13건의 가스냄새(악취) 신고가 있었다고 26일 확인했다. 부산시는 24일 발생한 8건의 신고 중 기장군 장안읍, 정관면 2건의 냄새는 울산 온산공단지역의 석유화학업체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Nox, SOx)이 저기압의 영향으로 퍼진 것으로 추정했고, 그 외 지역(금정구, 남구, 북구 등) 6건의 냄새는 생활악취(고무, 나무, 플라스틱 소각)로 파악했다. 25일 온천동, 하단동, 기장 일광면 등에서 발생한 5건의 악취는 생활악취 및 공단악취로 추정했다. 이같은 신고건수는 평상시 2~3건에 비해 조금 많은 정도.

부산시는 악취 신고가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지진과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는 카카오톡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3주 연속으로 큰 지진이 날 것이니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오가는 등 지진 괴담이 퍼지고 있다.

김인숙 씨 가족의 단체 대화방. 가족 중 한 사람이 지진이 올 것이라며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사진: 김인숙 씨 제공).

지진 경고 메시지를 가족 단체 대화방에서 받았다는 김인숙(56, 부산시 영도구) 씨는 “우리 집 아파트가 원래 좀 기울어져 있어서 지진이 오면 불안하다. 가스 냄새도 마음에 걸리고 지난 2주 동안 같은 시간에 지진이 발생했던 것도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도 가스냄새 때문에 불안하다며 오후 8시와 9시에 조심하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frogy_*****는 “울산에서 20년 넘게 살아봐라.... 공단 악취랑 가스 냄새도 구분 못 할 거 같은지.. 용연공단 온산공단 한복판에 가도 가스 냄새는 안 나더라. 추정하지 말고 조사하고 증명해라”라고 글을 썼다.

이같은 냄새 공포증에 대해 과민반응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적 재난인 지진을 이용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글까지 SNS에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eleett***는 “인간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스냄새는 암모니아 프로판 도시가스 부탄가스 일부 악취뿐이다. 가스냄새를 맡았다면서 그것을 특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가스냄새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며, 불순세력이 사회혼란을 조성하기 위한 거짓말일 수도 있다”고 글을 썼다. 트위터 이용자 @Rfm**는 “지진괴담이 부산에 도는 건 그 가스 냄새유출에 원인을 못 잡아서지, 원인만 밝혀져 봐. 그런 괴담이 도는가”라며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같은 가스냄새의 발생에 대해 뚜렷한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대학의 지구환경과학과 이모 교수는 “과학은 자연현상을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것이다. 평소에 없었던 냄새가 나는 것은 '결과'인데, 여기에는 '원인'이 있어야 한다. 냄새의 원인이 생활악취인지, 공단 악취인지, 지진 관련 땅속 움직임인지는 근거를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부산시민들이 우려하는 원전 안전에 대해 “원전 사고가 나면 피해 보는 것은 지역주민이다. 독일의 경우, 원전 운영 감시를 중앙이 아닌 지자체에서 한다. 부산시도 현재의 중앙 정부가 아닌 원전 안전 감시의 주체가 되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자체가 감시 주체가 되면 지진 관련 우려에 대한 원인 규명에 좀더 정확한 설명을 제시해서 시민들의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주 연속 지진이 날 것이라는 괴담과는 달리 26일 월요일에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3일 오후 6시 21분 규모 2.1의 여진이 발생한 것이 최근 가장 큰 지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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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쩡 2016-09-28 14:53:48
가스냄새가 지진후 나는 냄새일거라 생각하며 불안한 맘을 애써 진정시키며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무서운지진을 겪은 트라우마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듯 싶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