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선포됐어도 시큰둥한 지역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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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난지역 선포됐어도 시큰둥한 지역 주민들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6.09.23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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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난지역 경주] “큰 지원도 없이 관광기피지 인식만 생길까 두렵다” / 정인혜 기자

정부가 22일 경북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경주 지자체가 부담하던 피해 복구비 부담이 완화되고, 피해주민들은 각종 세금과 공공요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이번 지진으로 주택이 파손된 주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 재난지원금은 규정상 반파 이상의 주택 피해를 입을 경우로 한정되지만, 정부는 반파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지붕이나 벽체, 기둥 등의 흔들림 피해로 주요 구조물 수리가 필요한 경우에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주택이 전파된 경우는 900만 원, 반파의 경우 450만 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지역의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크게 반기지 않는 눈치다.

정부가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지역 관광업계에서는 이를 반기지 않는 눈치다. 사진은 불국사 앞 텅빈 주차장(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이날 오후 불국사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동우(52) 씨는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달갑지 않아 했다. 김 씨는 “지자체에서는 피해 복구비 지원 등 혜택을 볼지 몰라도 일반 시민들이 받는 혜택은 기껏해야 전기세 감면 정도아니겠느냐. 주택이 파손된 주민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관광 도시가 하루아침에 재난 도시가 되어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특별재난지역’이라는 어감에서부터 경주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냐”며 “내가 관광객이어도 경주는 오기 싫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특별재난지역이 된 경주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관광기피지가 될 것이라는 게 지역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주 지역의 피해액을 85억 원으로 추산한 점을 감안할 때, 관광업계가 체감하는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불국사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추미경(47, 경북 경주시) 씨는 “경주가 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관광객들이 더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펜션 건물이 부서지지 않았을 뿐이지 금전적 피해는 모두 관광업계 몫인데 세금 깎아주는 게 대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국사에서 보문단지로 향하는 길목. 평소 같으면 관광버스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도로가 텅텅 비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실제로 경주에서는 이미 전국 학교들의 수학여행 취소 통보가 줄을 잇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수학여행을 계획한 학교 90% 이상이 취소를 통보했다. 보문단지 인근에 위치한 한 유스호스텔에는 올가을 3,000여 명의 학생들이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모두 해약됐다. 호스텔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2일 지진 이후에는 몇 개 학교만 예약을 취소했으나, 지난 19일 여진 이후에는 모든 학교가 예약을 취소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막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지진이 문제”라며 “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이 이미지는 평생 이어질 텐데 경주를 정리하고 이사를 가야할지 말 그대로 정말 눈앞이 깜깜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주시 측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조치가 필수적인 조치였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주시 재난안전대책 본부 관계자는 “관광객 손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걱정되긴 하지만 우선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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