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약자’ 노인들, 지진 대피 방법 몰라 넘어지고 다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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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약자’ 노인들, 지진 대피 방법 몰라 넘어지고 다치고…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6.09.23 02: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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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서 70~80대 부상 집중…노인용 지진 대피 매뉴얼 마련 시급 / 정인혜 기자

최근 경주 지역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는 가운데, '재난 약자'인 노인들의 대피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주에서는 지난 12일 규모 5.8, 5.2의 지진 이후 22일 오전 6시까지 총 423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지진 재난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대피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는 등 대비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의 진앙인 경주는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진도 5.8의 첫 번째 지진이 발생한 경주시 내남면 부지1리에는 65가구 총 100명가량의 주민이 거주한다. 대부분 70~80대 고령이고 일부는 거동이 불편해 강진이 와도 대피에 어려움이 있다.

규모 4.5 여진이 발생한 지난 19일. 이날 저녁 최창석(82, 경남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씨는 지진과 함께 땅과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일주일 전 비슷한 시각에 발생한 규모 5.8 지진을 겪은 터라 최 씨는 더 큰 공포를 느꼈다. 고령에 거동까지 불편한 최 씨는 대문을 열고 빠른 걸음을 재촉하던 중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최창석(82) 씨는 지진에 대피하다가 게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최 씨는 “저녁에 거실에 누워있었는데 일주일 전과 비슷한 시간에 땅이 흔들려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며 “12일 지진 때 한바탕 난리를 겪었던 터라 19일에는 땅이 흔들리자마자 집에서 뛰어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피 방법을 안내받은 적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내저은 최 씨는 상처를 내보이며 “대피 방법은 무슨…죽을 뻔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최 씨는 병원에 내원해 다리 통증, 허리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이 마을 다수 노인들이 지진에 대피하다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지진 당시 대피 도중 넘어졌다는 고귀분 씨가 지신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지진 당시 넘어져 허벅지에 멍이 들었다는 고귀분(83,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씨도 유사시 대피법에 대해서는 평소 안내받은 바가 없다. 고 씨는 “정확한 대피 방법을 모르니 뛰어나가는 수밖에 더 있냐"면서 "도망가다가 사람 다 죽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지순(73, 경주시 보덕동) 씨는 “‘어디로 가라, 어떻게 해라’ 안내도 없고 늙은 사람들이 지진 날 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마을회관에 모이는 것 뿐인데, 어제 뉴스를 보니 마을회관도 안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면서 “늙은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건지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지진 대피 요령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일본의 방재청이 배포한 지진 대피 매뉴얼은 노약자의 경우 급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자리에 엎드려 머리와 목을 보호하는 게 안전할 수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대피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지진 등 유사시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대피소를 따로 설치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피 매뉴얼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측은 “국민안전처가 내려보내 준 대피 매뉴얼을 전달한 상황이지만 마을별로 어떻게 안내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현재는 보상을 위한 피해 사태 확인에 바쁜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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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규 2016-10-02 23:50:54
지진대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