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로봇 야구심판...정확도는 높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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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로봇 야구심판...정확도는 높다고 하지만
  • 취재기자 명경민
  • 승인 2024.03.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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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올해 세계 최초 '로봇 심판' 정식 도입
정확도 99.8%, 선수 신장 맞춤 스트라이크 존
'야구 원로' 김성근 "판정 정확도 의구심 들어"

“스트라이크!” 여느 때와 같이 심판이 외쳤으나 그를 판단한 것은 심판이 아니라 ‘기계’였다.

지난 7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서울 서초구에서 2024 KBO 규정·규칙 변화 미디어 설명회를 열어 주요 사항에 대한 질의 응답을 가졌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은 역시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ABS는 ‘Automatic Ball-strike System’의 약자이다. ‘로봇심판’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쉽게 말해 사람이 아닌 기계가 심판을 맡는 것이다. 각 경기장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로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을 추적한 뒤 스트라이크 혹은 볼 판정 내용을 이어폰을 낀 심판에게 음성신호로 전달해 판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심판의 볼 판정은 리그를 막론하고 늘 ‘뜨거운 감자’였다. 단 하나의 볼 판정으로 경기의 승패가 결정될 수 있는 야구의 특성상 심판마다 중구난방인 판정에 현장의 불만과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은 ABS를 2019년 독립리그부터 마이너리그의 AAA 리그까지 도입했지만, 메이저리그는 올해도 도입을 유보했다. KBO 역시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2군 리그인 ‘퓨처스 리그’에 ABS를 시범적으로 도입해서 꾸준히 데이터를 쌓았으며 올해부터 정식으로 도입한다. 야구계 사상 ‘최초’이다.

ABS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정확도’에 있다. KBO에 따르면 지난 시즌 리그 심판들의 볼 판정 정확도는 91.3%였지만 ABS를 시범 도입한 퓨처스 리그에서는 99.8%의 정확도를 보였다. 투구 추적에 실패한 사례 역시 구장의 환경이나 날씨, 기계적 결함 등의 문제였기 때문에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BO가 제공한 'ABS'의 스트라이크 존 기준이다(사진: KBO 제공).
KBO가 제공한 'ABS'의 스트라이크 존 기준이다(사진: KBO 제공).

스트라이크 존의 기준도 밝혔다. 상하는 선수 신장을 기준으로 각각 56.35%, 27.64%가 기준이 되고,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는 홈플레이트 기준으로 좌우 2cm씩 확대 적용된다. 아울러 홈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 면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끝 면은 중력을 고려해 중간 면보다 1.5cm 낮게 설정된다. KBO는 비시즌 동안 리그에 등록된 모든 선수의 신장을 측정해 선수별로 정확한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했다.

또한, 이제부터 선수나 구단은 시스템의 오류가 의심되는 경우를 빼면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일절 항의할 수 없다. KBO는 경기마다 ABS 요원을 배치해 프로그램의 이상을 판단하고 심판의 경기 진행을 돕는다.

야구계 원로 김성근(82) 씨가 이대호(41) 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로봇심판'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사진: 이대호[RE:DAEHO]채널 캡처).
야구계 원로 김성근(82) 씨가 이대호(41) 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로봇심판'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사진: 이대호[RE:DAEHO]채널 캡처).

한편, ABS 도입을 마냥 찬성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4년 1월 13일, 야구계의 원로 김성근(82) 씨는 전 야구선수 이대호(41) 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로봇심판이 도입된 고등학교 야구를 3경기 봤는데, 기준이 엉망이었다”라며 “고교야구 대회 결승전에서 볼넷이 거의 30개가 나왔다”고 전했다. 타자들이 ABS 시스템을 철저히 활용해 볼을 계속 골라내면 경기가 늘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이어 그는 “심판을 기계로 바꾼다면 심판들이 영원히 성장 못 할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ABS 도입이 사상 최초인 만큼, 여러 가지 의견을 반영해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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