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날짜·시간 선택해 비대면 진료 후 처방전 나와
약사, "이용자 의외로 많아, 퇴근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
비대면 진료 시스템,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개선 필요
“목이 좀 따갑다고 그랬죠? 또 다른데 불편한 곳은 없으시고?”
전국 어느 병원에서든 흔하게 받을 수 있는 의사의 진료와 처방전을 기자는 ‘전화’로 받아봤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 진료거부 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지난 2월 23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했다. 전공의 이탈이 심한 상급 종합병원은 중증과 응급환자들에게 집중하도록 만들고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들에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 의료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이다.
목감기 증상 있던 기자 '나만의 닥터' 비대면 진료 앱 가입해 진료-처방 체험
목이 따끔거리고 기침에다 통증이 있던 기자는 ‘나만의 닥터'라는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았다.
회원가입을 하고 성명과 주민등록번호·주소지 등의 개인정보를 입력한 다음, 이비인후과나 내과 같은 희망 진료과를 선택하고 검색 조건을 변경하거나 리뷰를 비교해서 거리와 상관없이 의사를 선택한다. 부산에 있는 기자가 서울의 의사를 선택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500자 이내 증상 입력 후 결제하면 예약 끝...의사가 전화해 증상 말하면 처방전 발급
그 다음으로 진료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처방을 위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진료방식(통화·영상통화)을 선택한 후, 500자 이내로 증상을 입력하고 진료비를 결제하면 예약시간에 전화가 온다.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진료를 받으면 곧 앱으로 처방전이 오는데, 처방전을 보며 근처 약국에 통화로 조제 가능 여부를 묻고 가능하다면 앱을 통해 팩스로 처방전을 보내 약을 처방받는 식이다.
그 과정은 매우 빨랐다. 의사와 비대면 진료부터 약국에서 약을 받기까지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면 진료보다 진료비가 약 3000원 비싸기는 했지만, 시간을 정해 대기시간 없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내원이 힘든 환자뿐만 아니라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에게도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약국 약 처방까지 20분 정도 걸려...자정까지 예약받는 의사도 있어 직장인들 편리
뿐만이 아니라 보통 오후 6시 이후로는 진료가 끝나는 일반 병원과는 달리 비대면 진료는 자정까지도 예약을 받는 의사가 많다. 늦은 시간에도 의료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 사하구 소재 모 약국의 약사 A 씨는 “생각보다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 약을 타가는 손님이 꽤 있는데, 병원은 문 닫았고 약국은 열려있을 퇴근시간 쯤에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다”며 “좀 비싸기는 해도 대면 진료와 비슷한 것 같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진료 처방 위해 주민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 노출...앱 보안성 강화 시급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역시 ‘개인정보’ 문제이다. 진료와 처방을 목적으로 성명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요구되기에 앱의 특성상 보안성이 가장 먼저 확보되어야만 한다. 기자가 받았던 비대면 진료 역시 많은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했으며, 실제 전화번호로 진료가 오고 갔다. 가상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등 추가적인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앱의 시스템 역시 편의성이 떨어진다. 약의 이름을 약사에게 하나씩 부르며 확인을 받고 또 그를 팩스로 보내야만 하는 과정은 효율성과 편의성이 떨어져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이지만, 감기나 배탈 같은 경증 환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