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멈출 수 없는 이유 찾아 본질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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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멈출 수 없는 이유 찾아 본질 대책 세워야
  • 김연우
  • 승인 2023.12.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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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은 왜 이렇게까지 과열됐을까?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사교육 카르텔’ 언급이 있고 나서 그 부분에 대한 여러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나 역시 치열한 수험생 시절을 보낸 열렬한 사교육 추종자 중 한명이었다. 그래서 이 사안이 더 남의 일 같지 않다. 또, 고3 수험생을 둔 누나로써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사안이다.

에듀프레스에 따르면, 작년 한해에 사교육 시장에 들어가는 비용은 2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기러기아빠’로 비유되는, 해외로 유출되는 표시나지 않는 사교육비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금액이 될 것이다. 고소득층일수록 사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빈부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심해진다고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이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고소득층이라고 해서 모두가 사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식들에게 보다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재력이 있다는 것 뿐, 그 돈이 전부 사교육에 쓰이는 것도 아닐 것이다. 물론, 사교육에 많이 돈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다. 고등학생 시절, 노력해도 도무지 안 되는 수학 점수를 올리기 위해 학원과 과외 두 개를 병행했던 적이 있었다. 지역에서 유명했던 강사선생님과의 과외였다. 일주일에 두 번 늦은 밤에 과외를 받았는데, 한 달에 6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학원과 과외 두 개를 하니까 한 과목만 해도 달에 100만원이 넘어갔었다. 아쉽게 이런 노력에도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교육에 고액을 투자했던 것이 어쩌면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 였던 것 같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학원 수를 늘리는 게 당연하고 그렇게 되면 성적이 오를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와 학생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게 아닐까.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는 상태에서 늘어만 가는 학원 개수는 사실 학생 본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이야기는 내 경험이다.

과열된 사교육의 원인으로 부모들의 욕심과 극성을 들기도 한다. 부모들이 살았던 시절 환경은 지금이랑은 너무 다르다. 때문에 자신은 좋은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식들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공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것도 일종의 사랑방식이라면 사랑방식일테니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을 무작정 욕할 수도 없는 일이다. 좋은 대학에 나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그 시대 부모들이 받은 교육이고 이러한 기조는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꿈을 찾아가 꼭 공부가 아니어도 잘 먹고 사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학벌주의는 여전하다. 대학을 와보니 학벌만이 성공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아니지만, 가장 빠른 방법은 맞는 것 같다. 우리는 이러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자 더 많은 사교육을 찾아 헤매는 게 아닐까.

사실 ‘사교육 카르텔’이란 말도 웃기다. 사교육 업계끼리 모여서 작당모의를 한것도 아니고 심지어 우리 학생들과 부모들은 누구보다 사교육의 많은 도움을 받으며 입시전쟁을 치르고 있다.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인터넷강의 같은 제도는 정말 구세주다. 물론 고액의 뒷돈으로 문제를 거래하는 악질 업체와 강사는 100번 욕을 해도 할 말이 없다. 업체는 벌을 받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어떠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수험생을 위해서 정부가 해줄 수 있는 당장의 해결책은 그런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단어를 등장시키면서 마치 사교육이 없어져야 공교육의 질이 올라간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과연, 명문대와 일명 지잡대가 나뉘는 우리나라에서 먹힐만한 소리일까? 사교육이 없어지면 진짜 공교육의 질이 올라갈까? 그동안 사교육이 있었기 때문에 공교육의 질이 보장되지 않았던 것일까? 정부가 이야기한 ‘사교육 카르텔’ 이라는 단어 하나에 이렇게나 많은 의문이 든다.

정부에서 논의해야할 부분은 사교육의 존폐여부가 아니다. 교육이 이렇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야 한다. 대학을 결정짓는 시험의 유형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당장 전면적인 개편은 힘들겠지만, 계속해서 차선책을 찾아 떠나야 한다.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킬러문항 제거와 같은 방법이 아닌 수능이란 유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학을 들어가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과열화된 사교육도 진정 시킬 수 없다. 우선적으로, 사교육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거둘 필요가 있다. 사교육을 받아야만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사회가 문제이지, 사교육이 필요해서 받는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계속되는 공급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사교육업계와 등을 지고 기싸움을 할 게 아닌 적절한 선에서 공생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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