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팬들이 외치는 ‘애니메이션화’ ... 정작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원사업 예산 전액 삭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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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팬들이 외치는 ‘애니메이션화’ ... 정작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원사업 예산 전액 삭감 위기
  • 취재기자 김아란
  • 승인 2023.11.13 09: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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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웹툰, 웹소설의 실사화, 원작 팬들은 오히려 ‘애니메이션화’ 희망
좋은 퀄리티의 작품들도 실사화 했으나 홍보 부족으로 성적 저조해
지난 8월 애니메이션 지원사업 예산 폐지...애니메이션 업계는 위기에 처해

최근 유명 현대판타지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영화화 캐스팅이 공개되며 인터넷상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배우 안효섭과 이민호, 블랭핑크 지수, 나나 등 유명 연예인들이 모인 일명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것인데 정작 원작 팬들의 반응은 그리 달갑지 않아 보인다.

좋아하는 소설의 영화화를 반기는 팬들도 있지만 우려를 표하는 팬들의 반응도 적지 않다. 영화화에 부정적인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CG가 걱정된다”, “제발 2D는 2D로 놔둬라. 일본 실사화 영화를 보고도 만들고 싶냐”, “차라리 이 돈으로 애니화를 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원작을 재밌게 봐서 기대된다. BGM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팬들도 있었다.

실사화에 부정적인 팬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애니메이션화’다. 캐릭터들이 생생히 살아움직이는 것은 보고 싶지만 이미지와 맞지 않는 배우의 연기로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 특히나 캐릭터 싱크로율 문제는 예전부터 논란이 돼왔는데, 캐릭터에 맞지 않는 이미지와 연기로 몰입을 깬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대학생 박소영(23, 부산시 사하구) 씨는 “단순히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게 아니다. 원작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존중도 없이 돈을 벌려고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는 느낌이 든다”며 “원작의 이름빨로 배 째라 식의 실사화를 하는 게 짜증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씨는 또 다른 문제로 지나친 각색을 꼽았다. 웹툰과 드라마는 장르의 특성상 각각 표현할 수 있는 느낌과 대사의 말투까지 달라지는데,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자니 시청자들로부터 오글거린다는 혹평을 받아 결국 전체적으로 각색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신과 함께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진기한 변호사가 사라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웹툰, 웹소설 팬들이 애니메이션화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화는 화제성이 없을 뿐 의외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2022년 EBS에서 방영한 네이버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좀비딸’은 원작 그대로의 감성을 살려 호평을 받았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현재 넷플릭스 화제작인 드라마 ‘이두나’도 이전에 애니메이션화됐으나 그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EBS에서 2022년에 방영한 네이버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좀비딸’ 속 한 장면이다(사진: EBS 애니메이션 좀비딸 영상 캡처).
EBS에서 2022년에 방영한 네이버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좀비딸’ 속 한 장면이다(사진: EBS 애니메이션 좀비딸 영상 캡처).

그 외에도 꾸준히 ‘태일이’,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기기괴괴 성형수’와 같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질’과 ‘무녀도’는 애니메이션계의 칸이라 불리는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화한 ‘무녀도’는 관객 수가 5375명에 그치는 등 국내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이에 대해 애니메이션을 전공 중인 대학생 김유진(23, 부산시 사하구) 씨는 자본 부족과 선입견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변의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한국의 기술력은 이미 충분하다는 것. 김 씨는 “드라마, 영화만큼이나 돈을 투자하면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업계인들의 문제로 돌린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또한 국내 애니메이션 인력들이 아동용 콘텐츠 시장에 몰려있는 것도 문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2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총 15개의 애니메이션 작품 중 13편이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김 씨는 “아동용은 타겟층이 확실하고 넓어서 어느 정도 안정성이 보장되지만 일반인 대상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않으니 갈 수 있는 길이 한정돼 있다”고 전했다.

녹록치 않은 애니메이션 업계에 최근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8월 영화진흥위원회의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이 2024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던 것이다. 투자 부족으로 많은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던 애니메이션 감독과 업계 종사자들은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이에 6개의 단체가 모인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유의미한 성과들을 거두기 시작한 시점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의 본 지원사업 폐지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도약의 발판이자 창작의 기반을 잘라버리는 것과 다름 아니다”며 예산 복구를 요구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의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은 이제 자리를 잡고 좋은 성과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한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 '무녀도'와 코로나 시국에 개봉하면서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에 올랐던 '기기괴괴 성형수'가 대표적인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들이다.

그러나 이를 지원하던 예산이 전액 삭감된다면 특히 많은 제작비가 필요한 장편 애니메이션의 맥이 끊길 수도 있다는 것. 애니메이션은 투자 대비 큰 수익을 얻을 수 없어 드라마, 영화와 같은 ‘돈이 되는 분야들’과 달리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때문에 비교적 지원 사업에 의존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데 가장 큰 파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김유진 씨는 “창작자들이 제작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하는 줄 모를 것이다. 이렇게 사업 자체가 폐지되면 특히 나와 같은 신인 창작자들에게는 제2의 암흑기가 찾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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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ㄱㅈㄱㅅㄹㆍ 2023-11-15 18:29:28
이거 가짜뉴스임
지원삭감 안한다고 정부가 발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