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 덕후 사이 ‘자캐 커뮤니티’ 문화 활발...SNS상에서 내가 만든 캐릭터로 타인과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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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덕후 사이 ‘자캐 커뮤니티’ 문화 활발...SNS상에서 내가 만든 캐릭터로 타인과 교류
  • 취재기자 윤유정
  • 승인 2023.05.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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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만든 캐릭터로 생성한 세계서 상호교류하는 ‘자캐 커뮤니티’ 주목
커뮤 참여자들 “자체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므로 제2의 삶을 사는 것 같아”

대학생 A(22) 씨는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애니메이션 관련 전공 학과에 입학했다. 그녀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하나의 취미 생활이 있다. A 씨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해리포터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커뮤니티에 본인이 만든 캐릭터로 접속하여 다른 참가자들과 소통한다. 드라마나 영화 속 세상에 살 것만 같은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타인과 상호교류하는 활동, ‘자캐 커뮤니티’가 그녀에게는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됐다.

구글에 ‘자캐 커뮤’ 키워드 검색 결과, 관련 이미지와 게시글이 올려져 있다(사진: 구글 화면 캡처).
구글에서 ‘자캐 커뮤’ 키워드 검색을 하면 관련 이미지와 게시글이 올라온다(사진: 구글 화면 캡처).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들, 일명 만화나 애니메이션 오타쿠들 사이엔 자체적으로 만든 캐릭터로 생성한 세계관에서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자캐 커뮤니티’라는 문화가 있다.

자캐 커뮤니티(또는 커뮤)란 ‘자작 캐릭터 커뮤니티’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상호교류하는 활동을 말한다.

자캐 커뮤니티에서 참가자들은 운영진이 만든 세계관, 세부 설정에 맞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린다. 이후 해당 캐릭터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등을 스스로 창조한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글, 그림으로 표현한 자신의 캐릭터를 원하는 캐릭터들과 빙고, 마니또, 역할극 등의 활동을 한다.

네이버 카페에서 ‘자캐 커뮤’ 키워드 검색 결과, 관련 카페들이 올려져 있다(사진: 네이버 카페 화면 캡처).
네이버 카페에서 ‘자캐 커뮤’ 키워드를 검색하면 관련 카페들이 나타난다(사진: 네이버 카페 화면 캡처).

자캐 커뮤니티는 네이버 카페, 네이버 밴드, 트위터 등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각 플랫폼, 세계관 별로 분위기와 연령층이 다양하다. 이는 실존하는 영화 및 드라마,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거나 혹은 운영진이 직접 설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커뮤’의 참가자들은 본인이 창조해 낸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므로 제2의 삶을 산다고 말한다. 해리포터 세계관에 참여해 본 A 씨는 “해리포터 영화를 즐겁게 봤다. 그래서 마침 해리포터 관련 커뮤가 있어서 세계관에 맞는 내 캐릭터를 만들어 참여하게 됐는데, 이 커뮤에서는 내가 정말 해리포터 속 인물이 된 것 같다”며 “자캐 커뮤에서 나의 캐릭터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대사를 내뱉고 사람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는 것이 재밌다”고 말했다.

자캐 커뮤니티에 참가해 본 B 씨는 “커뮤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캐릭터끼리 소통하므로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커뮤활동을 하면서 캐릭터 설정을 하면 더 풍부한 서사와 캐릭터 간의 관계를 만드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창작자 입장에서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자캐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손유경 씨는 ‘여자 청소년의 ‘자작 캐릭터(자캐) 커뮤니티’ 활동 경험’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커뮤 참여자들의 참여 경험으로부터 ‘현실로부터의 고립’, ‘나만의 관계 형성’, ‘인정욕구 추구’, ‘집착과 의존’ 등 총 4가지 주제를 도출했다.

4가지 분류 중 ‘나만의 관계 형성’ 에 대해 논문의 저자는 “연구참여자들이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솔직하고도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자기중심적인 관계 형성을 통한 편안함, 상호 지지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 강한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공동체에서의 즐거운 시간의 경험을 내포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현실에서 연구참여자들이 미처 해소하지 못한 욕구들, 즉, 친밀함을 느끼고 싶은 욕구,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 안에 포함되고 싶은 욕구를 자캐 커뮤니티가 해소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캐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다. A 씨는 “커뮤는 소설을 쓰고, 웹툰을 그리듯이 인물의 표정, 대사, 행동 하나하나를 상황에 맞게 글 또는 그림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일과가 많거나 바쁜 일상 속에는 접하기 어려운 문화”라며 “더불어 커뮤는 체력적으로 소모가 큰 활동이고, 음지 문화라고 불릴 만큼 대중적인 활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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