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복무, 열악한 처우 ROTC 장교... 결국 ‘후보생 지원 경쟁률 역대 최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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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복무, 열악한 처우 ROTC 장교... 결국 ‘후보생 지원 경쟁률 역대 최저 기록’
  • 취재기자 이서원
  • 승인 2023.10.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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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이 지원 경쟁률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매년 지원자 감소 추세
병사보다 낮은 월급, 기업 특채전형 감소... 더 이상 메리트가 없어진 ROTC
군 전력 핵심 초급간부 유지 위해선 임금·주거 처우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필요

올해 전반기 학군사관(ROTC) 후보생 지원 경쟁률이 역대 최저인 1.6 대 1을 기록하면서 육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추가 모집에 나섰다. 선발은 10월 14일 필기시험, 11월 13∼17일 면접시험 등을 거쳐 12월 22일 합격자를 발표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매년 감소하는 ROTC 지원율

국방부에 따르면, 2014년 6.1대 1이었던 ROTC 경쟁률은 2018년 3.4대 1, 2020년 2.7대 1, 2021년 2.6대 1, 2022년 2.4대 1까지 떨어졌다. 10년 만에 경쟁률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학군사관후보생 지원율이 계속해 줄어들자 임관을 하는 학군사관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8년 4111명이었던 학군사관 임관자 수는 2020년 3971명으로, 2022년에는 3561명까지 줄었다.

ROTC는 대학교 1, 2 학년 때 선발과정을 거쳐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학년부터 후보생 신분으로 전환, 교내 군사학 수업을 이수하고 3·4학년 여름방학을 통해 전투 지휘자 훈련을 받은 후 졸업과 함께 소위로 임관해 군 생활을 시작한다.

지난 2월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ROTC 임관식에서 후보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 취재기자 이서원).
지난 2월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ROTC 임관식에서 후보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 취재기자 이서원).

대부분 ROTC 지원자는 리더십 함양, 자신감 배양, 애국심 고취와 명예 획득 등을 기대하며 ROTC에 지원한다. 후보생이 되면 대학 생활 동안 통제된 환경에서 제약된 학교생활을 하고 방학 동안 군사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복무 기간이 28개월로 짧고 소위로 임관해 병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메리트가 없어진 ROTC... "오히려 손해“

그러나 최근, 이런 ROTC의 매력이 사라지면서 지원자 수가 줄고 있다.

먼저, 일반 병사들보다 긴 복무 기간을 꼽는다. 실제로 현재 육군 사병의 의무복무 기간은 18개월인데 반해 육군·해병대 ROTC의 복무 기간은 50년째 28개월로 현재 일반 병사들보다 10개월이나 길다.

여기에 최근 급여 등 개선되고 있는 병사들의 처우도 한몫을 하고 있다. 과거 장교로 복무하면 병사들보다 월급이 많아 '목돈'을 마련해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최근 병사들의 월급 인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크게 나은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국방부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병장 월급은 150만 원 수준까지 인상된다. 참고로 2022년 기준 소위 1호봉은 월 175만 원 수준으로 병장의 월급과 별 차이가 없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대로 병사 월급 200만 원이 실현되면 병장 월급이 장교인 소위 월급을 앞서게 된다.

또한, 학군단 장점으로 꼽혔던 특채 전형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ROTC 특채 전형이 있는 기업이 많았고, 장교 생활 동안 쌓은 리더십을 높게 평가해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극심한 취업난 등에 떠밀려 장교 특채를 유지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더하여 일반 병사보다 복무 기간이 10개월 더 길다 보니 오히려 취업 시장에서 불리한 실정이다.

현직 장교 A씨 "처우 개선 시급 후배들에게 추천 못해"

ROTC 61기 출신 소위인 A(24,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먼저 숙소나 생활시설이 너무 열악하다"며 "일반 병사들의 처우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는데 간부들의 처우는 몇 년째 그대로이고 오히려 더 안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후배들에게 ROTC를 지원하라고 말을 못 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ROTC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봉급, 주거환경, 휴가 여건 보장 등 초급 간부에 대한 확실한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특히, "단기복무 장려금 인상, 군장학생 단기복무장려금 중복 수혜, 당직근무비 인상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학군사관 지원율이 해마다 급감하자 복무 기간 단축(현행 28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에 속도를 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반면 대다수 학군 장교는 단순히 복무 기간 단축만 할 게 아니라 초급장교를 비롯한 학군사관 전반의 임금·주거 처우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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