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한 과학자, 오펜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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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한 과학자, 오펜하이머
  • 부산시 서구 최동현
  • 승인 2023.09.21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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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오펜하이머’가 지난 8월 15일 개봉했다.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핵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자폭탄을 만든 과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다. ‘오펜하이머’는 개봉 전부터 기대를 끌어모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킬리언 머피,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우리에게 이름이 익숙한 많은 유명 배우가 캐스팅 됐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사진: 유니버셜픽쳐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사진: 유니버셜픽쳐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필자도 기대와 걱정을 가지고 ‘오펜하이머’를 감상했다. 3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과, 과학과는 친하지 않은 내가 과연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재밌게 감상했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에게 불을 주었고, 그 결과로 영원한 고문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오펜하이머의 핵무기 개발 성공 이후 지낸 날들을 생각해 보면 프로메테우스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세 개의 시간대로 진행되는 영화의 흐름, 흑백 파트와 컬러 파트가 나누어진 연출은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필자가 3시간이 금방 흘렀다고 느낀 이유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과학적 배경보다는 오펜하이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알고 가는 게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학 얘기는 극 중 오펜하이머와 과학자들이 나누는 대화로 이해가 가능하다. 영화의 시간대 중 하나인 오펜하이머 청문회를 이해하기 위해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오펜하이머가 공산당으로 몰린 이유를, 또 왜 이렇게까지 공산당을 쥐 잡듯이 잡는지를 전혀 몰랐던 나는 영화가 끝난 뒤 그 이유를 직접 찾아야 했다.

‘오펜하이머’는 음향이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며, 영화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하는 배경음악은 그 자체로 관객을 압도한다. 또 배우들이 펼치는 명품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오펜하이머를 완벽하게 연기한 킬리언 머피는 대중들 입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필자의 영화 보는 눈을 한층 높여주었다. 생각 없이 영화를 보던 예전과는 다르게 장면 하나하나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됐다. 생각이 많아지는 예술작품은 생각의 그릇을 키워주는 것 같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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