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있는 전국 유일 ‘고래문화특구’에서 고래 구경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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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있는 전국 유일 ‘고래문화특구’에서 고래 구경 해볼까
  • 취재기자 김현진
  • 승인 2020.11.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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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부터 장생포 일대는 고래잡이 하던 곳
1986년부터 포경 금지, 장생포에 고래문화특구 조성
특구 앞에는 진기한 고래 모듬고기 맛 자랑

세계적 유명 소설인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고래나 포경업에 대한 작가의 전문지식과 허구적 이야기가 결합된 책이다. 1820년 태평양을 항해하던 포경선 ‘에식스 호’가 ‘향고래’에 의해 침몰한 사건에서 작가가 영감을 받아 집필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하트 오브 더 씨>에서는 고래잡이들이 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포경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다 성난 향고래의 습격을 받아 238톤의 포경선이 단숨에 침몰한다. 고래가 얼마나 강하면, 큰 배를 침몰시키는 거지? 향고래는 어떤 고래일까? 영화를 보면 이런 궁금증이 줄을 잇는다.

고래와 싸우는 바닷사람들의 흥미진진한 모험을 그린 영화 ‘하트 오브 더 씨’ 홍보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고래와 싸우는 바닷사람들의 흥미진진한 모험을 그린 영화 ‘하트 오브 더 씨’ 홍보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고래에 대한 모든 의문의 대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울산 장생포에 있다. 고래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고래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울산 장생포의 ‘고래문화특구’다. 2008년 8월 장생포 일대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후, 이곳은 국내 유일의 고래 관광 단지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단 한 군데밖에 없는 ‘고래문화특구’는 울산 장생포 항 근처에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울산 장생포에는 국내에서 단 한 군데밖에 없는 ‘고래문화특구’가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고래문화특구는 전체적으로 매주 월요일과 설, 추석 당일은 휴관하며, 여행주간이나 성수기일 때는 변경될 수 있다. 관람 가능한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고래문화특구는 크게 세 가지 장소로 구분되어 있다. 그것은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이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는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로 구성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은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로 구성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첫 번째로 볼 수 있는 건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고래 전문 박물관인 ‘장생포고래박물관’이다. 2005년 5월에 개관하여, 고래 관련 자료 수집, 조사, 연구, 보전 및 홍보에 다각도로 앞장서고 있다. 장생포고래박물관에서는 장생포 고래잡이 역사와 다양한 종의 고래 특성을 자세히 보여준다. 박물관은 하루 총 4회의 전시관 설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방문객이 1층 안내데스크에 문의하거나, 단체 해설 신청은 박물관(052-226-0980)으로 전화하면 된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1층에 있는 기획전시실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올해 6월 23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고래, 빛과 어우러지다’ 파노라마 영상전을 개최하고 있다. 장생포고래문화특구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특별전시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피로도가 누적된 관람객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휴식공간으로서 박물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자 기획됐다. 장미경(50, 울산시 동구) 씨는 “전시실을 둘러싼 벽에서 파노라마로 빛나는 고래들의 영상을 보는 생소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고래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고래 빛과 어우러지다’ 파노라마 영상전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전은 웅장하게 바닷 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멋진 모습을 영상으로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사진:취재기자 김현진).
고래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고래 빛과 어우러지다’ 파노라마 영상전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전은 웅장하게 바닷 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멋진 모습을 영상으로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사진:취재기자 김현진).

박물관 1층에는 장생포 고래잡이의 역사도 관람객들에게 알려준다. 장생포 고래잡이 역사는 원시시대부터 시작됐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암각화’가 선사시대부터 장생포가 포경의 발상지라는 것을 역사적으로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고복순 해설자는 “반구대암각화와 고래는 뗄 수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반구대암각화 고래 그림의 의미는 장생포 지역에 고래가 많이 사니 “고래를 많이 잡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비는 신비로운 장소일 수도 있고, 글자가 없는 시대이니 그림을 통해 “이 지역엔 이런 무서운 고래들이 있단다. 조심해라”라는 교육의 장소로도 여겨졌을 것 같다고 고복순 해설자는 덧붙였다.

장생포고래박물관 외벽 천정에는 ‘반구대암각화’ 그림 중에서 고래가 나타난 부분이 그려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장생포 부근에서 원시인들이 힘차게 고래를 잡으며 삶을 개척했음을 느끼게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장생포고래박물관 외벽 천정에는 ‘반구대암각화’ 그림 중에서 고래가 나타난 부분이 그려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장생포 부근에서 원시인들이 힘차게 고래를 잡으며 삶을 개척했음을 느끼게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실제 포경 조업에 사용하던 ‘진양 5호’ 포경선 내부가 복원된 곳을 따라 2층으로 올라오면, 박물관과는 살짝 거리감이 드는 긴 미끄럼틀이 보인다. 고복순 해설자는 “이 미끄럼틀은 그냥 설치해둔 것이 아니다”라며 “고래 중에 가장 큰 대왕고래의 배 속의 길이와 같은 크기로 미르럼틀을 설치해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고래를 알아갈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고성민(11, 울산시 중구) 군은 “미끄럼틀 크기가 고래 뱃속 크기와 같다니 엄청나다. 미끄럼틀 덕분에 고래박물관이 지겨운 곳이 아니라, 재밌는 곳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진양 5호’ 모습과 대왕고래 배 속 길이와 같은 크기로 제작된 미끄럼틀이 전시되어 있다. 어린아이들은 미끄럼틀의 길이가 곧 대왕고래의 배 속 길이와 같다는 것을 미끄럼들을 이용하면서 실감하게 된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진양 5호’ 모습과 대왕고래 배 속 길이와 같은 크기로 제작된 미끄럼틀이 전시되어 있다. 어린아이들은 미끄럼틀의 길이가 곧 대왕고래의 배 속 길이와 같다는 것을 미끄럼들을 이용하면서 실감하게 된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미끄럼틀을 따라 3층에 도착하면, 고래종류별 특성과 고래잡이에 사용했던 작살들이 진열돼 있다. 방문객들은 영화 <하트 오브 더 씨>에서 가졌던 의문점의 대답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영화 속 ‘향고래’는 ‘이빨고래’ 중 가장 크기가 큰 고래이기 때문에 큰 포경선을 침몰시킬 수 있었던 것. 또 고래의 여러 산업적 가치도 관람객들이 알아갈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고래기름, 고래고기뿐만 아니라 수염고래의 수염에서는 서양사람들이 즐겨 입었던 코르셋을 만들거나, 향고래의 ‘용연향’은 고급향수의 원료가 된다”고 고복순 해설사는 설명했다.

수염고래, 이빨고래의 산업적 가치를 박물관에서 그림으로 알기 쉽게 관람객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수염고래, 이빨고래의 산업적 가치를 박물관에서 그림으로 알기 쉽게 관람객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고래문화특구에서 살펴봐야 할 두 번째 장소는 ‘고래생태체험관’이다. 여기에는 실제로 고래를 볼 수 있는 고래 수족관, 해수어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어류 수족관이 있다. 체험관에서 사람들이 돌고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돌고래가 먹이를 먹고 운동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그러나 고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4D 영상관은 이용 가능하다. 4D를 보고 나온 초등학생 이시온(9, 울산시 남구) 양은 “의자도 흔들리고, 바람도 나오고, 나오는 캐릭터들도 너무 귀여워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고래생태체험관 속 고래 수족관에서 한 사람이 큰돌고래를 관람하고 있다. 여기서는 돌고래가 먹이를 먹거나 운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고래생태체험관 속 고래 수족관에서 한 사람이 큰돌고래를 관람하고 있다. 여기서는 돌고래가 먹이를 먹거나 운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고래문화특구의 마지막 장소로는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과거 포경전성기 장생포 어민들의 실제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서 활기 넘치는 장생포마을을 조성해 두었다. 고래문화마을에서는 장생포 옛 마을뿐만 아니라 고래광장에서 실물 크기로 고래를 형상화한 고래 조각들이 있다. 현재는 옛 마을 일부가 공사 중이라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마을을 관람하고 나온 대학생 유혜지(22, 울산시 동구) 씨는 “직접 겪어 보지 못했던 시절을 보니 신기했다. 고래로 전성기를 누리던 장생포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래문화마을’에서는 과거 이곳 장생포 마을 사람들이 고래를 잡아 해체하는 모습과, 고래에서 기름을 뽑는 기계인 고래 착유기 등 고래와 함께 살았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고래문화마을’에서는 과거 이곳 장생포 마을 사람들이 고래를 잡아 해체하는 모습과, 고래에서 기름을 뽑는 기계인 고래 착유기 등 고래와 함께 살았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1970년대 말 고래잡이가 전성기를 이룬 시기를 떠올려준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포경 금지를 결정하면서, 장생포에서도 더 이상 고래를 잡을 수 없게 됐다. “장생포에 공업단지가 조성돼 포경에 종사하던 주민 대부분이 이주하여 마을이 쇠퇴해졌지만, 고래문화특구가 지정되고 난 후에는 고래가 장생포의 관광산업에 힘을 불어주고 있다”고 박물관 고복순 해설자가 설명했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는 연중 많은 방문객들이 넘친다. 올해에는 코로나로 여행객들이 준 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고래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이 고래문화특구를 찾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는 연중 많은 방문객들이 넘친다. 올해에는 코로나로 여행객들이 준 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고래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이 고래문화특구를 찾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주변에는 다양한 고래 관련 먹거리들도 있다. 먼저 ‘고래빵’이 있다. 고래가 실제로 들어간 것은 아니고, 귀여운 고래 모양의 틀에 팥과 슈크림이 들어간 붕어빵 같은 고래빵이다. 고래빵 가게를 찾은 한 관광객은 “고래문화특구를 방문한 기념품 대신 고래빵을 샀다”며 “붕어빵과는 다른 매력이 느껴져 맛있었다”고 말했다.

‘고래빵’은 귀여운 아기 고래 모양을 한 일종의 붕어빵이다. 맛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고래빵’은 귀여운 아기 고래 모양을 한 일종의 붕어빵이다. 맛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고래고기 식당도 고래문화특구 앞에 줄을 지어 있다. 한 번도 고래고기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고래문화특구를 방문해 쉽게 다른 곳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고래고기를 맛보는 색다른 경험을 누릴 수 있다. 특구 주변의 고래고기 전문 식당들은 고래의 여러 부위를 육회나 수육 형식으로 만든 고래고기 모둠이 주메뉴다. 박물관 해설자인 고복순 씨는 “오베기(고래꼬리), 우네(고래 아래턱에서 배꼽 위까지의 주름 부분)가 가장 맛있다”고 전했다. 김기수(55, 울산시 동구) 씨는 “다른 곳에서는 고래고기 가게를 쉽게 볼 수 없는데, 고래문화특구에 왔으면 고래고기 시식을 꼭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래고기’ 음식점 메뉴판과 가격표(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고래고기’ 음식점 메뉴판과 가격표(사진: 취재기자 김현진).

고래잡이로 명성을 날렸던 울산을 다시 고래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게 해준 고래문화특구는 한 번쯤 방문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아쉽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몸집이 큰 포유류 고래의 모든 것을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생생하고 자세하게 알 수 있으니, 고래 구경은 매우 특이한 체험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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