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 "지금 웹툰 검열은 시민이 하는 '시민 독재시대'다"
상태바
웹툰 작가 주호민, "지금 웹툰 검열은 시민이 하는 '시민 독재시대'다"
  •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 승인 2020.09.26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가 주호민, "웹툰 검열은 국가가 아니라 시민들이 한다"고 한탄
일부 네티즌, "독자로서 시민의 정당한 의사 표현" 반박
"자기 심기 위주로 문화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대두

인간은 본래 악하게 태어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남의 것을 뺏기 위해 시작한 싸움은 나아가 국가의 존립을 결정하는 전쟁으로 번진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작된 차별과 이로 인한 대립 등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내 생각을 뒷받침하기 충분하다.

‘사회’란 일정한 영역 내의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등 상호작용을 이루는 집단을 의미한다. 인간은 악한 본성과 더불어 집단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때문에 사회는 인간의 이기심이 활개치는 것을 억제하는 좋은 족쇄다.

사회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영역’에는 땅, 영토 등을 뜻하는 공간적 영역과 비대면으로 소통과 문화 공유가 가능한 사이버 영역 모두가 포함된다. SNS는 물론 뉴스 기사의 댓글 창이나 개인 방송의 채팅창은 우리가 속한 사이버 사회로 보인다. 하지만 미디어의 발전에 발맞춰 성장하지 못한 시민의식과 익명성이라는 양날의 검 때문에 현재 사이버 사회는 인간 본성 억제라는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웹툰 작가 주호민은 지금은 국가가 아니라 일부 시민들이 윕툰을 검열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사진: 작가 주호민의 유튜브 캡처).
웹툰 작가 주호민은 지금은 국가가 아니라 일부 시민들이 윕툰을 검열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사진: 작가 주호민의 유튜브 캡처).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시민독재사회’다. 시민독재사회는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자이자, 개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TV’에서 스트리머로 활동 중인 웹툰작가 주호민이 처음으로 입에 올린 단어다. 그는 방송 중 한 시청자로부터 “최근 웹툰 검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해당 질문에 “지금 웹툰 검열이 진짜 심해졌다. 예전에는 그 검열을 국가에서 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민이, 독자가 (검열)한다”며 “시민독재의 시대가 열렸다”고 대답했다. 그는 시민검열이 가능한 이유는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 때문에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에 대해 몇몇 네티즌은 “시민독재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이라며 그를 비판했다. 하지만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네티즌들이 상대를 폄훼하는 것을 독재에 비유한 것은 제법 합당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웹툰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맹목적인 비난을 퍼붓는 사이버 네티즌 독재자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들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동등한 구성원을 평가하고 비난하는지 묻고 싶다. 자신의 의견에 달린 '좋아요' 버튼의 클릭 수가 그 근거라는 헛소리는 하지 않길 바란다. 좋아요의 수는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수일 뿐, 결코 객관적 도덕성의 지표가 될 수 없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