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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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다는 것의 의미
  • 편집위원 정일형
  • 승인 2016.01.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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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6년이 시작된 지 한 달여가 끝나간다. 아직 설이 지나지 않아서 우리의 정서상으로 여전히 2015년에 머물러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2016년의 1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25일이다. 이렇게 확인하니 병신년 붉은 원숭이 해로 바뀌었다고 떠들어댄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생활의 대부분이 먹거리의 중요성과 연관되어 있어서 나이조차도 먹는 것으로 표현했다. 설날 떡국을 한 그릇 먹으면서 나이도 한 살 먹는다는 풍습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이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도 한 살 바뀌는, 어쩌면 세월의 변화에 순응하는 우리의 정서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가끔 그 순응에 반하고 싶거나, 또는 거스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소위 나이든다는 순응적 태도보다 늙는다는 부정적 태도를 강조하고 그것을 좋게 바꿔보고자 돈에 기대어 가능하면 늙음을 피해보려고 다양한 시도들을 한다. 인간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한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있을까?

흔히 인생을 속도에 비교하기도 한다. 10대에는 시속 10킬로미터, 30대는 30킬로미터, 50대는 50킬로미터, 그러다가 어느 순간 두 배의 속도로 느껴지는 나이도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20대 어느 순간까지 그저 혈기에 넘쳐 빨리 가지 않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고 언제 어른이 될지를 기다리던 순간들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면 어린 시절의 생각들은 다 잊어버리는 것 같다. 언제 그런 순수한 생각들을 하기는 했는지 망각한 채 그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들에 묻혀 살다보면, 정말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을 실감하게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10대나 20대 어느 순간까지 매일 매일 무언가를 배우고 외우고 머리속을 가득가득 채우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배우는 것 없이 기존의 것들을 활용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서 자연히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시간을 인생의 시계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100세로 하면 태어나면서부터 100세까지를 24등분해서 지금 현재의 나이는 인생에서 오전/오후 몇 시 몇 분으로 해석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이 모든 나이를 먹거나 늙는다는 표현들이 요즘 세대갈등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2004년 총선에서 "(이번 총선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 그 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으로 노인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정동영 씨의 표현이 오히려 최근에는 각광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래는 20대, 30대들의 무대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아요. 꼭 그 분들이 미래를 결정해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20대, 30대는 지금 뭔가 결정하면 미래를 결정하는데 자기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잖아요.”

- 2004년 3월 26일 국민일보 인터뷰 중 정동영 발언

엘리노어 루즈벨트는 "젊은이가 가진 아름다움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아름다운 노인은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그 빠름 속에서 흙수저와 지옥불을 마주한, 어쩌면 그 안에서 시간조차 더디게 가는 것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에겐 살아가는 일이 참 버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그저 인생은 살아봐야 하는 거라고 끝까지 살아남은 자에게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 댓가가 주어지는 거라고 막연히 이야기하기에도 벅찬 무언가가 있다. 심지어 지금의 젊은이들은 아름다운 노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나이든 사람들의 사회적 비용까지 일정 부분 담당해야 하니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60세가 되면 더 이상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다. 따져보면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내 아이들은 20대인데 오히려 그들이 투표하지 않는다고 하면 혼내며 따져 물을 계획이다. 투표하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 대안은 없다고 말이다. 또한 이 글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도전도 아니라는 것도 미리 밝혀둔다. 다만, 나이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의 아량으로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해 한 번만 더 생각해 봐주셨으면 한다. 그게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살아가고, 조금 더 아름답게 늙어가는 지름길이라고나 할까. 이 번 설에는 나이 먹는다는 것과 함께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해 한 번 고민해보고 그들의 미래에 대한 하찮은 조언보다 그저 응원의 한 마디씩 던져주는 멋진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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