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상태바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 편집위원 정일형
  • 승인 2015.08.03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우 절실한 마음 상태를 우리는 ‘간절하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평상시 쉽게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정말 무엇이든 간절하면 이루어질까? 또 무언가 이루어지는 간절함의 한계는 또 어디까지일까? 문득 이런 의문을 가져보았다.

간절하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매우 지성스럽고 절실한 마음 상태’를 나타낸다. 정성 ‘간(懇)’ 자에 갈/문지를 ‘절(切)’ 자를 함께 쓴다. 한자 의미대로 따져보면 정성을 갈고 문지르는, 그야말로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간절하다는 말과 비슷한 단어가 간곡하다는 표현이다. 이 두 단어는 종종 올바른 우리말 사용법에 등장하는데, KBS의 <바른 우리말>이나 중앙일보의 <우리말 바루기> 등에서 대표적으로 다룬 단어이기도 하다. 이들에 따르면, 간곡하다는 표현은 간절하고 정성스러운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나 자세에 초점 맞춰져 있다. 이에 비해 간절하다는 표현은 마음 씀씀이나 정성에 주안점을 둔다. 물론 마음 씀씀이나 정성이 절실하고 지극하면 그것이 자연히 자세나 태도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간곡하다나 간절하다는 표현은 크게 달리 쓰이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무엇을 부탁하거나 요청하는 행위와 관련된 태도나 자세가 아닐 경우 ‘간곡’ 대신 ‘간절’을 쓰긴 어렵다. ‘간절한 사랑/정(情)/소원/생각/소망/마음/기원(祈願)’ 등에서 ‘간절한’을 ‘간곡한’으로 대체했을 때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마음속에서 바라는 정도가 매우 절실함을 얘기할 때는 간절하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이렇게 마음속에서 매우 절실하게 바라는 간절하다는 단어가 이루어진다는 다른 단어와 만나 일상에서 ‘무언가 간절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된다. 정말 간절하다는 대표적인 모습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옛날 드라마의 한 표현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 새벽 사람들이 물을 떠가기 전 처음으로 퍼 올린 우물물인 정화수(井華水) 한 그릇 떠 놓고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정화수도 꼭 치성을 드릴 때뿐만 아니라, 약을 달이거나 먹을 때도 그 병이 빨리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구하는 물이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표현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정말 지극 정성을 기본으로 담고 있는 표현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내뱉는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에서 우리는 은연 중에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이나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지극 정성을 다하기보다, 어딘가 의지하고 기대고 싶은 심정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서 이루어진다는 표현을 조금 더 강조하며 자기최면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명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게 긍정적인 마인드도 필요하다. 다만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핵심은 정말 간절히 원하는 대상이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았을 때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절실하게 원했던 것인지 최소한 그 단어의 의미만이라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에게 간절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위해 정말로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가? 바로 죽기 전의 숨 막히는 순간을 맞이했을 때조차도 어떻게든 살아서 반드시 그것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절실했는가? 이런 단순한 몇 가지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할 대상에 대해 막연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신년운수에서 올해는 운수대통이라고 했으니 아무 노력 안 해도 무언가 이루어지겠지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상은 내가 죽을 만큼 아파도 여전히 아무런 일 없다는 듯 잘 돌아갈 것이다. 그런 세상에 맞서 여러분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것들에 대해 정말 간절해져보자.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분명 이루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기억하자. 절대 이루어지는 것이 먼저가 아니고 간절한 것이 먼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