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로 본 역사 왜곡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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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로 본 역사 왜곡 문제
  • 부산시 진구 황혜리
  • 승인 2019.10.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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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작 <나랏말싸미>를 관람했다. 개인적으로는 영상미나 배경 사운드가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 평점을 등록하려고 보니, 영화가 역사 왜곡을 했다면서 비난하는 글들이 가득한 것을 보게 됐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폄훼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영화 '나랏말싸미'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나랏말싸미'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한글을 창제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따라서 영화 속 스님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단순히 영화적인 재미를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 불편하지만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비난하는 사람들의 댓글들을 읽다보니, 나에게만 불편한 이슈가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인들에게 역사 왜곡 문제는 민감한 이슈가 되곤 한다. 근현대사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유대인과 한국인들은 각각 제국주의를 표방한 독일과 일본의 세력들에 의해 인권이 유린당하는 경험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반성과 사과를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은 여전히 역사를 비틀어 해석하며 한국인들의 얼과 유구한 역사를 짓밟고 있다. 또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하는 방식은 상당히 비겁하고 억지 주장들이 뒤섞여 있어서, 이따금씩 한글이 일본어가 반영된 글자라는 망언을 내뱉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영화 <나랏말싸미>에서처럼, 기존의 한글 창제 사실에 대해 새로운 이견을 제시하는 것에 국민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된 것 같다. 대부분의 성인은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어서 혼동될 가능성이 적다. 이에 반해, 판단력이 낮은 성장기의 아동 및 청소년 같은 경우에는 교과서 속 내용보다 미디어의 내용을 더 신뢰할 가능성이 크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도 어렸을 때 중국의 무협 영화를 보면서, 모든 중국인들은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은 중학생 무렵까지도 모든 중국인들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엄청난 무술 실력을 지녔을 것이란 황당한 사고로 내 머리 속에 자리 잡았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사 왜곡이 들어간 영화는 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불가피하다면, 영화 초반부와 엔딩 부분에 반드시 허구를 가미한 작품이라는 것을 명시해야만 한다. 특히 혼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들에게는 시청에 유의하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올바른 역사관과 세계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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