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매장서 테스터로 화장 끝...‘얌체족’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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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매장서 테스터로 화장 끝...‘얌체족’ 극성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5.12.30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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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 상품 공짜로 달라며 떼쓰고 협박하는 수퍼 갑질 손님도 줄이어
▲ 다양한 로드 샵 화장품 브랜드들 (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화장하지 않은 민낯의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화장품 가게에 들어선다. 그녀는 화장품 이것저것을 고르는가 싶더니 이내 BB크림을 쥐고 얼굴에 바르기 시작한다. 몇 분 후, 그녀는 눈 화장 판매대에서 아이라이너를 집어 들어 아이라인을 그리고, 입술 제품 판매대로 가 립스틱을 바른다. 그녀는 손님들이 샘플로 가볍게 화장품을 바르며 테스트해보는 용도로 진열대에 비치된 소위 테스터 화장품으로 화장을 한 것이다. 몇 분 동안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직원이 “손님, 테스터는 테스트 용도로만 사용해주세요”라고 말하지만, 손님인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향수 코너에서 향수 테스터로 향수를 뿌리고 유유히 가게를 나간다.

부산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O 화장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박신지(23) 씨는 위와 같은 일을 수도 없이 겪었다. 박 씨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화장품 테스터를 진짜 화장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손님들이 기본적으로 하루에 열 명 정도는 볼 수 있다고 증언한다. 박 씨는 “이런 손님들이 화장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최근 화장품 가게에 물건을 사러 오는 게 아니라 테스트를 위해 비치된 테스터 화장품을 과하게 사용하여 진짜 자기 화장을 하고 나가는 손님들이 늘고 있어 화장품 매장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품 샘플을 과도하게 달라고 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M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박세민(21) 씨도 지난달 근무하는 중에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당시 박 씨는 본사에 주문했던 화장품 샘플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매장에 들어와 정리하는 샘플 하나만 달라고 그에게 말했고, 그는 제품을 사야만 증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박 씨에게 1,000원을 들이밀며 샘플들을 돈을 주고 사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박 씨는 계속해서 안 된다고 거절했고, 그 아주머니는 “본사에 전화할 것”이라며 소리치며 가게를 나섰다.

박세민 씨는 이렇게 마음에 드는 제품의 샘플을 달라고 떼를 쓰는 손님들을 자주 본다. 박 씨는 “매장에서는 화장품을 구매할 시에만 증정하는 화장품 샘플이라고 손님의 눈길이 잘 닿는 매장 계산대에 써 붙여 고지해도 억지 부리는 손님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테스터 제품이나 화장품 샘플은 본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각 매장에서 본사에 돈을 내고 구매한 것들이다. 이렇게 구매한 샘플이나 테스터들을 어떤 손님에게 제공할 것인지는 각 매장의 재량이다. 테스터 제품을 구비하고 손님에게 샘플을 나누어 주는 것이 화장품 매장에서 당연히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인 것 같지만, 사실은 손님들을 위해 화장품 매장이 돈을 지출하고 구입한 배려인 셈이다.

문제는 화장품 매장의 배려임을 알지 못하고 샘플이나 테스터를 마구 사용하는 ‘얌체 손님’들을 직원들이 저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박신지 씨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욕이 차오르지만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다. 박 씨는 “고객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싫을 말을 건넸다가 그 고객이 본사에 컴플레인을 걸면 피해를 보는 것은 매장과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 T 화장품 가맹점 업주 이모 씨의 입장도 답답하기는 직원들과 마찬가지다. 이 씨는 샘플을 달라며 억지를 쓰는 손님들이나 테스트 제품들을 많이 사용하는 손님들을 제지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는 “한 동네에만 경쟁 화장품 매장만 여러 개다. 눈 감으면 지나갈 사소한 일들로 매장이 구설수에 올라봤자 좋을 게 없다. 특히 본사의 고객 클레임은 정말 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손님들의 도가 넘은 갑질로 인한 알바생들의 고통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 ‘알바몬’에서 지난 1월 아르바이트생 1,040명 대상으로 ‘알바 근무 중 갑질을 경험한 것’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4%가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60.5%는 손님 갑질에 대한 대응으로 ‘일단 내가 참는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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