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성 등산로 입구에 아주 특별한 도서관 있다
상태바
금정산성 등산로 입구에 아주 특별한 도서관 있다
  • 취재기자 임지숙
  • 승인 2015.10.20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의식' 실종, 장서 도난 잦아 설치 취지 못살려
▲ 금정산성 오르는 길 입구에 있는 앙증맞은 도서관 부스와 벤치(사진: 취재기자 임지숙)

부산 금정구 장전동 금정산성 가는 길 입구에는 아주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도서관처럼 건물 안에 있는 게 아니고, 또 많은 종류의 책이 꽂혀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곳도 엄연한 도서관이다. 많지 않지만 책도 몇 권 꽂아 있는 책장도 있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 역할을 하는 작은 벤치 세 개와 정자 하나가 있다. 그러니까 이곳은 작은 숲속 도서관이면서,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내리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사는 이영자(46) 씨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삼아 금정산을 자주 찾는다. 이 씨는 “산을 오르내리면서 맑은 공기 마시고 또 이곳에서 책도 보니까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3일 <시빅 뉴스>는 기존에 사용하던 공중전화 부스를 도서관으로 개조한 사례를 보도한 적이 있다. 이는 ‘메아리 도서관’이라 불리는데, 사용하지 않는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한 것으로 시민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그렇다면 ‘공원 숲속 작은 도서관’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부산 금정구청은 지난 해 부산대 대운동장 뒤편 숲속에 ‘무장애 숲 체험장’을 마련했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사회 배려 계층이 숲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차장도 갖춰져 있다. 산책로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애인이 이동하기에도 쉽다. 이 이동로 끝 지점에 바로 공원 속 작은 도서관이 있다. 이 작은 도서관은 산책하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인 셈이다.

▲ 무장애 숲 체험장 안내판(왼쪽)과 사회배려계층을 위해 일반차량 주차제한 안내판(오른쪽) (사진: 취재기자 임지숙).

작은 도서관은 운영시간이 따로 없고 항상 열려있다. 무장애 숲 체험장을 이용하거나 등산하는 시민들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이 공간을 조성한 부산 금정구청 공원녹지과는 처음에는 200여 권의 책을 구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듯 현재 도서관 안에 구비된 책은 30권이 채 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던 이재득(55), 김명숙(53) 씨 부부는 “읽을 만한 책이 예전보다 많이 없어져 너무 아쉽다. 도서관 문에 가져가지 말라고 써놨는데도 사람들이 가지고 가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 책이 사라져 텅 빈 책꽂이 모습(사진: 취재기자 임지숙)

여섯살 난 딸과 함께 산책 나온 주부 유은미(36, 부산 금정구 장전동) 씨도 “산책하면서 이곳에 자주 들러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편인데, 갈수록 책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며 “한 번은 집에서 안 보는 책을 꽂아두고 갔는데, 며칠 뒤에 가보니 사라졌더라”라고 시민들의 공중도덕 부재를 한탄했다.

▲ 도서관 이용 시 주의사항 안내판(사진: 취재기자 임지숙)

금정구청 공원녹지과 측은 “자율 운영이다 보니 책이 많이 사라진다. 재활용품 수거를 하는 사람들이 가져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직원들이 두 달에 한 번씩 주변에서 책을 모아 이 도서관에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