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원>, 흥행은 참패, BIFF 관객은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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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흥행은 참패, BIFF 관객은 박수
  • 취재기자 최위지
  • 승인 2015.10.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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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감독, "사극은 어렵다. 그러나 영화는 즐겁게 찍었다"

3일 오후 CGV 센텀시티 4관에서, BIFF 행사의 일환으로, 궁중 한복을 소재로 삼은 사극 영화 <상의원>의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영화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공간인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30년 동안 왕실의 옷을 지어온 상의원의 어침장 조돌석(한석규)과 궐 밖에서 옷을 잘 만들기로 소문난 이공진(고수)이 서로 대결하며 최고의 옷을 만들기 위한 경쟁을 해나가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지난 해 12월 개봉했던 <상의원>은 상업영화부터 예술영화, 블록버스터, 독립영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의 흐름을 파악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영화들을 선보이는 BIFF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 <상의원>의 이원석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상의원>은 누적 관객 수가 79만 명에 그쳐 부진한 성과를 보였고,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IFF 상영관은 빈자리 하나 없이 관객들로 꽉 채워진 모습이었다. 이원석 감독은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관객 분들이 너무 많이 와주셔서 상영관을 잘못 찾아 온 줄 알았다. 개봉한 지도 꽤 됐고, 성적도 크게 좋지 않았는데 울컥할 정도다”라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영화에 출연했던 고수, 박신혜, 유연석 등은 이날 동석하지 못했다.

▲ <상의원> 상영관은 빈 자리 없이 관객들로 꽉 찼다(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충무로에서 B급 감독으로 통하는 이원석 감독이 처음 사극을 만든다고 했을 때는 주변에서 놀랍다는 반응들이 많았다고 한다. 또 과연 이 감독이 어떤 정통사극을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기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만들어진 영화는 정통사극과는 다소 거리가 먼 퓨전사극이었다. 이 감독은 “솔직히 촬영을 시작한 지 딱 5일 됐을 때, 이 영화 하지말 걸 하는 생각이 머리에 들 정도로 사극이 어렵게 느껴졌다. 현대극과 달리 카메라가 어디로 가야될지조차 모를 정도로 연출도 어려웠다. 하지만 열심히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어침장 돌석은 욕망이 크고 야망있는 캐릭터인데 반해 공진은 자유롭고 욕심없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둘은 영화 중간 중간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데, 한 관객은 이러한 관점에서 돌석과 공진의 관계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감독은 영화 밑바탕에 깔려있던 돌석과 공진 간의 동성애 코드에 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직접적으로 표현못한 것이 아쉬운데, 돌석이라는 캐릭터는 공진에게 영향을 받긴 했지만, 그냥 원래대로 살아가게 내버려 두는 것이 더욱 슬플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돌석이 혼자 끝까지 왕을 기다리는 장면이 너무 좋은데, 그 어리석음, 그 허무함, 얻은 것도 없으면서 한 줄기 허위스러운 꿈을 기다리는 장면이 소름끼칠 정도로 좋았다”고 설명했다.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의 사극이 외국에서도 유명세를 떨친 탓인지 이날 GV에는 외국인 관객들도 다수 참석했다. 한 외국인 여성은 박신혜가 진짜 왕비처럼 나와서 너무 좋았다며 “한국의 많은 사극들을 봐왔는데, 대부분 왕비는 달이고 왕은 해처럼 표현되던데 그 이유로 연회에서 박신혜가 하얗고 빛나는 옷을 입었던 것인가”하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그런 뜻은 아니었고, 돌석은 공진의 스케치를 훔쳐 퓨전적이고 화려한 옷을 만들어냈는데 공진은 오히려 돌석의 영향을 받아 가장 한국적인 옷을 만들어내는 것을 표현하려 한 것이다. 해와 달처럼 트레디셔널한 부분을 건드리고 싶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촬영장 분위기에 관한 궁금증을 나타내는 관객들도 많았다. 이원석 감독은 충무로에서 패션센스가 좋고 유머러스하기로 유명해 촬영장 분위기 역시 즐겁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이 감독은 “소풍가듯이 찍은 영화였다. 영화가 재밌자고 시작한 것이니 모든 사람이 재미있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매 수요일에는 사다리타기를 했고, 만우절에는 고수가 나를 속이고 화를 내며 촬영장을 나가버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 작업이 모두 끝나고 난 뒤 몇몇 스텝들은 이 감독에게 영화가 이토록 재밌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상의원>이 흥행 참패를 맛봐서인지 이원석 감독은 마지막까지 자신감이 없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상영관에 들어섰는데 고수, 박신혜 없이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줘서 감사하다”며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이원석 감독이 상영관을 벗어나려 하자 많은 여성 팬들이 사인과 사진촬영을 요구하며 그를 에워싸는 바람에 잠시 상영관 내부가 혼란스러워지기도 했다.

▲ 이원석 감독이 출구를 가로막은 여성팬들 때문에 퇴장하지 못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위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최한 GV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는 김지연(27) 씨는 이날 <상의원> GV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김 씨는 “배우들이 오면 팬들 때문에 정작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듣기 어려웠는데, 감독 혼자 나와 GV를 진행하니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배우 유연석을 보기 위해 GV에 들른 박시은(22) 씨 역시 “처음에는 배우들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실망했는데, 계속 앉아있다 보니 영화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점들을 듣게 되어 의외로 좋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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