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초청작 <무뢰한>, BIFF에서도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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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초청작 <무뢰한>, BIFF에서도 호평
  • 취재기자 이하림
  • 승인 2015.10.0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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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 감독, "'무뢰한' 인간들을 그리고 싶었다"
▲ 박성웅, 전도연, 오승욱 감독이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하림).

3일 오후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선정된 영화 <무뢰한>의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 박성웅이 참석했다. 남자 주인공역을 맡은 배우 김남길은 함께하지 못했다.

부일영화상에서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감독 및 배우들과 관객 간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Q. 영화 제목이 <무뢰한>인 이유는?

오승욱  이 영화에 나오는 전체 인물이 무뢰한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남성들에 대한 얘기를 담고 싶었어요. 남성들이 조금 무뢰한인 면이 있잖아요. 그런데 영화를 진행하면서 여기서 김혜경도 무뢰한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Q. 김혜경, 정재곤, 박준길 이 세 사람의 인물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오승욱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멋있고, 정직한 사람이 김혜경이에요. 거짓말을 한 번도 안하는 사람은 김혜경 하나거든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혜경의 무기에요. 준길, 재곤, 혜경 이 세 명의 인물 중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멋있는 인간이 혜경입니다. 가장 나쁜 인간은 정재곤이고, 박준길은 그냥 나쁜 놈이죠(웃음).

Q. 혜경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한 배경은?

오승욱 제가 여성캐릭터를 시나리오에서 잘 못써요. 그래서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고. 굉장히 취재를 많이 했는데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도연 씨가 들어오면서 혜경이 완성됐어요. 처음 만날 때 도연 씨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김혜경이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극중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감독까지 무뢰한이었는데 그 속에서 정말 도연 씨가 초인적인 힘으로 잘 해나간 것 같아요.

Q. 인물들의 행간을 잡아가는 것이 힘들지 않았나.

전도연 사실 시나리오에 친절하지 않게 인물들에 대해 설명이 돼 있었어요. 김혜경이라는 인물은 어떤 대상화돼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혜경을 연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르게 혜경을 보여주고 싶다고 감독님께 얘기를 했고 감독님이 동의했어요. 혜경은 남자들의 시선에만 보여지는 여자가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사랑하고 상처받고, 상처주고,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사는 여자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박성웅 어려운 것은 전혀 없었어요(웃음). 저는 ‘박준길(박성웅 분)은 김혜경을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만 계속 하면서 연기했어요. 그래서 극중 준길(박성웅 분)이 혜경에게 3000만 원만 빌려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하기 싫었어요.

Q. 마지막 장면에서 혜경(전도연 분)이 재곤(김남길 분)을 칼로 찌르는데, 복수가 아닌 이별의 포옹처럼 느껴졌다. 의도한 것인지?

오승욱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원래 의도한 거예요. 가까이서 보면 칼을 찌르는 것이지만 또 멀리서는 연인같이 표현하고 싶었어요.

Q. 정재곤이라는 캐릭터를 이혼남이라고 설정한 이유는?

오승욱 재곤은 파괴된 사나이라고 생각했어요. 정신의 어떤 부분이 파괴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더욱더 파괴되고 침몰해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설정을 한 것 같아요.

Q. 재곤이 마약범들을 잡으러 갈 때 화장실에 가는 장면은 무슨 의미인지?

오승욱 안 그래도 후배 감독과 이 장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빼고 싶어 하기도 했어요. 화장실이 잘 찍은 신이라고 생각을 안 하지만 마약범들을 때리는 장면의 어떤 기운의 베이스가 된다고 믿었어요. 또, 일단 옛날 한국 형사들이 범인을 잡기 전에 소변을 보고 가는데, 그런 습관적인 모습을 쓴 것이기도 해요.

Q. 재곤이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오승욱 재곤은 죽지 않아요. 나중에 병원에 가서 칼을 빼고 치료하고 나중에 또 나쁜 짓을 할지 몰라요(웃음).

Q. 영화를 다시 한 번 찍을 수 있다면 어떤 장면을 찍고 싶나.

오승욱 없어요. 제가 잘 했다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너무 잘 해서 없어요. 그래서 감독판 같은 것이 없어요. 오늘 보신 영화가 딱 다에요.

박성웅 제일 아쉬웠던 장면은 전도연 씨와 배드신...(웃음). 배드신을 너무 안 친한 상황에서 찍어서 서로 쑥스러운 상태에서 찍었어요. 그래서 그게 좀 아쉽네요.

전도연 지금이 그때보다 조금 더 친하긴 하지만, 다시 찍는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것 같고요. 안 찍고 싶어요. 미련 없고, 그때 한 번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Q. 감독님과 배우들이 뽀는 최고의 장면은?

오승욱 김혜경이 육교 위에서 자신의 파멸을 향해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제일 좋아요.

전도연 저는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돈을 받으러 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녀가 어떻게 상처받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박성웅 준길과 혜경이 차를 타고 가다가 경찰들이 덮치는데 제가 혜경을 보호해줬던 장면이요. 대본에서는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그리고 준길이 차에서 나갈 때 혜경이 가지 말라고 하던 장면이 최고였던 것 같아요.

Q. 사랑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데, 감독님과 배우들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오승욱 잘 몰라요. 결혼도 안 해서 사랑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영화를 통해서 ‘이런 것도 사랑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거에요.

전도연 저는 잘 모르겠지만. 결혼이 사랑의 완성도 아닌 것 같아요. 사랑을 하고 있어도 사랑이 아닌 것 같고,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실제 사랑은 판타지가 아닐까 생각해요.

영화 <무뢰한>은 형사 재곤이 살인하고 도망친 용의자의 애인 혜경을 감시하면서 전개된다. 서울 외곽에서 단란주점을 하는 혜경을 가장 가깝게 지켜볼 수 있게 영업상무로 위장취업을 한 재곤은 차츰 혜경의 매력에 빠지고 혜경은 애인과 재곤 사이에서 갈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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